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선한 의지로 한 마디 하겠다!
[허리케인] 속이 미식거리는 날에
▲ 2015년 4월 재외언론인협회 봄대회 충남도 방문 만찬에서 '회망론'을 말하는 안희정 지지. |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2016년 4월 재외언론협의회 봄 대회에서 본, 사람 좋아 보이던 안희정씨. 어렷을적 외할머니 따라 장에 갔다가 귀가길에 고개 넘어 또 고개, 한숨 쉬고 투덜거리며 '언제나 고개가 끝이나나 그랬는데, 고개는 끝이 나게 되어 있더라'. '역사는 진보하게 되어 있으니 우리도 희망을 가져야 겠다.' 뭐 아멘, 아멘입니다.
미국의 석학 노엄 촘스키와 쌍벽을 이루며 민권운동에 평생을 바친 미국 역사학자 하워드 진의 모습이 섬광처럼 떠올랐죠. "내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나는 희망을 고집한다"며 사자후를 토하던 하워드 진.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안 지사의 '다음' 말을 기다렸죠.
어라, 근데 이게 뭐야? 반동(反動)적 역사의 필연적 반전(反轉), 비관(悲觀)의 비관(悲觀), 그래서 결국 또 희망. 이게 왠 동어반복인가. 마치 어렷을 적 트랜지스터 라디오에 귀때기 바싹 대고 즐겨 들었던 철학자 김 아무개, 안 아무개의 뭉개뭉개 무지개꿈 같은 얘기만 나오네.
세월호 가족들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고, 온갖 부조리가 판을 치고 있던 그때, 휑한 광화문 광장에선 세월호 가족 몇 분이 눈치보아가며 피켓을 들고 있었고, 정치권은 '조용~'한 이런 상황에서 '희망'을 되풀이 하고 있네? 희망, 거 좋지. 근데 그게 '지금, 여기서' 어쨌단 말이더냐!
지금 희망을 말하려면 그 '근거'가 있어야 하겠는데... 2016년 봄, 우리 땅에서 그 '희망의 근거'는 뭔가? 그게 제가 던진 질문이었죠. 인권 암흑기 50년, 60년대의 미국에선 힘없어 보이는 모래알 같은, 그러나 행동하는 민중들이 있었고, 의식있는 정치인과 선각자들은 이들의 외침에 응답했죠. 그런데 지금 우리는 뭔가? 2015년 봄 그때, 깨우쳐진 소수의 민중은 있었지만, 응답하는 정치인도 선각자도 눈에 띄지 않았다고요.
'흘러간 역사'를 근거로 희망을 말하던 안희정씨. '지금, 여기서' 진행되어야 할 역사에 대한 언급은 피한채, 역사를 들먹이며 희망을 말하던 안희정씨. 교실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라면 모를까, 소위 정치인이 돼 가지고 '현재'가 실종된 채 희망을 말하는 근거가 대체 뭐냐 말이다. 아이고 답답혀! 일견 멋있어 보이는 그의 '희망론'은 일종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끝내 허망하다는 느낌까지 들었죠. 현실을 가슴으로 품어내는 말 한 마디 없이 일견 자신과도 유리된 듯한 객체화된 '역사와 희망'이라니, 환장하겠네!
안희정 이분, '경력'에 걸맞는 결기가 영 없어 보였어요. 냄세가 좀 났는데요, 좌우 눈치를 살살 보는 약삭빠른 정치인 냄세? 이거, 노동운동 사회운동 하던 김 아무개, 원 아무개, 정 아무개도 줄을 이상한 쪽으로 서서 도지사도 하고 장관도 하고 그러더니 안희정 이분, 그치들 따라 가려나? 요즘 행태 보고 들으니 영 속이 미식미식, 근질근질 하니이다.
<누구의 주장도 '선한 의지'로 받아들이는 안희정 지사>
지금 촛불 국민들, 엄동설한에 울화병 돋는다더라.
속에 열불 나서 나도 선한 의지로 한마디 하겠다.
'21세기 지성'의 시대니 '통섭'이니 현학자같은 소리 집어치워라.
과거의 역사에 근거를 둔 '희망론'도 집어치워라.
'지금, 여기서'의 문제를 치고 나가는 이재명-고성 시장 좀 보소.
박근혜가 K스포츠 미르재단 지원 명목으로 재벌들 삥뜯어
최 선생님께 선물로 주려는 거, 그거도 '선한 의지' 맞지?
이승만도 선한 의지로 독재를,
박정희도 선한 의지로 한강을 넘었고,
전두환이도 선한 의지로 광주 토벌에 나섰느니라!
헌법질서 어긴 게 문제였지.
잍제도 선한 의지로 한반도를 집어 삼켰고,
북쪽 공산주의 집단도 선한 의지로 남침을 했고,
부시맨도 선한 의지로 이라크를 깔아 뭉갰느니라!
히틀러도 선한 의지로 600만 유대인들을 학살했느니라.
국제법 헌신짝 처럼 버린게 문제였지.
어랏차, 노덕술 이근안 신직수 김기춘 정형근이들도
선한 의지로 간첩 조작하고 악질 고문에 가담했었더니라.
법질서 어긴 게 문제였지.
이런 빌어먹을 반어법에 형용모순이라니!
애초 '발상'이 잘못된 것엔 눈감고,
어째 모든 주장이 '선한 의지'가 되어?
안희정, 확실히 해라, 당신 정체가 뭐냐 대체.
삼당통합 김영삼이냐?
중도통합 이철승이냐?
아니면 왔다갔다 피닉세 이인제더냐?
악의꽃이 모두를 혼미케 하는 위기의 시대에 중립,
그거 악과 편먹는 거 아니더냐?
선한 의지로 사족 하나 더 달겠다.
꼭 그렇게까지 해서 중도.보수표 끌어모아 대통령 해야 쓰겠냐?
(* 통섭 : 막힘이 없이 여러 사물에 두루 통함. 서로 사귀어 오감. ** 21세기 지성사 : 안 지사는 20세기 지성사 가 대결과 대립의 시대였던 반면에 21세기 지성사 는 통섭으로 엮어지(져야 하)는 시대라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