[생활칼럼] 민사사건 90% 재판정 가기전 조정으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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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몇년 전에 상영된 ‘모래와 안개의 집’ (House of sand and fog) 이라는 영화는 집을 사이에 두고 두 남녀가 처절한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두 사람 모두 파국을 맡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소설가 중 한 사람인 챨스 딕킨스도 ‘황폐한 집’( Bleak House) 이라는 제목의 소설에서 저택을 사이에 놓고 끝없는 유산 분쟁을 벌이는 가족들을 그렸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대를 이어 분쟁을 벌였고, 소송이 끝나고 나서는 정작 저택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법정 비용으로 산더미 처럼 쌓인 빚을 갚아야 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전통을 이어받은 미국도 건국 이후 155년 동안 딕킨스의 소설 내용과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는 법체재를 이어 왔다.

그러나 사회가 팽창하면서 분쟁 사안들이 다양해지고, 걸핏하면 송사를 거는 미국사회 분위기로 인해 엄청난 양의 민사 사건이 발생하자, ‘조정’(mediation)과 같은 부수적 방안이 법 제도에 자리잡게 됐다.

조정은 민사상의 분쟁을 법원의 판결에 의하지 않고 조정위원의 권유에 의하여 양당사자가 서로 합의로서 문제를 해결하는 자주적 분쟁 해결 제도이다. 즉 조정은 배심원들 앞에서 증인 신문을 거치는 정식재판까지 가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이다.

조정은 개인 상해, 뜻하지 않은 사망, 이혼, 자녀 양육, 명예 훼손, 계약, 사업체 판매, 유산 상속 등 어느 형태의 민사 사건이든 가능하다.

민사조정은 소송 관련자가 직접 관할법원에 조정신청서를 제출하거나 혹은 변호사를 통해 이뤄진다. 중립적 위치의 조정위원이 선정되면 신청인과 피신청인은 각각 소환장을 받게 되고, 조정위원은 정해진 날짜에 양당사자를 불러 모아 서로간의 합의를 타진한다.

조정위원은 흔히 변호사가 맡고 있는데, 변호사는 조정 신청인과 상의를 통해 어느 정도 합의를 이끌어낼 것인 지 먼저 정한 다음, 신청인과 피신청인을 각각 불러 조정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조정위원은 쌍방간의 요구를 서로에게 전달하며 설득에 나서고, 합의점을 찾기에 노력한다. 이후 양당사자가 조정 동의서에 서명하거나 혹은 법적 분쟁을 계속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조정은 끝난다.

서명된 조정 동의서 즉각 구속력 발생

민사조정은 보통 한 두시간에 끝나기도 하고 혹은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 또 사인이 들어있는 조정 동의서는 바로 구속력이 발생하지만 사건이나 조정위원에 따라 10일동안 재고 기간이 주어질 수도 있다.

민사조정은 소송 비용을 절감하고 소송 지연에 따른 불편함이 없다는 장점때문에 민사소송의 90% 정도는 이 단계에서 마무리된다. 만약 조정 제도가 없다면 엄청난 민사소송들로 인해 미국 법원 시스탬은 마비될 수 밖에 없다.

현장에서 뛰는 법률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정을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이혼 의 경우 일부 카운티에서는 아예 조정을 먼저 거치지 않고는 법정 심리에 들어갈 수 없도록 정해놓고 있다.

조정 변호사를 선임할 때는 플로리다 대법원이 인증하는 자격증이 있는 지 확인해야 한다. 조정 위원은 사안에 따라 공인 회계사 혹은 정신병 전문가도 나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직과 신뢰가 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때로는 미리 모든 것을 털어놓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정이 실패할 경우 법정 해결에 기댈 수 밖에 없는 데, 이 때 조정과정에서 뱉어낸 진술이 법정에서는 올가미로 작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질문에 대해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답을 해 나가는 등 신중하게 조정에 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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