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교통법

 

1992년 11월 추수감사절 연휴에 시카고에서 뉴올리언스까지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북반구의 늦가을, 마지막 잎새들마저 낙엽질 무렵 총 40여 시간에 걸쳐 미국의 남북을 두 번 횡단한 것이었다. 새벽에 시카고를 벗어나며 부터 번갈아 나타나는 옥수수 밭과 콩밭 사이를 5시간 지나면 링컨의 도시 스프링필드가 나온다. 거기서 두 시간 후에 도착한, 맥도날드 본사가 있는 서부의 관문도시 세인트루이스에서 점심을 먹고 시내중심을 흐르는 상류 미시시피 강을 따라 세 시간 가량 내려가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 멤피스에서 첫날을 묵었다. 엘비스의 저택 (Graceland)은 빈민들이 집중 거주하는 아주 위험한 구역에 있었다. 불안 속에 잠을 설친 다음날 빌 클린턴이 주지사로 지냈던 아칸소 주와 미시시피 주를 지나 프랑스의 왕 루이14세를 기념하는 뜻의 이름을 지닌 루이지아나주로 들어서게 되었다. 미국에선 텍사스 다음으로 큰 석유 생산량을 자랑하는 주이지만, 1803년 미국정부가 나폴레옹으로부터 1 hectare 당 단돈 7센트 (현재 돈으로 환산해도 $2,000 불정도) 를 지불하고 산 곳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횡재를 Louisiana Purchase 라고도 한다.

 

Lake Pontchartrain위에 놓여있는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를 45분 만에 건너서 재즈의 발상지 뉴올리언스에 도착했다. 워낙 색다른 도시라 흥분과 기대 속에 도달했지만 막상 숙소에서 짐을 풀고 보니 유난히도 생각나는 것은 자장면밖에 없었다. 호텔방의 전화번호부책을 뒤져 찾은 한국교포가 운영하는 중국집을 무조건 찾아 나섰다. 배가 고파서 그랬을까? 가는 길 운전도중 경찰에 두 번 걸렸다. 한번은 신호등 무시, 두번째는 속도위반. 경찰로부터 두번 모두 법정 출두서를 받았다. 거기다가 경찰로부터 훈계까지 들었다. 하루에 두번 적발된 자는 교통법규 위반 상습범이라고...

 

New South Wales주에는 ROAD TRANSPORT ACT 2013 이라는 법이 있다. 아마 일반인들에게 가장 밀접한 법령이 아닐까 싶다. 자동차 운전과 연관된 부분을 다루는 법으로 음주운전 및 운전과실 관련 처벌을 취급하고 있다. 재판장은 벌금뿐 아니라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 및 자격을 빼앗아 갈 수 있다. Recklessly (무모하게), furiously (미쳐 날뛰듯이?), negligently (부주의로) 라고 묘사되는 행위 이외의 여러 가지 이유로 운전면허 박탈이 가능하다. 인명의 피해나 부상이 일어날 경우 더욱 그러하다. 법원에서 박탈당하면 바로 운전 면허증을 반환해야 한다.

음주운전은 High, Mid, Low Range 로 구분하는데 Mid 나 High Range 음주운전자는 초범이라 할지라도 Interlock 이라는 운전 시작 전 알코홀 수치 측정기계를 자동차에 부착시키는 강제조건이다. 1년간 유지비 $2,200 정도로 피할 길이 없는 제도가 되었다.

 

일단 재판소에 출두할 경우 고소가 기각 되거나 무죄판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어느 노신사가 재판장 앞에 섰다. 자신도 이해가 안가는 본인의 행동을 해명할 수는 없지만 평생 정직과 성실로 살아왔기에 책임을 지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재판장이 묻는다. 변호사가 필요 없느냐고. 필요 없단다. 형벌을 달게 받겠다고 했다. 이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굳이 전과 기록을 남기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답답한 재판장이 변호를 대신해준다. 이번일은 기각해 줄 테니 심리학자를 찾아가 상담을 하라고.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으로 2017년 10월28일자로 Habitual Traffic Offender 라는 소위 ‘상습범’ 으로 낙인찍는 조항은 사라지게 되었다.

 

평생 가장 비싼 자장면을 먹고 나니 여간 불쾌하지 않았다. 재즈고 커피고 다음으로 접고 호텔로 돌아가 푹 쉬었다. 뉴올리언스 법원 출두일은 2-3개월 후로 잡혀있었지만, 당시 이미 미국의 직장을 사임하고 호주로 돌아오기로 예정된 터라 간단한 해명의 편지를 보낸 이후로는 폭풍의 도시 뉴올리언스를 방문할 기회가 아직까지 없다.

 

면책공고 Disclaimer

위의 내용은 일반적인 내용이므로 위와 관련된 구체적 법적문제는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필화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나도 모르게 나는 글 쓰는 목사가 되었다. 나는 글 쓰는 목사가 아니라 섬기는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다. 내 생각이지만 그 일을 하면 잘 할 것 같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런 내게 다른 길을 가게 하신다. 글쓰...

    필화
  • [포거스] 반발 부른 이민 ‘리셋’ file

    노동당 정부가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이민 정책에 대한 ‘리셋(재설정)’을 발표했다. 정부는 국경을 다시 전면 개방하면 이전의 이민 정책을 지속할 수 없다며 부유한 투자자와 높은 기술 이민자를 타겟으로 하고 저임금 이민자에 의한 경제 ...

    [포거스] 반발 부른 이민 ‘리셋’
  • 문재인 정부, 도쿄올림픽 불참-지소미아 종료 선언하라! file

      [시류청론] 올림픽 지도에 “독도는 우리 땅” 생떼 쓰는 일본, 두고만 볼 건가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7월 24일부터 열리는 도쿄올림픽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교과서에서까지 한국 땅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한 일본은 이번 올림픽 성화 봉송 ...

    문재인 정부, 도쿄올림픽 불참-지소미아 종료 선언하라!
  • 미국 현충일에 file

    미국은 매년 5월 마지막 월요일을 현충일(Memorial Day)로 지냅니다. 제가 속한 Veterans for Peace(평화재향군인회)에서는 보통 맨해튼 남쪽에 있는 작은 공원에서 행사를 합니다. 전쟁에서 죽었거나 전쟁으로 인해 죽은 이들을 그날 기억합니다. 제게 발언 기회가 주...

    미국 현충일에
  • [포거스] 로켓 강국으로 떠오른 NZ file

    지난 6월초에 뉴질랜드 정부는 크라이스트처치의 2개 마오리 부족 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1600만달러를 들여 캔터베리 바닷가의 한 땅을 구입했다.     이유는 이곳에 로켓 발사장과 개발시설들을 설치하기 위해서인데, 환경 단체들의 반대를 이겨내고 마오리 부족과 동...

    [포거스] 로켓 강국으로 떠오른 NZ
  • 한미정상회담 합의, 미국의 실행 의지가 문제다 file

      [시류청론] 미 국무부, 한국 화해 노력에 '제재' 언급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한미정상회담 10일 만인 5월 31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김명철 국제문제평론가의 글을 통해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와 관련 “고의적 적대행위이자 미국의 대북적대시정...

    한미정상회담 합의, 미국의 실행 의지가 문제다
  • 아! 지구촌교회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지구촌교회는 내가 좋아하는 교회였다. 나는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 성가대지휘를 했다. 교회를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수요일에는 다른 교회를 나갈 수 있었다. 나는 좋은 교회로 소문난 교회들을 수요일에 ...

    아! 지구촌교회
  • ‘지구의 마지막 연필’ 시리즈 19 file

    조성모작가의 '지구의 마지막 연필' The Last Pencil on Earth 문명과, 자연, 그리고 인간 Title : The Last Pencil on Earth https://youtu.be/yDit97GrdaQ https://youtu.be/QvxtxXESECo https://youtu.be/8tQNy4g5HmA Product Year : 2020 Size : Object Size...

    ‘지구의 마지막 연필’ 시리즈 19
  • 코로나로 더욱 벌어진 빈부격차 file

    ‘코로나 디바이드(Corona Divide)'.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다. 코로나19는 모든 사람들의 생활을 급격하게 변화시켰지만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욱 가혹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코로나로 더욱 벌어진 빈부격차
  • 바이든의 ‘싱가포르 합의 존중’ 일단 반긴다 file

    [시류청론] 한반도 비핵화 실행 구체적 언급 없어… 북의 반응은?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한미 정상은 5월 21일 정상회담에서 대화와 외교를 통한 대북 접근법을 택하며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존중한다는 데 합의했다. 북한이 김정은 총비서의 최대...

    바이든의 ‘싱가포르 합의 존중’ 일단 반긴다
  • 카이사르의 교회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기사를 보았다. 그는 미국의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자신이 “방미 기간에 미국 주요 업체 백신 1,000만 개를 한미동맹 혈맹 차원에서 대한민국 쪽에 전달해줄 것을 정·재계 및 각종 ...

    카이사르의 교회
  • 골프백 메고 서울거리 매일 걷는 까닭 file

    학생 정신건강을 위한 18홀 걷기 “Walk 18 for Student Mental Health” 5월 5일은 한국의 공휴일인 어린이날입니다. 35년 동안 교사로 일했으며 두 아이를 키운 부모로서 가장 소중한 자산인 우리 아이들을 인식하고 축하하는 중요한 날입니다. 저는 오늘 서...

    골프백 메고 서울거리 매일 걷는 까닭
  • 누구를 위한 ‘쿼드’ 참여인가 file

    “쿼드참여는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격”     지난해 6월 3일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가 미중 갈등과 관련해 “일각에서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우리가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

    누구를 위한 ‘쿼드’ 참여인가
  • 목사가 필요하다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나는 스스로 담임목사라는 말을 사용하는 목사와 교제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름을 말할 때마다 목사라는 호칭을 붙이는 목사와도 교제하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이상한 사람이다. 나는 전화를 걸건 메일을 ...

    목사가 필요하다
  • 뉴질랜드 집값 폭등의 시대는 끝났는가? file

    정부가 뛰는 집값을 잡고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지 한달 여가 지났다. 예상보다 강도 높은 이번 정부 대책으로 앞으로 주택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택 투기와의 전면전    노동당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면전에...

    뉴질랜드 집값 폭등의 시대는 끝났는가?
  • 문 대통령 4년차 특별 연설에 거는 기대

    [시류청론] 평화의 길 트고, 검찰개혁, 경제 혁신 성장 지속하길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 4년차 특별연설에서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우리와 긴밀히 협의한 결과 바이든 미 행정부는 긴 숙고의 시간을 끝내고 대...

    문 대통령 4년차 특별 연설에 거는 기대
  • 공동의 식사

      [종교칼럼] 하나님 나라의 예표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코로나19가 오기 전 나는 두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한 교회는 교사수련회를 인도하기 위해서, 다른 한 교회는 특별한 목적 없이 그냥 방문해서 설교도 아니고 강의도 아닌 나눔의 시...

    공동의 식사
  • 미국의 ‘단호한 억지’, 북핵 해법 아니다

      [시류청론] 바이든 발언에 격분한 북한, 북미관계 개선에 난기류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바이든 대통령이 4월 28일 의회에서 ‘이란과 북한의 핵이 미국과 세계의 안보를 위협한다. 동맹국과 협의해서 외교와 단호한 억지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억...

    미국의 ‘단호한 억지’, 북핵 해법 아니다
  • ‘노매드랜드’와 하나님 나라

      [종교칼럼]   ▲ 제93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노매드랜드(Nomadland)' 포스터. ⓒ 하이웨이먼필름스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얼마 전 내 설교문이 설교신문에 게재되었었다. 과거형으로 쓴 이유는 실렸던 내 설교를 삭제해달라고 하였...

    ‘노매드랜드’와 하나님 나라
  • [캄보디아] 옐로우≠그린 file

    전세계 코로나19 팬터믹 사태는 2년 가까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민족 대이동이 있는 캄보디아 설날 쫄츠남에 확산이 증폭될 것을 우려하여 정부는 쫄츠남 전 지역간 이동 금지를 시작으로 쫄츠남 첫 날 프놈펜 봉쇄, 레드 존(위험 지역) 지정, 봉쇄 연장, ...

    [캄보디아] 옐로우≠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