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권력 서열 2위인 응우옌 쑤언 푹(68) 국가주석이 돌연 사임하였다.
국영 베트남뉴스통신(VNA)은 17일 푹 주석이 본인 휘하에 있는 다수의 공직자들의 비리 행위에 책임을 지고 공산당에 사직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하였다.
또 당 중앙위원회 관계자를 인용해 “푹 주석은 당과 국민들 앞에서 자신의 책임을 통감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전하였다.
푹 주석은 베트남 남중부 꽝남성 출신으로 지역 인민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총리실 장관, 부총리를 거쳐 지난 2016년 총리직에 오른 뒤 재작년 4월 국가주석에 취임하였다.
베트남은 권력 서열 1위인 서기장을 중심으로 국가주석(외교·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이 권력을 분점하고 있다.
푹 주석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 사이에서는 ‘친한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4일부터 6일까지 한국을 국빈 방문한 기간에 윤석열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하기로 합의하는 등 양국 관계 증진에 크게 기여하였다.
베트남에서 국가주석이 갑자기 사임한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지난 5일에는 팜 빈 민과 부 득 담 등 부총리 2명이 동시에 경질돼 부정부패에 연루됐다는 추측이 나온 바 있다.
베트남은 총 4명의 부총리를 두고 있는데 이중 민 전 부총리는 외교 등 국제업무와 인권 관련 업무를 총괄했고, 담 전 부총리는 교육·노동·정보통신, 문화관광, 보건 등의 분야를 관장하였다.
이런 최근의 움직임과 VNA 등 현지 언론 보도 내용을 감안할 때 푹 주석이 고위급 인사들의 비위 행위와 연관돼 사직했을 거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베트남은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을 위해 고강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베트남 공산당은 작년 6월 말 개최한 전국 컨퍼런스에서 지난 10년간 부패, 권한 남용, 횡령 등 3대 경제범죄 1만6천699건을 적발해 관련자 3만3천여 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은 지난해 11월 18일 열린 반부패 중앙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부패 범죄 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퇴가 공산당 내부의 권력 투쟁에 의한 결과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그의 사퇴 이후 후임 국가주석 선정을 비롯해 향후 베트남 공산당 내부의 권력 지형에 생길 변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베트남 공산당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국가주석은 상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 비해 실질적인 권한은 팜 민 찐 총리에게 집중돼 있고, 쫑 서기장의 지도력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심각하게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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