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트집잡아 청소 대금 꿀꺽한 변호사 이야기

 

(탬파=코리아위클리) 신동준 =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온 후 자의 반 타의 반 탬파에 이사한 지가 6개월이 되던 때이다. 아무것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허송 세월만 보내고 있다가 직업을 얻었는데, 당시 써두었던 글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한다.

 

어느날 어느 교민의 소개로 직업을 얻게 됐다. 그것은 나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고 최모 라는 사람과 동업으로 하는 청소업이었다. 우리는 1만2500불씩 투자하여 2만5000불에 달하는 청소 장비를 구입하고 시에스 클리닝 서비스(C/S Cleaning Service) 라는 스몰비즈니스 청소 회사를 설립, 동년 2월 1일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극장 6개와 백화점 안에 있는 미장원 2개, 식당 2개 그리고 사무실 2개와 종합병원 1개를 계약한 뒤, 인부 6명이서 밤을 꼬박 세워가며 일을 하게 됐다.

 

사무실 직원이 퇴근하면 오후 6시부터 작업은 시작된다. 사무실 작업이 끝나면 백화점 미장원으로 가서 일을 하고 그것이 끝나면 식당으로 간다. 이후 24시간 오픈되어 있는 도너스 가게에 들려 허기진 배를 치우고 극장으로 가서 일을 하게 되는데 극장은 언제나 밤 12시가 지나야 작업이 시작된다.

이렇게 매일같이 반복 실시하고 있는 것이 미국에 와서 나의 직업이 된것이다. 극장 청소를 마치면 아침 6시가 된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잠을 자야하는 것이 순리인데 나는 반대로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일을 해야하는 순리를 거스리는 역류의 생활을 하고 있다. 아침에 돌아와 잠을 청해도 쉽게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온갖 자동차들의 소음과 온 동네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에 숙면은 도저히 불가능했다.

 

또 잠보다 더 큰 문제는 내가 미국 사람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청소만 깨끗이 잘 하면 되지 무슨말이 필요하겠는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 부딪치고 보니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영어 발음은 전혀 쓸모없는 죽은 영어가 됐고, 그들이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그들이 평소 사용하고 있는 글자도 도저히 알아볼 재간이 없다. 청소를 하고 이튿날 작업장에 다시 가면 지적사항을 적어 놓은 쪽지가 잘 보이는 곳에 붙여져 있다. 그런데 그 지적 사항의 글자를 알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통상 실내와 실외의 도면 약도에 지적 사항을 기록을 하는 데, 'Good'이라고 표기된 곳의 'G'자는 아라비아 숫자 6자를 엉성하게 그려놓은 것 같고 'D'자도 밥주걱을 거꾸로 세워놓은 것 같이 그려놓는다. 'No Good'은 청소가 잘못 되었다는 뜻인데, 이것 역시 지렁이가 트위스트 춤을 추는 것처럼 그려놓아 황당하다.

 

나는 이들의 글씨를 알아 보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래뵈도 한국에서 20년 공직생활 하면서 대민 상담까지 하던 내가 미국에 와서는 갑자기 무식쟁이로 전락해 버렸다.

 

청소 사업을 하면서 모욕적인 사건도 있었다. 사무실 청소 하나를 계약했는데 이 사무실은 옛 건물을 다시 보수하여 수리한 건물로 실내외에 많은 페인트가 산만하게 묻어 있었다. 특히 창틀 사이로 끼어든 페인트의 흔적은 아무리 잘 제거를 한다해도 흔적이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건물은 여러가지로 청소하는 조건이 아주 고약한 상태였다. 어느날 그곳에 있는 오피스맨들은 하얀 장갑을 끼고 구석구석을 손으로 문지르면서 백옥 같은 장갑에 먼지와 페인트가 묻어 나온다며 더 이상 청소일을 하지 말라고 하더니 그동안 청소한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겠다고 시비를 걸었다.

 

나와 최씨는 그들의 시비에 말려들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청소가 잘못 되었으면 다시 해주면 될 것이고, 최소한의 인건비는 지불해야 할 것이 아니냐며 따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사무실은 변호사 사무실이기에 그들은 모두 변호사의 신분이며 우리는 노동자 신분이다. 그들은 말을 너무 잘하고 우리들은 말을 잘못하는 불리한 처지에 있다.

 

우리는 '노임을 지불해라', 그들은 '못주겠다' 하면서 피차간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며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상류사회가 전부 신사적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우리들은 피차 흥분된 상태인지라 이왕 돈을 못 받을 바에야 그냥 물러 설 수가 없었고, 무식하게 미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욕이라는 욕은 다 퍼부었다.

 

그랬더니 한 사람이 갑자기 나의 멱살을 움켜 잡으려 덤볐고, 그 손을 힘껏 후려치면서 이제는 네 사람이 엉켜 붙었다. 순간적으로 상황은 악화되어버렸고 거친 실랑이를 벌이다 건물을 빠져 나오고 말았다.

변호사라는 신분으로 보잘 것 없는 유색 인종들의 약점을 이용하여 노동의 댓가를 차취하려는 그들의 악질적인 행위에 대한 분함이 쉽게 가라앉지를 않았다.

 

최씨와 나는 누가 먼저 말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식당앞에 차를 주차했다. 너무나도 억울하고 화가 나고 분통이 터져 술 한잔을 하고 싶었나 보다. 식당에서 잔을 기울이던 중 최씨가 먼저 말을 시작한다. "신 선생님, 오늘 일은 없었던 것으로 생각하고 잊어 버립시다."

 

그 말을 하는 순간 그의 목소리는 약간 떨었고 눈가에는 눈망울이 맺혀있다. 너무나도 참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나 역시 억울함과 분함을 이기지 못해 피가 거꾸로 솟아 오르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큰 한숨으로 최씨의 말에 답했다. 노동의 대가를 못 받은 것은 포기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로부터 무시당한 것이 참으로 분했다.

 

최씨는 또 "신 선생님. 오늘 일은 영원히 비밀로 합시다. 청소 잘못해 돈을 못 받았다는 소문이 탬파에 퍼지면 우리들 청소 사업 하는 데 큰 영향이 미치게 될 것이니 말입니다" 하고 말했다.

 

우리는 이 날 억울하고 분한 마음으로 흥분된 상태에서도 이민생활의 앞날을 걱정하며 서로 조심하며 살자고 굳게 약속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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