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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나고, 초기에는 잠이 들기만 하면 악몽을 꿨습니다. 천장에서 도는 선풍기마저 꿈인 듯 현실인 듯 마치 헬리콥터의 날개가 돌아가는 것 같어요."
지난 3일 오후 광주 지산동 지음책방에서 열린 '심야책방-살아남은 자의 슬픔' 에서 베트남의 바오 닌 소설가는 담담히 전쟁의 참혹함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냈다.
2018 제2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 연계 '아시아문학레지던시' 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된 이날 심야책방에서 바오 닌 소설가는 "전쟁이 끝난 후 설 명절 때마다 쏘는 폭죽마저 폭탄처럼 느껴졌고, 쉽게 화가 나서 총을 쏘고 싶을 정도였다"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책을 보며 점차 사그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1969년 17세 나이에 군에 입대해 1975년 전쟁이 끝나고 심리적인 불안감이 지속되자 마음을 잡는 계기로 글을 쓰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작가가 된 것은 잘한 것"이라면서 "전쟁을 치른 군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치유하지만 방식을 찾지 못한 사람은 결국 병원에 가게 됐다"고 밝혔다.
바오 닌 작가는 "전쟁은 보통 수십 수백 명이 죽고, 그에 대한 상처나 기억은 굉장히 오래 남는다"면서 "끔찍한 전쟁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남북의 지도자가 만나 통일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고 정말 반갑게 생각했다"며 "전쟁 없이 이렇게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하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첫 장편 '전쟁의 슬픔'은 전쟁이 인간 영혼에 얼마나 큰 고통과 상처를 남기는지 사실적으로 보여줬으며, 1991년 베트남 작가협회 최고작품상, 1995년 런던'인디펜던트' 번역문학상, 1997년 덴마크 ALOA 외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무려 16개국 언어로 번역·출판되기도 했다.
'전쟁의 슬픔'은 베트남 군인의 죽음과 전쟁을 싫어하는 내용이 담겨 한때 베트남에서 금서가 됐다.
책에서 그는 '정의가 승리했고, 인간애가 승리했다. 그러나 악과 죽음과 비인간적인 폭력도 승리했다'고 말한다. 바오 닌 작가는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쟁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모두 동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치민 라이프프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