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빵맛이 여전하다구라?

 

뉴스로=김중산 칼럼니스트

 

 

황교안 건빵코미디.jpg

 

 

2010년 11월 30일 연평도 포격 사건 직후 당시 한나라당 (현 새누리당) 안상수 대표가 초토화된 현장을 방문해 검게 탄 보온병을 들고 “이게 포탄입니다”라고 말해 여론의 질타(叱咤)를 받고 ‘보온 상수’란 별명을 얻었다. 병무청의 공직자 병역사항 자료에 의하면 안 대표의 병역면제 사유가 ‘행방불명’으로 되어 있다. 사법고시 준비를 하느라 징집 영장을 피해 도망다니다가 ‘고령’으로 소집면제된 것이다. 이로 인해 그는 누리꾼들로부터 ‘보온 상수’에 이어 ‘행불 상수’란 명예롭지 못한 별명을 하나 더 얻었고,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행방불명 되는 것 아니냐”는 조롱에 시달려야 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24일 충남 논산에 있는 육군훈련소를 찾았다. 설 명절을 앞두고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훈련병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그는 훈련병들에게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안보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훈련에 매진해 달라”고 격려했다. 그는 이어 훈련소 관계자들에게 “귀한 아들 딸들을 군에 맡긴 부모들이 걱정하지 않는 가운데 훈련병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군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혼신(渾身)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황 권한대행은 1980년 ‘만성 담마진(蕁麻疹)’이란 일종의 피부병(두드러기)으로 징집 면제 처분을 받고 군대에 안 갔다. 그러나 담마진 판정 전에 이미 징집 면제 처분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사실상 병역을 기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군대도 못갈 정도의 중병(?)을 앓으면서 사법고시에 합격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한센병도 아니고 두드러기 질환으로 군대 안 간 사람이 버젓이 군복을 입고 군 훈련소에 나타나 국가의 부름에 부응해 병역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훈련병들을 격려(?)하는 모습은 마치 친일파가 독립운동가에게 애국 애족을 역설하는 것과 같은 한 편의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표현대로 대한민국의 ‘귀한 아들 딸들’이 다 가는 군대에 가지 않은 황 권한대행 같은 병역기피자는 안보를 말할 자격이 없다.

 

그의 어줍잖은 격려도 볼썽사납지만 동행한 한민구 국방장관이 건네준 건빵을 맛보고 “건빵 맛 여전하네”라고 말하며 파안대소(破顔大笑)하는 모습 또한 보면 볼수록 역겹고 가증스럽다. 군대도 안 갔다온 사람이 어떻게 건빵 맛을 알까. 정말 병사들의 애환이 서린 건빵의 의미를 알고 저런 소릴 하는 걸까. 새삼 건빵 얘길 들으니, 일 년에 한두 번 명절 같은 특별한 날에만 특식으로 나오는 고깃국에 고기는 한점도 없고 기름만 둥둥 뜬 맹물 같은 국에 찬밥을 말아 먹으며 향수를 달래던 군 시절이 문득 떠올라 만감이 교차한다. 지금도 방산비리 같은 이적행위를 하는 자들이 있듯 반세기 전 내가 강원도 화천 최전방 군부대에서 복무할 때도 병사들을 배불리 먹여야 할 식량과 보급품을 위에서 빼돌려 가로채는 등 부정부패가 만연해 병사들을 헐벗고 굶주리게 한 자들이 있었다. 그 고난의 시절 허기진 병사들의 배를 간간이 채워준 게 바로 건빵이다. 그런 건빵을 군대도 안 간 황 권한대행이 마치 군대 가서 배고플 때 먹어보기라도 한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건빵 맛이 여전하네”라고 웃으며 말하는 그 뻔뻔함이 놀랍다.

 

 

황교안 건빵.jpg

<이상 사진 YTN 캡처>

 

 

2015년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 지명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제가 대한민국의 남자로서 군 복무를 제대로 마치지 못한 점에 대해선 늘 국가와 국민들에게 빚진 마음으로 살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진정 마음 속에 부채의식이 눈꼽만큼이라도 있다면 제발 어울리지도 않는 군복을 입고 장병들 앞에 나타나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말고 양심의 가책을 위로하며 쥐 죽은 듯 가만히 있는 게 황 권한대행이 애국하는 길임을 유념하기 바란다.

 

병역은 납세, 교육, 근로와 함께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지켜야 할 4대 의무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권력과 부를 가진 자들은 석연찮은 이유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도 아무 탈없이 보란듯 잘 살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는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병역기피자는 평생 피선거권을 박탈하고 어떤 경우에도 공직에 진출할 수 없도록 엄히 다스려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전쟁이 나면 국민을 버리고 제일 먼저 도망갈 병역기피자들이 정부 고위직에 올라 안보를 역설하는 가증스런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김중산의 LA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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