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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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바니에의 생전 모습 (thetablet)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라르쉬의 창시자 장 바니에가 성폭행을 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장 바니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이었다. 그를 통해 공동체를 배우고, 그를 통해 어떻게 장애인들과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지,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사고하고 살아야 하는지 등등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의 책이 나올 때마다 주제와 제목과 상관없이 구입하여 읽기도 하였다. 그는 언제나 내 스승이었다.

그런 그가 성폭행범이었다는 이 추문 앞에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었다면 쉽게 썼을 글을 오늘에야 쓰게 된다. 연민일까. 글을 쓰면서도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오간다. 그러니까 오늘 글은 아마도 내 편기가 가장 심하게 드러난 글이 될 것이다. 그러려니 하고 읽어주셨으면 한다.

사실 이런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상은 아니어도 이곳저곳에서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가십이기도 하다. 몇 년 전에는 하워드 요더가 같은 문제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는 아나뱁티스트 신학자였다. 아나뱁티스트 신학자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그는 거의 그런 주목을 받았다. 아나뱁티스트 안에서의 그의 입지는 그야말로 절대적이었다. 그런 그가 많은 여성들을 유린했다.

다행히 그의 경우는 장 바니에와 달리 그가 살아있을 때 불거져서 그는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칩거해야 했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과 그가 추행한 여성들에 대한 뼈를 깎는 회개와 사과는 없었다. 그리고 그는 죽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그에 대한 평가는 물론 그런 그가 쓴 논문과 저서들에 대한 평가와 입장이 다양하게 갈리고 있다.

나는 가장 먼저 권위를 떠올린다. 권위란 단지 다른 사람을 지배할 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섬길 때에도 권위가 생겨난다. 장 바니에의 경우가 그러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거룩해졌다. 그리고 그 거룩이 그의 권위가 되었다. 그 결과로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큰 자가 되었다.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섬기는 길, 가난해지는 길, 작아지는 길에서도 커질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물론 그런 길에서의 권위는 자신도 잘 인식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인간은 그것을 안다. 깊은 무의식 속에서는 그것을 즐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인간의 한계가 아닐까. 결국 그 권위가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럴 때 그 사람은 자신의 권위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힘으로 다른 사람을 유린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한다거나 자신과의 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인간의 자기보호본능인 방어기재가 발동하는 것이다. 방어기재의 가장 일반적인 것인 합리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간은 그런 모순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장 바니에와 같이 영성이 발군인 사람에게도 그것은 마찬가지이다.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장 바니에는 그것을 인식하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것은 매우 단순하지만 실제로는 결코 인식하기가 불가능한 현실이 된다.

나는 그런 것을 많이 보았다. 오래 전 공동체에 있을 때 대안학교가 있었다. 그곳에는 험한 생활을 하다 들어온 여학생들이 있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말하는 것이 적절한 학생들이다. 그 아이들은 나이가 어려도 남자를 가지고 논다. 당시 나는 오십대였는데도 그들에게 여지없이 흔들리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그곳 공동체의 목사님은 그 여학생들을 스스럼없이 안아주시곤 했다. 나는 그 모습이 아주 불안했다. 물론 그 목사님의 손녀뻘인 여학생들이다.

그러나 그것은 성적인 행동이 될 수 있다. 아니 성적인 행동이다. 그것은 언제든 성관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목사님은 아니지만 그곳 총무님이 성폭행에 연루되어 그곳을 떠나는 일이 발생했다. 돈을 관리하는 그분의 권위가 힘으로 작용하여 성폭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나는 그때 남녀란 나이불문, 영성불문 하고 언제든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되었고 대천덕 신부님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육십대 후반의 그분은 언제든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면 조심한다는 말을 하셨다.

그러니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장 바니에는 신부였다. 그의 욕망은 억제되어 왔고 언제든 터질 수 있을 만큼 부풀어 있었다. 그것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터진 것이다. 성서는 우리에게 그런 인간의 실존을 잘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율법이 신령한 것인 줄 압니다. 그러나 나는 육정에 매인 존재로서, 죄 아래에 팔린 몸입니다.”

나는 이것이 유대교인들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무리 복음을 믿고 복음대로 살고자 해도 우리의 근본적인 정체성은 육정에 매인 욕망의 존재로서 죄 아래 팔린 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늘 깨어 있어야 하고 날마다 자기의 욕망을 쳐서 복종시켜야 한다. 그런 삶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를 건져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니 나 자신은,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섬기고,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망각하는 순간 우리는 넘어진다. 그래서 성서는 그런 우리에게 경고한다. “그러므로 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우리가 넘어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극한 환난 속에 있을 때이거나 우리가 지극히 비천한 상태에 있을 때에 쉬워진다. 그래서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을 그렇게 보호해주는 환난을 자랑했다. 우리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늘 자신을 돌아보며 경성해야 한다. 특히 성공이나 성취가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래야 한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쟈크의 콩나무처럼 하루에 하늘에 닿을 정도로 자랄 수 있는 나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한 번 그런 일을 하고나면 두 번째 세 번째는 더욱 쉬워지고 자연스러워진다. 그래서 그런 일이 애초에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는 여간 조심해야 하는 게 아니다. 그런 일이 장 바니에에게 일어난 것이다. 나는 그 일을 하나님께서 어떻게 판단하실 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다만 내가 아직 그런 일을 범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커지지 않은 나를 감사할 뿐이다. 내가 만일 조금이라도 하나님의 일에서 성취를 이루는 순간 나도 장 바니에처럼 그렇게 넘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며 마지막으로 그런 경고까지 내게 남겨준 장 바니에에게 감사한다.

그렇다. 그렇게 언제든 넘어질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넘어진 인간에게 너무 모질게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모습이 바로 동료인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오히려 그렇게 넘어진 인간에게 긍휼함을 가지는 것이 내가 앞으로 넘어지지 않는데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훌륭한 장 바니에도 넘어뜨리는 그 강력한 욕망이 그에 비하면 조무래기에 불과한 나쯤이야 얼마나 더 쉬울까. 그러니 나는 더욱 경성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 바니에에게 상처 입은 영혼들을 주님이 위로해주시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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