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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치민에서 한인유소년축구클럽을 운영하는 김상식(39) KJFC 감독은 ‘박항서 신드롬’을 몸소 느끼고 있다. ‘박항서 사단’이 베트남에서 대회마다 축구 역사를 새로 쓰면서 ‘KOREA’ 브랜드는 날이 갈수록 가치를 더하고 있다. 베트남 사업 철수를 고려한 여러 국내 기업이 재기한 사례도 있고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등 주요 기관들도 난제를 떠안았을 때 ‘박항서 효과’를 많이 봤다고 한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자긍심은 말로 표현을 못 다한다.
박항서 신드롬의 직접적 효과는 비단 베트남 축구 유망주의 동기부여에만 있지 않다. 베트남 하노이, 호치민 등 주요 거점엔 한국 교민과 주재원 등이 18만 명 가까이 거주한다. 호치민엔 10만 명이 살고 있는데 교민과 주재원 자녀들이 너나할 것 없이 공 차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학창시절까지 운동을 하다가 부상으로 꿈을 접은 뒤 일반 직장인 삶으로 돌아선 김 감독은 호치민으로 파견왔다가 지난 2012년 축구교실 형태의 한인유소년클럽을 창단했다. 처음엔 소수 인원으로만 팀을 꾸렸는데 박항서 신드롬과 함께 초등, 중등, 고등부 등 120여 명 규모로 거듭났다. 이밖에 JCFC(최원규 감독), KCYFC(김찬영 감독) 등 또다른 한인 유소년 팀도 등록 선수가 과거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호치민 내 ‘한국 유소년 축구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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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대부분이 엘리트 선수를 꿈꾸지 않고 오로지 축구 자체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그럼에도 평일반 또는 주말반으로 나뉘어 방과 후 정규 훈련을 하고 친선경기 등에 참여하는 등 전문 축구클럽 못지 않은 열기를 뿜어낸다. 베트남은 동남아 특유의 고온 다습한 환경 때문에 현지 유소년도 엘리트 선수의 길을 걷는 경우가 아니면 실외 운동을 취미로 즐기는 일이 드물다. 20일 호치민에서 만난 최원규 감독은 “베트남은 날씨가 더워 취미 활동이 제한적이다. 베트남 현지 아이들도 집에서 PC게임 등 실내에서 주로 논다. 그런데 한국 아이들이 밖에서 축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니까 베트남 사람들이 관심있게 본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여기에 계신 (주재원이나 교민) 부모들, 그리고 아이들 모두 교육을 우선시 하지만 더워도 공을 차면서 땀 흘리는 게 더 유익하고 서로간의 공동체 의식을 기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구를 통해 진학을 하거나 미래를 그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공 차는 즐거움은 배가 된다. ‘박항서 신드롬’은 더운 나라에서 지내는 한국 유소년들을 축구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리고 베트남 국민은 이를 통해 한국 축구에 대한 또다른 신뢰를 느낀다. KJFC에서 뛰는 호치민한국국제학교 재학생 구경모(15) 군은 “베트남에서 택시 기사분이나 또래 친구들이 늘 박항서 감독 얘기를 한다. 참 자랑스럽고 (학교 생활 외에도) 축구하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한인유소년팀을 상대로 현지 베트남 팀들이 친선 교류를 제의하기도 한다. 2000년대 초반 호치민으로 건너와 건설업을 하는 한국인 사업가 조장희(55)씨가 한인유소년축구협회를 구성해 회장직을 맡으면서 한층 조직화돼 있다. 한인유소년 팀은 협회 지원을 받아 매년 여름 경남 남해에서 열리는 MBC축구꿈나무 여름대축제에 출전하는 등 경기 경험도 쌓고 있다. 박항서 신드롬이 교민 사회에도 작은 변화를 이끌고 있다.
[호치민 라이프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