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적폐를 걷어낼 희망을 본다
뉴스로=강명구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은 성스러운 순례길이 되어간다. 한 달 보름 전 처음 광장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을 때는 노오란 은행잎이 곱게 물들었다. 고운 노란 잎 다 떨어지고 마지막 잎새마저 다 떨군 앙상한 경복궁 가로수 길은 겨울로 접어들고 있었다. 가슴 속 깊은 곳에 있는 절절한 마음을 전하러 가는 길은 긴장과 설렘으로 가득 찼다.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그녀에게 단호하고 엄중한 마음을 전하려 끝없는 행진을 펼쳤다. 행진은 평화로웠지만 분노는 절정에 다다른 채였다.
영원한 청춘을 꿈꾼 그녀는 불로장생(不老長生), 을 꿈꾸던 진시황처럼 세상의 온갖 진기한 미용치료제는 다 찾아 사용하였다. 자낙스 600정, 스틸녹스 210정, 할시온 300정 등 총 1천110정의 마약류 지정 의약품을 사들여 836정을 소비했다고 한다. 자낙스는 공황장애나 불안장애를 치료할 때 사용되는 마약류로 지정된 의약품이다. 스틸녹스는 주성분이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졸피엠이다. 가수 에이미가 과다복용으로 처벌받았던 의약품이다. 할시온도 환각증세 등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해외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약품이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구입한 약품 중에는 소위 태반주사라 불리는 라이넥주와 감초주사로 불리는 히씨파겐씨주, 마늘주사로 불리는 푸르설타민주 등이 포함되어있다. 백옥주사 안에는 글루타치온이라는 해독성분이 있어 마약을 즐겨하는 사람들이 온몸에서 마약성분 세척용으로 흔히 쓰인다고 한다.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은 과연 만수(萬壽)를 누렸을까? 그는 나이 50세에 불로초를 얻겠다고 길을 떠났다. 예나 지금이나 위정자들은 무슨 일을 하던지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이었다. 불로초를 찾아 떠난 길 위에서 그는 고작 50의 나이에 객사를 하고 말았다. 슬프도록 웃기게도 그의 죽음은 약물중독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는 그 시대에는 불사의 약으로 알려진 수은(水銀)을 오용, 남용하였다고 한다. 영원한 청춘과 불로장생은 인류의 오랜 꿈이면서도 부질없는 욕망과 어리석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리석은 그녀는 아름다움으로 국민의 사랑을 얻으려고 했다. 어리석게도 그녀는 온 국민의 사랑을 받던 드라마 속 여주인공 ‘길라임’처럼 아름다워지기를 희망했다. 어리석은 그녀는 매일 거울을 보며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하고 물었을 것이고, 기꺼이 그녀의 일그러진 거울이 되어주었던 십상시(十常侍)들은 “각하가 제일 아름다우십니다.”하며 손을 부비면서 세상에서 제일 진기한 불로초를 찾아다 바쳤다.
각자 마음에서 웅얼거리던 작은 소리는 촛불을 들고 함께 모이자 함성이 되었다. 처음 청계광장에서 2천명이 모이던 것이 다음주에 2만 명이 되었고, 그 다음에는 1백만이 되어서 나왔다. 이제 6주 만에 전국에 232만 명이 모여 함께 소리 높여 외쳤다. 미완의 혁명 갑오동학혁명의 결기가 오늘 다시 이 광장에서 요동(搖動)을 친다. 국가를 위해서 슬퍼하고 분통을 터뜨릴 줄 아는 시민들이 120여 년 적폐된 모순을 모두 바로잡고자 분연히 온 가족과 함께 분연히 일어섰다. 반드시 부패척결과 국정쇄신 인간존중(인내천人乃天)사상을 앞세워 세계역사에서 볼 수 없는 성공한 시민축제혁명을 이룰 것이다.
아름다움의 추구는 결국 자기만족도 있지만 사랑받기 위해서이다. 신비주의 세계관을 가슴에 안고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미용정치 패션정치를 펼치던 대통령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추한 대통령으로 남게 되었다.
국민의 애끊는 절규(絕叫)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에게 국민의 사랑이란 국가를 자기의 존재에 귀속시키려는 수단일 뿐이다. 국가권력은 비선실세들의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였고,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공적 의사결정 장치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헌법이나 공적책임을 묻는 건 허망할 따름이니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다. 국가를 이렇게 공황상태에 빠뜨리는 것이 내란이 아니고 무엇이냐며 즉각 체포하기를 준엄하게 명령하는 것이다.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앞’으로 행진은 동학혁명으로 이루지 못한 상실을 딛고 새롭게 힘을 얻는 치유의 시간으로 우리에게 남을 것이다. 한해가 지는 길목에서 한시대가 가는 우리는 여기서 시민들의 진정한 힘으로 만들어지는 식민잔재와 봉건잔재를 일거에 깨끗이 씻어낼 새로운 나라의 탄생과 함께 올 새 희망을 보았다.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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