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한국의 대(對) 베트남 직접투자액이 처음으로 대중국 투자액을 앞질렀다. 2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해외투자통계에 따르면 대 베트남 직접투자액은 올 상반기에만 19억7081만달러로 작년 한 해 총 투자액 19억5460만달러를 이미 추월했다. 대 중국 투자액은 올 상반기 15억9568만달러로 작년 총 투자액 29억 6435만 달러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중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2014년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다 사드(THAAD) 여파 및 미ㆍ중 무역분쟁으로 경영 여건이 악화되자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최고 398만동(약 19만 원)으로 중국의 최고 2420위안(약 39만 원)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2018년 중소 제조기업 수출 경쟁력 실태조사' 결과 해외 생산거점으로 가장 선호받는 지역으로 베트남(37.3%)이 중국(23.2%)을 크게 앞섰다.
실제로 지난달 19일 SK그룹은 4억7000만 달러를 마산 그룹(Masan Group)에 투자해 1억1000만주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마산 그룹은 식음료 분야에서 베트남 최대 기업이며 축산, 금융, 광물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양 사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신사업 개발 및 동남아 신시장 개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8월에는 한화그룹이 빈그룹(Vingroup)의 주식 8400만 주를 4억 달러에 인수했다. 빈그룹은 베트남에서 시가 총액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부동산, 유통, 리조트, 의료, 교육 등 다방면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근래에는 자동차, 휴대전화, 애니메이션 사업에도 진출해 사업 영역을 크게 넓혔다.
국내 금융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사업 영역도 기업 금융 위주에서 신용대출, 부동산 담보대출, 신용카드, 보험 등 소비자 금융으로 넓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한베트남은행은 전국에 총 30개의 영업망을 구축하며 외국계 1위 은행의 입지를 굳혔다. 베트남우리은행은 최근 하노이, 호치민, 박닌에 이어 추가로 6개 지역에서 영업망을 확충코자 1조 6000만동(약 476억 원)을 증자했다.
KB금융지주도 KB증권의 현지법인인 KBSV(KB Securities Vietnam) 증자 등에 1억 10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롯데카드는 지난 3월 테크콤 파이낸스(Techcom Finance)의 지분 100%를 1조 7000억 동(약 809억 원)에 사들였다. 신한카드는 올해 1월 1억 5100만 달러에 푸르덴셜베트남파이낸셜(PVFC)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롯데 계열사 및 신한베트남은행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호치민 라이프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