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과 한반도의 미래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지난 3월 1일 드디어 한국군만의 군사훈련이 시작되었다. 어느 때보다도 한반도에 전쟁을 부추길 수 있는 금년의 한미합동군사훈련(키리졸브-독수리)은 전 세계가 주목해 오던 터다. 해마다 사전에 키리졸브-독수리(이하 독수리) 훈련의 상세한 내용을 공식 발표해 오던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이번만은 3월1일이 되도록 입을 꾹 다물고 있어 이를 이상하게 여긴 외신기자들이 주한미군사령부 공보실에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독수리' 훈련이 3월 1일부터 시작되었는지를 문의했다.

<로이터통신> 3월 1일 보도와 미군 기관지 <스타즈 엔드 스트라이프스> 3월 1일 보도를 보면, 주한미군사령부 공보실은 3월1일부터 8주일간 군사훈련이 진행된다는 사실만은 확인해 주면서도 그 이상의 내용은 함구(緘口)해, 눈치 빠른 기자들은 이번에 미군이 독수리 훈련을 하지 않을 것임을 알아챘다. 만일 예년처럼 미군이 참가한다면 전례대로 상세한 내용을 사전에 발표했을 것이고 더구나 그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그 부분을 함구할 필요는 없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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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현철 기자
 
한편, 한국 언론매체들은 외신과는 반대로, 한국의 합참-국방부 측 공표 또는 익명을 요구하는 고위층의 발언을 확인 취재 없이 보도해 왔듯이 이번에도 "독수리 훈련이 지난 3월 1일부터 시작되어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미 해군의 핵추진항공모함 칼빈슨함(USS Carl Vinson)을 비롯한 각종 핵타격 전략자산들이 총동원 된다"는 등 익명의 한국군 소식통이 흘려준 '정보'를 듣고 더 이상의 취재 없이 이를 사실인양 보도했음은 지금까지의 행태와 다름이 없었다.

이번 훈련이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이라고?

<뉴스1> 3월 3일 보도에 따르면, 한미연합사령부 고위층 인사가 군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독수리훈련과 관련해 미국 측은 해외에서 증원되는 미군 3600여 명과 기존 배치돼있는 주한미군을 포함해 1만여 명이 이 훈련에 참가한다"고 발언했다.

이 매체는 또 위 군 고위층의 발언을 인용, "칼빈슨함이 3월 15일경 부산항에 입항한다"고 했는데,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칼빈슨함에만 6062명, 칼빈슨함을 주축으로 편성된 제1항모타격단(Carrier Strike Group 1) 군함 12척의 총병력은 7000여 명으로, 칼빈슨함을 모함으로 한미 제1항모타격단 병력 총 수는 1만3062명에 달한다. 즉, 이번 군사훈련에 해외 증원군 3600여 명이 참가한다는 말과 칼빈슨함이 참가한다는 말은 앞뒤가 안 맞는 발언으로, 참가 군인 수를 보더라도 이번에 미군은 독수리훈련에 참가하지 않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제1항모타격단은 칼빈슨함을 비롯, 순양함 1척, 구축함 8척, 호위함 3척 등 총 13척이 한 그룹을 이루고 있는데, 이 제1항모타격단을 이끌고 해상훈련 목적으로 부산항에 오는 게 아니라, 부산항 친선방문 차 칼빈슨함만 입항하는 것이다. 항공모함에서 근무하는 해군장병들은 부산시내 관광을 하며 휴식하거나 현지주민과 어울리는 친선교류행사를 하고, 현지 언론의 함상취재를 위한 항모공개행사 등을 진행하고 떠나가는 게 관례다. 즉, 제1항모타격단이 없이 항공모함 1척만 참가하는 해상작전훈련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 관계자는 또 "오는 4월 초, 미국의 대형 상륙강습함인 4만1000톤급 본험리처드슨함을 주축으로 대규모 상륙훈련도 진행한다"고 했다.

미군의 쌍룡훈련은 해마다 미군의 독수리훈련 기간에 진행되었지만, 독수리훈련과는 또 다른 별도의 연합상륙훈련이다. 한미연합사령부 관계자가 말한 해외 증원군 3600명은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제3해병 원정군 예하 제3해병 원정여단(3600명)이 올해 쌍룡훈련에 참가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여단은 작년 3월7일부터 3월 18일까지 진행된 쌍룡훈련에도 참가했었다.

또 <뉴스1>은 같은 날, 한미연합사령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미국이) 4월 중순 경에는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훈련도 실시한다"고 보도했다. 주한미공군사령관이 지휘하는 맥스선더훈련(Exercise Max Thunder)은 한미 공군이 참가하는 연합공중훈련으로, 쌍룡훈련처럼 해마다 독수리훈련 기간에 진행되어왔지만, 독수리훈련과는 또 다른 연합공중훈련이다. 미국은 이번에 독수리훈련은 하지 않으면서 쌍룡훈련과 맥스선더훈련은 예년처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즉, 이번 3월1일에 시작된 훈련은 한미 '연합작전훈련'이 아닌, 한국군만의 '야전실동훈련'임을 알 수 있다. 한국군만 참가하는 야전실동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한국 군부와 언론은 기존 명칭(키리졸브-독수리훈련)을 예전처럼 그대로 쓰고 있고, 한미연합사령부 측은 이번에도 독수리훈련이 있는 것처럼 눈속임을 하고 있는 사실을 모르는 척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전략적 핵압박 공세를 견디지 못해 이번에 독수리훈련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으나, 자신의 그 초라한 모습을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체면뿐 아니라, 세계 패권을 흔드는 엄청난 안보문제인데다, 미국과 대립관계에 있는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을 깔보며 더 날카로운 대립각(對立角)을 세울 것이고, 미국의 동맹국들과 추종국들은 미국의 안보 공약을 불신하면서 미국의 말을 듣지 않게 될 것이며,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이란, 시리아, 쿠바, 베네수엘라, 수단 같은 나라들의 반미투쟁은 더욱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난감한 처지에 몰린 미국으로서는 금년에 독수리훈련을 중단한 사실을 공표할 수 없을 것이며, 쌍룡훈련과 맥스선더훈련, 칼빈슨함 부산항 친선방문으로 그 '비밀'을 감춰 보려고 하는 것이다.

한국도 박근혜 탄핵문제,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 군사, 외교문제에 따르는 압박공세, 일본의 독도, 소녀상 문제 등으로 악화된 일본과의 갈등, 그리고 헤어날 길 없는 경제위기 증폭이 몰락의 벼랑 끝으로 떠밀려가는 처지에, 미국이 북한의 전략적 압박공세를 견디지 못해 독수리훈련을 중단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안보문제에 예민한 해외자본들은 한국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사상 최악의 위기가 몰려오고 있음을 직감한 한국 군부는 미국에게 독수리훈련을 예년처럼 강행하고 핵타격 전략자산을 보내달라고 거듭 간청하면서 사드 배치를 황급히 서두르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긴장 고조되는 북미관계, 전쟁만은 막아야

한반도 평화를 희망하는 우리가 마음 속 깊이 바라기는, 전략적 핵압박 공세로 미국을 벼랑으로 몰고 있는 북한이, 미국의 독수리훈련 중단 대신 맥스선더, 쌍룡 등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계속하는 데에 불만, 미국에 선제타격을 가하든지, 반대로 미군이 두 군사훈련 중에 북한에 선제타격을 가함으로써 이에 따른 전쟁만은 일으키지만 말아 달라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월 12일의 최신형 고체탄도미사일 북극성-2형 발사에 이어, 3월6일 또 북한 서단에 있는 동창리에서 최신예 탄도미사일을 네 발이나 동시에 발사, 높이 260km, 비행거리 1000여km를 날아간 후 일본 배타적 경제수역에 낙하, 한미일 3국은 혹시 이 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가 분석 중에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보고 있는데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국 전략자산들은 대부분 주일 미군기지에서 온다"며 "북한이 4발을 동시다발적(同時多發的)으로 쏜 것은 요코스카, 사세보, 오키나와, 이와쿠니 등 주요 주일미군기지 4곳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듯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앞으로도 대 북한 군사적 압박, 경제제재 그리고 국제적 위상에 대한 흠집 내기가 계속된다면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도 단행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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