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입시스릴러라는 독특한 장르를 선보이며 숱한 화제를 낳았던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절찬리에 막을 내렸다. 다소 극단적인 방향으로 과장되게 상황묘사를 했지만 현재 한국사회 엘리트계층의 학력지상주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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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방문했을 때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자식의 대학입시에 관한 대화는 삼가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자녀가 명문대에 입학하였어도, 아니면 입시에 실패하였어도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친구 하나가 필자에게 귀띔을 했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성공했다 하더라도 자식이 대학 입시에 실패했다면 성공한 인생이 아니다” 라고.

 

한국에서 소위 ‘성공했다는 부모’들이 가지는 자녀 교육에 대한 병적집착과 성적지상주의의 이면에는 자신의 세속적 성공이 자식 대에 이어지지 못한다면 자신의 삶도 결국에는 실패일 수 밖에 없다는 공포심리가 작동하는 것 같았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의사부모들을 보면서 떠오르는 부부가 있었다.  필자가 존경해 마지 않았던 신앙공동체의 큰 어른 H원장님 부부이다. 80년대 초반, 인천에서 정형외과를 운영하고 있었던 H원장님은 ‘KS 코스 (경기고, 서울대의대)’를 거친 수재중의 수재였다. 선친도 의사였다고 하니 요셋말로 ‘금수저’라고 할 수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의료봉사로 지역사회로부터 두터운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었던 분들이었지만, 필자에게 그 부부를 더욱 우러러 보게 하는 점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열린 자녀교육관이었다. 

 

초엘리트과정을 밟은 부모의 자식들 중 많은 사람들이 중압감속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누구의 자식이니 당연히 뛰어난 재능을 가졌을 것이고 또 공부도 잘 하겠지 하는 주변의 기대감 때문이라고 한다. 

 

그분들에게는 아들이 2명이 있었다. 공부에 재능이 있었던 장남은 자신의 꿈을 찾아 의대로 진학을 했지만 공부에 큰 소질이 없었던 둘째는 전문직업학교로 진학을 했다. 둘째 아들이 전문대학 졸업과 동시에 조그만한 중소기업에 취직이 되었을 때 두분이 공동체 안에서 잔치를 열어 그 아들을 축하하며 격려했던 내용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느님께서 두 아이에게 주신 은총에 감사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받은 작은 탤런트를 자신만이 아닌 주변의 이웃들과 함께 나누며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기를 바랍니다.”

 

자식이 성공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가 세상에 어디에 있을까. 그러나, 그것이 부모 자신이 이루어 놓은 세속적인 출세와 영달을 이어가고 싶은 자기과시와 이기심때문이라면 그 성공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까 의문이 든다. 

 

자녀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어떤 수단방법이라도 가리지 않으며 이 목적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의 ‘아갈머리를 찢어 버리겠다’며 으르렁거리는 엄마. 이를 보면서 자란 자녀는 도대체 장래에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까. 하지만, 불행하게도 최근에는 엘리트코스를 거쳐 출세의 길에 올랐거나 혹은 막대한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이러한 ‘괴물’로 진화하여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며 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빠트리고 있는 사례들을 뉴스를 통하여 자주 접하게 된다. 

 

현재와 같은 극단적인 경쟁체제안에서 인성함양을 도외시한채 성적만을 중시하는 교육이 계속된다면, 공감능력 제로의 ‘괴물’ 들은 계속 양산될 것이다. 이는 본인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에게도 큰 비극이 아닐 수 없다. 

 

흔히들 이민 온 가장 큰 이유가 자녀교육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식이 좋은 대학 좋은 학과, 그리고 좋은 직업으로 이어지는 길만이 성공이라는 생각에 집착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우리들 하나 하나가 생김새와 성격이 다르듯이 가지고 있는 관심과 능력도 모두 다르다. 그리고, 고소득이 보장된 직업을 가졌다고 해서 그 개인이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자녀들이 무엇을 하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또 편안함에 안주하는 삶을 넘어, 주변의 이웃들을 돌아보고 자신의 삶을 기꺼이 나눌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선량한 시민으로 성장하기를 응원하고 싶다. 

 

무엇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이 된 이후에 어떤 삶을 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임수  심리상담사 / T. 09 951 3789 / imsoo.kim@asianfamilyservices.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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