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1시간 반의 비행을 해야 도착하는 뉴질랜드 집으로 왔다. 아무래도 잠자리가 바뀌므로 여러 가지 적응하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다. 일년에 두 번씩 왕복하는 긴 비행 시간을 보내는 나만의 방법을 터득했다. 일단 기내 영화를 두 편 정도 본다. 그리고 나서 책을 한 시간 정도 읽는다. 그래서 항상 책을 한 권 휴대하고 비행기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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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에 가지고 탄 책은 정호승의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비채: 2013)’이다. 전작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비채: 2007)’로 30만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진 시인 정호승의 후속편이다.

 

7년 만에 내놓은 위로와 지혜의 가슴 벅찬 한 마디를 작가의 필치가 돋보이는 잔잔한 산문집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분야별로 격언들만 모아둔 격언집, 아포리즘과는 달리 한 마디의 격언이나 문장을 작가의 해박한 글 솜씨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한 책이다.

 

스스로 밝혔듯이 천주교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불교- 절과 스님에 대한 경배심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성철 스님과의 만남을 아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77개의 평범한 ‘한 마디’를 크게 3 부문으로 나누어, 첫 번째는‘가끔 우주의 크기를 생각해 보세요’, 두 번째는 ‘상처 많은 나무가 아름다운 무늬를 남긴다’, 마지막은 ‘길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다’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한 마디’가 그저 평범한 우리 주변의 이야기에서 나온 말들로, 우리 앞서 살아간 이들이 남긴 말들이다. 작가는 이를 오병이어(五餠二魚)처럼 모두에게 나누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책을 엮어 세상에 내 논 것이다.

 

우리는 살다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말에 마음을 상하기도 하고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그러한 아주 사소한 말들이지만 은연 중 지친 우리에게 용기를 주는 말들이다. 작가가 선별해서 소개한 많은 예화와 말 중에서 특히 마음에 와 닿는 글귀가 있다.

 

‘실패를 기념하는 12월이 있기 때문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1월의 문이 열린 것입니다.’

 

우리는 매년 연말에 송년회라는 미명아래 지나간 1년을 반성하기보다는 그를 빌미로 잔치 분위기로 들떠 지내곤 한다. 물론 바쁘게 보낸 일년 중 하루 정도 지친 우리에게 위로와 휴식을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그보다는 바로 다음에 오는 새로운 새 달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 더 좋을 듯싶다.

 

산다는 것은 순간이다.

 

행복과 불행도 순간이고, 선한 생각과 악한 생각도 순간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 순간에 나의 마음속에 들어오는 한 마디의 말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순간순간 자신답게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가 있다.

 

<연재를 마치면서>

 

세월은 참 빠르다. 순식간에 2년이 번개처럼 지나갔다. 평소에 책 일기를 좋아했지만, 그 동안은 단지 독서초록 정리만 했는데, 석산일록을 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1764년 9월 9일부터 11월 30일까지 93일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쓴 조선시대 독서가인 학자 이 덕무 선생의 ‘관독일기(觀讀日記)에 자극을 받았고, 때마침 2012년 독서 캠페인 - 2012: 하루 ‘20’분 독서에 시간을 내면 한 달에 한 권, 1년에 ‘12’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 - 에서도 영감을 받아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이덕무 선생처럼 매일 100일 동안 책 한 권을 읽고 정리하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목표를 수정해서 주당 1권으로 그 대신 1년으로 도전했다.

 

도전은 아름다웠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만 않았다. 처음에는 너무나 쓸 내용이 많아 행복한 고민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자 주제가 고갈이 되었다.

 

새롭게 출간되는 책을 원칙으로 바로 그 주에 읽은 따끈따끈한 주제로 삼으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아 예전의 책도 일부 동원을 했고, 또 의도적으로 고르게 배정(?)하기 위해 다른 장르의 책도 일부러 선정하기도 했다.

 

50회 동안 50권의 책을 주제로 정리했으며, 함께 소개된 책만도 150 여권이 넘는다. 대부분이 핵심 고전(古典)들이 아니라 도리어 주변의 평론과 해설서들이다.

 

1년 동안 소개된 책들을 정리해 보면, 철학(10), 문학(8), 역사(6)으로 문ㆍ사ㆍ철이 24편이었고, 시(7), 화(4), 예(3)으로 시ㆍ서ㆍ화가 14편, 그리고 그 외의 상식과 기능이 12편으로 총 50편의 주제를 올렸다.

 

‘나는 한 권의 책을 책꽂이에서 뽑아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을 꽂아 놓았다. 그러니 나는 이미 조금 전의 내가 아니다.’라는 앙드레 지드의 말처럼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또 다른 내가 된 것이다. 사실 50번 정신 없이 바뀐 것이 아니라 그 동안 희미하게 지니고 있었던 50 가지의 생각들을 새롭게 정리된 것이다.

 

<책은 가장 훌륭한 동반자요, 무기요, 기쁨이요, 도구요, 목적이요, 연인이요, 쾌락이요, 즐거움이요, 지혜요, 전략이다>

 

 

칼럼니스트  김 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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