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해외 여행은 1981년 뉴욕이었다. 그로부터 30여 년 만에 뉴욕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유나이트 에어(United Air)를 이용해 일본 나리다 공항에서 환승을 해 뉴와크(Newwark)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했다.  

 

미국 방문은 지난 9.11 때 방문하고 거의 10여 년 만이다. 편서풍 덕분에 한 시간 일찍 도착은 했으나 입국 수속에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미국인보다 외국인 승객이 더 많은데도, 자국민 창구는 15개인데 반해 외국인은 3개만 열고, 그나마 까다롭게 심사하고 지문과 사진을 찍어대니 자연 늦을 수 밖에 없었다. 

 

이는 서비스의 무개념이 아니라 강대국의 횡포 수준에 가까웠다. 왜 인천공항이 6년 연속 최고의 공항으로 뽑혔는지 이제야 제대로 알겠다.

 

누구나 해외에 나오면 애국자가 된다. 우물 안 개구리가 넓은 세상에서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에 와서는 새삼 우리의 인터넷 강국을 다시 실감했다. 인터넷 서비스가 예전과는 달리 유선에서 무선(Wi fi)로 변했다. 하지만 속도가 우리 나라에 비해 엄청 느릴 뿐만 아니라 접속상태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해외에 살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자기 나라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쓰여진 책이 바로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학(21세기북스: 2009)’이다.

 

저자는 브로드웨이의 베스트셀러인『나를 부르는 숲』으로 잘 알려진 여행 작가로 미국 아이오와 주 디모 인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건너가「더 타임스」와「인디펜던트」신문에서 여행작가 겸 기자로 활동하다 20년 만에 미국으로 돌아가 뉴햄프셔 주 하노버 시에 정착했다. 

 

영국「더 타 임스」로부터 ‘현존하는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여러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나를 부르는 숲』은 뉴욕타임스에 3년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으로, 빌 브라이슨이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도전 한 종주 기록을 담은 책이다.

 

이외에도 방대한 양의 과학 정보를 재미있게 풀어낸 과학 교양서『거의 모든 것의 역사』, 주간지「Night & Day」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고독한 이방인(I’m a Stranger Here Myself)』을 비롯하여『햇볕에 타버린 나라에서(In a Sunburned Country) 』,『브라이슨의 성가신 단어 사전 (Bryson’s Dictionary of Troublesome Words)』,『모국어(Mother Tongue) 』,『잃어버린 대륙(The Lost Continent)』,『작은 섬에서 부친 편지 (Notes from a Small Island)』,『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니고(Neither Here Nor There)』,『빌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일기(Bill Bryson’s African Diary)』,『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학』,『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등이 있다. 

 

그는 미국인으로서 영국에 수 십년 산 사람이다. 영국인 아내를 둔 준(準) 영국인이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정착했는데 새롭게 보이는 미국 문화에 대한 애교 넘치는 독설이 재미있다. 그의 이야기는 여행 정보를 주는 기행문이 아니다. 도리어 미국 문화를 엿볼 수 있고 우리 모두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른 시각으로 본 이야기이다. 

 

이 책의 발단은 저자가 ‘발칙한 유럽산책(21세기북스: 2008)’에서 유럽 각국을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대로 자기 조국 미국을 바라본 것이다. 이 책은 2012년 현재 16쇄를 발행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발칙한 여행가의 유머가 넘치는 훈훈한 이야기로 여행 정보가 아닌 여행 재미를 선사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출간한 ‘처음 읽는 미국사(Humanist: 2010)’에서 새로운 미국을 알게 되었다. 이 모임이 만든 시리즈물 중에 하나로 ‘처음 읽는 인도사’, ‘처음 읽는 터키사’등이 있다. 

 

미국을 한마디로 ‘인종의 샐러드 접시’, ‘문화의 샐러드 접시’라고 평했다. 모든 인종이 자유롭게 살아 모든 문화가 공존하는 용광로(melting pot)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두 차례 큰 내전- 독립전쟁과 남북 전쟁을 통해 민주주의가 쟁취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원주민인 인디언을 추방한 아픈 과거도 있었다. 그리고 두 차례 세계대전을 통해 지금은 누가 뭐라 해도 세계 최강국이 되었다. 

 

최근 들어 영토 문제로 일본과는 독도가, 중국과는 이어도가 논쟁 대상이다. 우리 역사 의식이 없이는 우리의 영토를 지킬 수가 없다. 잃어 버린 역사 - 발해와 탐라를 찾고, 왜곡된 역사 - 식민사관을 바로 잡아야 한다. 

 

역사는 국수주의자가 되자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정체성 (Identity)를 찾기 위함이다.

 

새삼 남의 나라를 여행하면서 우리의 역사가 새롭게 생각난다. 여행이란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집의 안락함을 기꺼이 버리고 낯선 땅으로 날아와 집을 떠나지 않았다면 애초에 잃지 않았을 안락함을 되찾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쓰면서 덧없는 노력을 하는 게 여행 아닌가?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방랑벽을 타고 나는 법. -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떠나자마자 귀소본능이 발동해 집 생각이 절로 난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우리 옛말이 있듯이, 여행이란 어차피 집으로 향하는 길이니까. Home, home, sweet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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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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