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이계선 칼럼니스트
금년은 운수대통할것 같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열린 스포츠제전에서 내가 좋아하는 팀들과 선수가 줄줄이 우승을 했기 때문이다. 2월 5일 휴스턴에서 열린 UFC 메인이벤트에서 코리안좀비 정찬성이 이겼다. 무덤에서 나온 송장(좀비)처럼 맞으면 맞을수록 독해지는 정찬성이라고 해도 4년만에 치루는 복귀전이다. 상대는 KO주먹 버뮤데스. 그런데 밀리던 정찬성이 1회에 어퍼컷 한방으로 버뮤데스를 KO시켰다.
다음날 2월 5일 같은 휴스톤에서 벌어진 수퍼볼에서는 뉴잉글랜드가 우승했다. 뉴잉글랜드는 뉴욕의 라이벌이지만 이웃사촌이다. 3쿼터까지 애틀란타에 3:28로 끌려다니고 있어 패색이 짙었다. 그런데 끊어질듯 끊어질듯 실낱같은 기적이 이어지더니 28:28 동점에 성공. 연장전에서 단숨에 터치다운하여 34:28로 이겼다. 미식축구는 쿼터백싸움이다.
수퍼볼 50회에서 뉴잉글랜드의 쿼터백 브래들리는 10분의 1인 5회를 우승했다. 전설의 쿼터백 조 몬태나의 4승을 제친 브레들리이의 5승은 전무후무한 대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브래들리는 스탠드에 앉아있는 어머니에게로 달려갔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어머니는 수퍼볼을 구경하러 온게 아니었다. 기도하고 있었다. 병든 몸으로 3시간 내내 아들이 지고 있는 경기를 지켜 봐야하는 어머니는 얼마나 힘들었까?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난 경기는 보지 않고 기도만 했으니까요.”
그보다 먼저 1월 29일에 새해 첫 테니스이벤트 호주오픈이 있었다. 보름간의 열전 끝에 페더러(남)와 세레나 윌리엄스(여)가 우승했다. 우리집은 테니스를 좋아한다. 경기력은 베이비수준이지만 관전은 프로급이다. 내가 오늘 쓰는 얘기는 선수용(選手用)이 아니다. 테니스를 재미있게 볼수있는 관전용(觀戰用)이다.
“와! 응원하는 팀이 이겼다고 돈이 생기는것도 아닌데 왜 이리 신날까?”
아내가 손벽을 쳤다. 그때 은범이가 반가운 소식을 물고 들어왔다.
“아빠,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돈도 생겨요. 해범이가 이번 호주오픈 결승에서 페더러를 응원하다 천달러를 벌었어요.”
해범이는 결승전에 36불을 내고 페더러에게 베팅을 해서 이겼다. 해범이는 스포츠도박(?)의 귀재다. 600명 회사원들이 참여한 수퍼볼 우승자 알아맞추기에서 공동우승을 하여 3천불을 탄적도 있다. 어떤 주말에는 수천불을 벌기도 한다. 감과 배짱으로 하는 도박이 아니다. 자료를 수집 분석하여 승리자를 가려내는 컴퓨터공학이다.
테니스를 천사스포츠라 부른다. 천사처럼 하얀 유니폼을 입고 신사처럼 경기하기 때문이다. 관중들은 손뼉만 쳐야지 소릴 지르면 퇴장이다. 상대방에게 정중히 서비스를 하면서 경기를 시작한다.
유행따라 패턴이 바뀌어갔다. 선수들은 패션쇼를 하듯 화려한 컬러복장이다. 그래도 전통을 자랑한는 영국 윔블던은 여전히 하얀 유니폼이다. 프랑스오픈에서는 함성을 질러달라고 요청까지 한다. 서비스도 공격무기가 됐다. 악동 맥캔로가 네트로 달려가 넘어오는 공을 쳐버리면서 네트플레이 와 발리공격이 생겨났다. 발레처럼 멋지고 부드러운 스포츠예술이 된 것이다
4개의 메이저대회. 호주오픈(1월) 프랑스오픈(5월) 윔블던(6월) US오픈(9월).
이번 호주 오픈은 진기명기가 속출한 명승부전이었다. 변방을 맴돌던 무명선수들이 우승후보들을 박살내며 반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챔피언 랭킹 1위 조코비치가 117위의 이스토민에게 무너졌다. 결승 길목에서 조코비치에게 고배를 들곤 했던 우승후보 머리에겐 행운이었다. 그러나 머리는 3회전에서 랭킹 50위 즈베레프에게 3:1로 무너진다. 한국의 정현이 2회전에서 디미트로프를 만났다. 디미트로프는 미녀 테니스선수 사라포바의 연인이었다. 정현이 첫세트를 6:1로 따내어 돌풍이 일어나는가 했는데 3:1로 역전패. 가장 인상적인 경기를 벌인 선수는 디미트로프, 나달, 페더러, 즈베레프. 여자는 언니 윌리엄스와 밴더웨이.
무명선수들이 초반돌풍을 일으키더니 결승에는 노병들의 결투. 남자는 페더러(36세)와 나달(31), 여자는 비너스 윌리엄스(36)와 세레나 윌리엄스(35) 자매대결.
메이저에서 우승하려면 매일 한경기씩 7게임을 이겨야한다. 한경기에 7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체력소모가 혹독하여 30살만 넘으면 환갑취급. 그런데 페더러와 언니 윌리암스는 36살, 나달(31)과 동생 윌리암스(35)도 노병들이다. 특이하게도 4명 모두가 현역선수중 최다메이저대회 우승자들. 여자부의 동생 윌리암스는 22회, 언니 윌리암스는 7회, 남자부의 페더러는 17회, 나달은 14회다.
윌리암스 자매가 사이좋게 결승전을 치룬 여자부에서는 보나마나 동생 승리. 테니스황제 페더러와 테니스천재 나달이 겨룬 남자 결승은 용호상박(龍虎相搏)의 대접전이었다..
난 원래 나달팬이었다. 나달은 19살 때 프랑스오픈을 석권한 테니스천재. 축구선수출신이라서 몸 전체가 근육으로 뭉쳐있는 클레이코트의 황제다. 페더러의 전성기에 제동을 건 선수로 역대전적 23:12로 페더러를 눌렀다. 테니스황제 페더러는 매너가 좋기로 유명한 신사다. 페더러는 나달, 샘프라스, 쿠리어처럼 테니스천재가 아니다. 아내 미르카의 내조를 받으며 꾸준한 노력 끝에 22살에야 프랑스오픈에서 그랜드슬램을 맛본다. 결점을 고쳐가며 승승장구, 18회를 우승한 테니스황제가 됐다. 페더러가 등장하면서 미국스타 샘프라스, 쿠리어, 애거시가 몰락한다. 우리부부의 황제배척운동.
“페더러는 황제가 아니라 악마야 악마. 미국선수들을 잡아먹는 악마란 말이요.”
그런중에 나달이 나타나 페더러를 꺾어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나달팬이 됐다. 선수마다 이상한 버릇이 있다. 소릴 지르던가, 사자처럼 입을 벌리던가, 라켓을 부러뜨린다. 나달의 버릇이 묘하다. 공격과 수비를 하기전 오른팔을 뒤로 돌려 양 엉덩이 사이(똥구멍)를 만지고 앞으로 돌려 허벅지사이(고추)를 만진다. 이어서 왼쪽귀 오른쪽귀를 차례로 만져본후 손을 입으로 가져가 냄새(?)를 맡는 것이었다. 경기내내 반복되는 통과의례(通過儀禮)에 우리 부부는 질려버렸다. 나달을 버리고 페더러편으로 돌아갔다. 7년만에 왕좌로 돌아오는 왕의 복귀전. 나달과는 프랑스오픈 결승이후 8년만에 대결하는 메이저결승전. 두 선수 모두 환갑 지난 노장들이었지만 전성기시절의 실력과 지략으로 원없이 싸웠다. 페더러 3:2 승리.
“이처럼 멋진 경기를 보기는 생전 처음이에요. 구경한 우리가 이긴 기분이네요.”
“해범이가 천불을 따서 그렇겠지”
“호호호호 그건 맞아요“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등촌의 사랑방이야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sarangb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