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W 주 기획부 롭 스톡스(Rob Stokes) 장관이 “시드니의 젊은 부부들이 좋은 학교, 녹지 공간, 공공시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며 높은 주택가격으로 인해 점차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는 젊은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한 가운데 도시 개발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택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제안되고 있다.
스톡스 장관, “젊은 부부들 외곽지로 몰려나고 있다” 안타까움 표해
호주 시드니의 아름다운 해안가에 자리한 주택은 모든 이의 꿈이다. 높은 주택가격과 주택공급 부족이라는 기치 아래 많은 주택이 새로이 들어섰지만 대부분 도심을 벗어난 외곽지역에 해당되는 일이다. 바닷가 인근 지역 개발을 원치 않는 이들의 반대가 그 원인이다. 그러나 인구증가와 도시성장에 따른 필요성에 의해 시드니를 보다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일요일(28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이달 시드니와 멜번에서 개최 예정인 ‘Living Cities Forum’에서 호주 주요 도시들의 집적화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 최대 안건이 될 전망이며, ‘인구성장에 따른 도시 확산 대처 방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포럼의 연사 중 한 명인 시드니의 유명 건축가 글렌 무커트(Glenn Murcutt)씨도 ‘개발’과 ‘자연보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주택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무커트씨는 인류와 환경에 공헌한 건축가를 대상으로 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Pritzker Prize) 수상자이기도 하다. 그는 “호주 주요 도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인구 증가”라면서 이에 대비한 ‘삶의 시스템’(a system of living)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커트씨는 “2040년까지 시드니와 멜번 인구는 각각 800만 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런 무분별한 도시 확산에 대처하지 못하면 시드니 도시 영역이 남부 울릉공(Wollongong)에서 북부 뉴카슬(Newcastle)까지 넓어질 것이며, 이런 식의 도시 확대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해 거주민이 감당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각 도시들은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특히 물을 관리하는 부분이 그렇다”면서 “해수면 상승에 대처하고 쓰레기 처리와 식료품 조달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5년 시드니의 인구 밀집도는 1평방킬로미터당 2800명으로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및 미국 뉴욕 보다는 훨씬 낮았다. 그러나 포츠 포인트(Potts Point), 울티모(Ultimo), 치펜데일(Chippendale) 등의 이너시티 서버브(suburb) 인구는 1평방킬로미터당 15,000명으로 런던보다 높은 집적도를 보이고 있다.
시드니 도심 개발 방안에 대한 논의는 최근 롭 스톡스(Rob Stokes) NSW 주 기획부 장관이 “시드니의 젊은 부부들이 좋은 학교, 녹지 공간, 공공시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며, 높은 주택가격으로 인해 시드니의 중심부로 접근하기 어려운 젊은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한데 따른 것이다.
최근 NSW 주 정부는 시드니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missing middle’ 정책을 세우고, 테라스 주택이나 타운하우스 등을 통해 교외지역을 세분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혼스비(Hornsby), 이너 웨스트(Inner West), 레인 코브(Lane Cove), 모스만(Mosman), 노던 비치스(Northern Beaches)와 라이드(Ryde) 카운슬 지역에 대해서는 앤서니 로버츠(Anthony Roberts) 전 NSW 주 기획부 장관이 2019년 7월까지 ‘중간 집적주거’ 건설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은 상태다.
스톡스 장관은 “다양한 형태의 주거 건설을 허용하지 않아 주거의 공급과 다양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결국 인구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비판했다.
스톡스 장관은 “테라스 주택은 뒷마당이 있는 전통적인 주택보다 훨씬 더 저렴하면서 개방된 개인 공간까지 제공한다”며 “이런 주택은 시드니 이곽으로 벗어날 수밖에 없는 젊은 가족들에게 도시 안으로 진입할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 좋은 학교와 개방된 공간 및 지역사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톡스 장관은 또한 고층건물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고층건물은 에너지 사용량이 많아 ‘낭비’다”라면서, 오히려 “주택은 태양광을 이용하고 물을 저장해 사용하며 주택 폐기물 처리면에서도 이득”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도시 확대에 대한 이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고층빌딩이 가득찬 도시 확대는 50년 안에 에너지 및 자동차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관은 “각 카운슬이 지역을 재구획해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공급하지 못하게 될 경우 주 정부가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주 정부가 개입하게 되면 카운슬의 선택권을 박탈하게 되기에 궁극적으로 좋은 방법은 아니며 내 스타일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시드니 기반 부동산 개발 관련 비영리기구인 ‘Urban Taskforce’가 주최한 포럼에서 시드니의 미래가 논의된 가운데, 도시계획 전문가인 셰인 게하(Shane Geha)씨는 “시드니의 인구를 두 배로 늘려 1천만 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신의 꿈은 ‘큰 호주'(a big Australia)라고 밝힌 게하씨는 “인구 5천만이나 6천만을 가지고 이 훌륭한 나라를 남반구에서 가장 강력한 지역 경제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연방 도시-인프라-인구부(Cities, Urban Infrastructure and Population)의 알란 텃지(Alan Tudge) 장관은 “연방정부가 추진하는 이민자 수의 ‘적당한 감축’을 지지한다”며 “이는 호주 최대 도시인 시드니의 교통체증을 줄이고 살기 좋은 곳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멜번대학교(University of Melbourne)의 인구 전문가 피터 맥도날드(Peter McDonald) 교수는 “교통체증에 대한 두려움은 ‘그럴싸한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하며, “고령화 사회에서 이민자 감축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무커트씨는 “1942년 처음 시드니에 왔을 때 어머니가 바위에서 굴을 따주었는데, 그걸 먹고 자라서 그런지 아픈 적이 없었다. 그 곳이 미들 하버(Middle Harbour)였는데, 당시 해안은 정말 아름다웠고 물도 깨끗했다”고 과거의 기억을 언급한 뒤 “도시 확대에 맞추어 우리는 수자원을 보호하고 식량을 보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축가 무커트씨는 NSW 주 리버스데일(Riversdale)에 있는 ‘Arthur and Yvonne Boyd Education Centre’, 멜번의 ‘Australian Islamic Centre’와 같은 건축물 디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에는 ‘Australian Opal Centre’와 ‘Lightning Ridge’가 있으며, 올해 자선사업가 나오미 밀그롬(Naomi Milgrom)씨가 멜번 퀸빅토리아 가든(Queen Victoria Gardens)에 세운 임시 건축물 ‘MPavilion’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