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동의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조국’ (8)
Newsroh=오인동 칼럼니스트
북의 핵/미사일 시위 뒤 미국도 남과 중국도 각기 힘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지난 해 트럼프가 남의 종미세력이 주적이라고 하는 북을 전멸시키겠다고 하니 그들은 반가워해야 할까? 허세와 공포를 가라앉히고 각기의 처지를 성찰해 볼 때다.
미국과 중국이 어떠하든, 남과 북은 하나로 되지 않으면 불편해 견딜 수 없는 숙명(宿命)의 반쪽들이다. 남은 남북교역 중단조치 해제,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관광을 곧 환원해야 한다. 유엔 대북제재에 저촉되니 어쩌니 말고 남이 자신만 가지면 6.15선언처럼 이는 민족 내부의 일일뿐이다. 연합방 경제체제를 시작해 주민들이 한 나라로 함께 사는 듯한 세상을 맛볼 때 연합방 평화체제에 합의할 수 있다.
그러면 조국에서는 어떤 전쟁도 일어날 수 없다. 북은 ‘핵폭탄은 남에 쏘기 위한 것이 아니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남과의 ‘상호불가침’을 보장함으로써 남이 전작권 전환을 하면 된다. 그러나 남의 논객들은 6자회담을 해야 한다고들 할 것이다. 주변 4국은 우리겨레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 것을 남북주민들이 다 아는데 왜 그들과 논의하자는가? 언제 어디까지나 남북끼리 먼저 한 뒤 3자, 4자회담이던 필요하면 하자는 것이다. 지난 20여년, 4자/6자회담들은 모두 실패해 오늘에 이른 사실을 모르나? 겨레의 이익을 위해 오로지 남북끼리 먼저 합의하고 한 목소리로 해야 겨레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다.
60여년 북을 불량깡패국가로 악마화해 온 미국이 북핵/미사일 고도화에 밀려 판문점에서 다시 마주앉아 항복문서 같은 북미 평화협정에 서명하려 나설까? 1953년 정전협정에 서명한 클라크 미 육군대장은 “…미국 역사상 승리하지 못한 정전협정에 조인한 최초의 미군사령관이라는 영예롭지 못한 이름을 띄게 되었다”라고 했다. 그 뒤 북에 당한 수치심을 미국은 잊었을까?
1968년, 영해침범으로 북에 나포(拿捕)된 정찰함 푸에블로의 82명 승무원 송환을 위해 미국은 항공모함 전단 발진과 전투기 출격 등으로 11개월 북을 위협하다가 북에 사과문을 바치고 미군들을 데려갔다. 1969년에는 영공침범한 정찰기(EC-121)가 북 전투기에 격추되어 31명이 몽땅 청진 앞바다에 수장된 치욕을 당했고, 1976년 판문점 미루나무 사건 때 미군장교 2명이 북군에 살해되자 대규모 무력위협을 했지만 어쩌지도 못했다. 그리고 1993년 핵파동 뒤 <’94년 북미기본합의>를 했다. 최강대 패권 미국은 이제 다시 굴욕적인 판문점 북미평화협정 조인식장에 나오고 싶을까?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기피하던 미국이 1978년 “평화는 근본적으로 남북 사이의 문제이니 남북이 먼저 대화한 뒤 필요하면 남북•미 3자회담을 하자”고 한 것을 제5장에서 보았다. 이제는 남북의 자발적 결의와 역량과 위세로 먼저 ‘북남 연합방 평화체제’의 합의로 겨레의 이익을 챙기고 동시에 미국의 체면도 지켜주자. 그러면 북미관계 정상화도 순리적으로 이뤄지는 우리겨레의 앞날도 빛날 것이다.
6.15선언에서 우리가 되새겨 보아야 할 교훈은 첫째, 남북 사이에 화해•협력•교류•왕래한 10년 평화관계는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었다. 사실은 미국의 패권행사를 위한 정책에 반하는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둘째, 그런데도 미국이 나서서 방해하지 못했다. 미국도 한 민족의 당사자 남북이 합의한 선언을 어쩌지 못한다는 증거다. 셋째, 세계 유일의 70여년 분단국 남과 북이 통일하겠다는데 미국이 반대하면 국제적 지탄(指彈)을 받을 것을 미국은 안다. 넷째, 그러니 평화체제 구축은 우리겨레의 평화와 통일을 싫어하는 미국과 주변국에 달린 게 아니고 당연이 6.15선언의 의의처럼 남북 자신에 달려 있다.
그러면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을지 정전(停戰) 뒤의 역사를 잠시 돌이켜 보자. 1953년 정전협정에 서명한 중국인민지원군은 1958년 북에서 철수하고 중국에서 해체되었다. 1975년 유엔총회에서 유엔군사령부 해체 결의가 있었고 북은 1993년 북측 중립국감시위원회의 체코대표단을 내보냈다. 1994년, 북은 군사정전위원회를 폐지하고 대신 ‘조선인민군대표부’를 판문점에 설치하니 정전협정 당사국 중국도 떠났다. 1995년, 중립국감시위의 폴란드도 철수해 군사정전위원회는 사실상 무효화됐다.
지난 23년 동안, 북은 실체 없는 유엔군 모자를 쓴 미군과만 독대해왔다. 하여 실존하지 않는 군사정전위원회의 실질적 당사자는 북과 미국뿐이고 유엔군도 중국군도 없다. 또 북이 무효화한 군사정전위원회에 더해 북은 2013년 2월, 3차 핵시험 뒤 3월 5일, 미국과 핵 대 핵 대결 때 “정전협정 백지화”도 선언했다. 65년 전 정전협정 서명국도 아니어서 참가할 자격도 없는 남의 논객들이 종전선언을 해야 한단다. 북도 종전선언하자고 미/중에 매달리나? 사실상 실종된 군사정전위원회를 회생시켜 민족 내부의 평화체제를 구속시킬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러니 남북 평화체제 구축은 남북만의 협의로도 가능하다. 왜냐면 2007년 10.4평화번영선언에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라고 했다. 또 ‘관련 3,4국의 종전선언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한다’고도 했지만 남북이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는데 미국이나 중국을 끌어들일 필요도 없다.
뿐만 아니라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남과 북은 나라와 나라 사이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해 가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민족내부의 특수관계”로 되어있다. 그래서 6.15남북선언도 미국과 중국의 개입 없이 이뤄졌고 또 그렇게 실행하던 10년에 아무 문제도 없었다.
이제 6.15의 ‘사실상 평화체제’를 다시 선언하자. 북이 1960년 남에 통일로 가는 과도기적 조치로 ‘연방제’ 실시를 제안했던 정신처럼, 또 제5장에서 본대로 1974년 남이 북에 불가침협정과 교류.협력을 제안한 것을 1984년 북이 수용했던 정신처럼 해보자.
즉, 북남이 상호안보를 보장하며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의 불가침조항을 재확인해도 된다. 또는 ‘연합방 평화체제’ 선언은 남이 1993년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제안했던 정신에 따라 2000년 6.15선언을 하고 실행했던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러니 ‘연합방 경제체제’에 이어 ‘평화체제’를 선언하자.
이러면 주변국들은 남북이 하나로 되려는 것을 반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 남북이 합의한 6.15선언의 ‘사실상 평화시대’를 누구도 제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의 남북은 18년 전의 미약했던 존재가 아니다. 수소탄/ICBM 우주과학국 북과 경제강국 남이 하려는 민족내부의 합의를 과연 그 누가 된다, 안 된다 할 수 있는가?
이제 남은 미국예속 노예근성(奴隷根性)에서 벗어나 남북 사이의 문제에 미.중.일.러를 불러들일 이유가 없다. 실제로 남과 북이 평화번영의 길로 한 단계 더 높여갈 2007년 10.4선언을 하고도 실행하지 못하게 한 것이 누구였나? 남의 국제관계론자들이 말하는 강대 미국이었나? 아니다! 그럼 누구였나? 6.15/10.4선언을 깬 자는 이명박이었다!
즉, 당사자의 한편인 남이 깼다. 그것도 미국의 허락도 없이 제법 자주적(?)으로! 박근혜가 개성공단을 전격 폐쇄한 것처럼 말이다. 둘 다 미국에 자진 봉사했다. 혹시 그렇지도 않았다면? 뒤에서 미국이 시키는 대로 했을지도 모른다는 얘긴가? 정말 그랬다면,… 남한, ‘이게 나라냐?’
박근혜 탄핵 반대시위에 나선 종미매국세력이 대형 미국국기를 광장에 펼쳐 놓고 두 손에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을 미국에서 보며 부끄럽고 한심했다. 혹시 미국친구가 “너의 나라의 대통령을 탄핵하는데 왜 미국기를 들고 나왔냐?”고 물을까 두려웠다. 다행이 촛불시민혁명으로 이뤄낸 박근혜 파면으로 ‘이런 게 나라다!’를 실현해 냈다.
그래 다시 만들어 낼 자 또한 남이고 북뿐이다. 이렇게 원칙과 이상에 따른 ‘연합방 평화체제’를 얘기하니 남에서는 국제관계를 모르는 순진한 낭만주의라 할 것이다. 미국시민으로 48년을 살고 있는 나는 모국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남의 정•관•군•학계 인사들의 종미사대주의에 쩔은 행태를 역겹게도 많이 보아왔다.
서해에서 남북교전이 일어났을 때, PCIP(태평양국제정책협의회)에서 미국인이 ‘남북 사이에 문제가 생겼는데 북은 왜 미국과 얘기하자 하느냐?’는 질문에 당황한 남의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작전통제권이 없어서라는 말은 차마 못하고 구차스럽게 US-ROK Alliance(미.한동맹)의 중요성만 주절대며 얼버무리는 안쓰러운 모습을 보아야 했던 이 재미동포의 부끄럽고 씁쓸함이라니!
또 연례 한미 안보협의회에 참석 전에 철저한 준비로 참여하려 했던 일류대학 출신의 신임 국방부 관리가 지난 회의록을 보며 준비하자 했단다. 그런데 상관들이 ‘그런 것 필요 없고 칵테일 마시며 미국이 하는 대로 하고 오면 된다’는 말을 듣고 격분을 삼켜야 했었다는, 뒤에 국방대학원 부총장이 된 분의 말도 떠오른다. 그러니 미국 관리가 북은 밉지만 ‘존경할 만한 적’(Respectable Foe)이고, 남은 귀엽지만 ‘얕보는 동맹’(Despicable Ally)이라 했다는 얘기가 또 귀에 울린다.
소위 남의 관료/전문가들의 뼈 속까지 절어 자연스럽기까지 한 사대주의(事大主義) 근성으로는 이런 일은 이뤄낼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민족끼리나 자주통일의 비현실성을 알아차리고 낭만적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남녘 대신문의 특파원/대기자/논설위원들도 많으니 말이다. 그래 그렇다 해도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허심탄회한 논의로 겨레의 앞날을 결정해 보자.
전쟁과 평화의 세계역사에도 전쟁당사자의 한쪽(북)이 상대(남)와 평화하겠다는 선언이 위배될 국제법규는 없단다. 북남 ‘연합방 평화체제’는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6.15 평화시대’도 주변국 관여 없이 남북이 해냈었다. 국제사회에서 분단국의 초라함, 어리석음, 서러움, 불이익을 73년 겪어온 남북이 민족사 최고의 경제/군사/과학적 위업을 이뤄냈으니 남북은 연합방 평화체제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 남녘 논객들은 남이 북미 평화협정의 중재자(仲裁者)로 나서야 한단다.
패권 국익을 위해 1974년 이래 거부해온 북미 평화협정을 이제 와서 미국이 할까? 한다면 미군철수가 북의 전제조건인데 남은 어찌할 것인가? 민족 내부의 문제인 북남 연합방 평화체제 합의 뒤 남북이 미국과 관계정상화 하는 것이 미국의 체면도 살려주게 될 것이다. 필요하면 뒤에 북미남 3자 평화체제를 해도 우리 겨레에 유리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미군철수 문제도 포함하게 될 것이니 이에 대해서는 제11장에서 논의해 보자.
그러면 남은 문제는 북핵이다. 남 정부와 논객들은 비핵화/북핵 폐기만 주장한다. 미국의 핵우산은 남의 핵과 같은데 북핵만 폐기하랄 수는 없지 않은가? 주변국에 휘둘리지 말고 결연하게 남북이 먼저 북핵을 겨레의 핵으로 품어 안아야만 겨레의 이익에 맞게 할 수 있다고 6장에서 말했다.
북남 연합방 평화체제를 합의하면 미국은 북핵=겨레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남북은 그 뒤 겨레핵의 동결. 폐기 또는 보유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면서 남북의 겨레핵을 어찌할 것인지 다음 제9장에서 논의해 보자.
<차례>
1. 한 나라로 함께 사는 세상
2. 연합방 경제체제 청사진
3. 민족사 최고의 부강번영
4. 서둘러야 할 연합방체제
5. 미국: 평화협정 거부, 북: 핵개발
6. 북핵은 겨레의 핵으로
7. 다시 열어야 할 6.15시대
8. 남북연합방 평화체제 먼저
9. 겨레의 핵을 어쩔 것인가?
10. 북남 겨레핵의 비확산 선언
11. 겨레의 핵우산 쓰고 미군철수
12. 풍요 자유 평등 자주 통일조국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오인동의 통일 C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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