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대학교와 NSW대학교 및 하버드대학교 연구원들의 장기 연구 결과, 간헐적으로 적당한 양의 음주를 하는 이들은 ‘알코올 지침’ 이상의 술을 마시거나 전혀 술을 입에 대지 않는 이들에 비해 우울증 위험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 : Pixabay / bridgesward
Uni of Sydney-UNSW-Harvard Uni 연구원들의 12년에 걸친 장기 연구
음주와 우울증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간헐적으로 적당량의 술을 마시는 이들은 과음(또는 폭음)을 하는 이들에 비해 우울증 위험이 낮고 또한 그 증상도 적다는 연구가 나왔다. 이는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는 사람(teetotaller)과 비교해도 마찬가지이다. 즉 이따금 적당한 음주를 하는 것이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1월 19일 발표된 이 연구는 시드니대학교, NSW대학교 및 하버드대학교 연구원들이 3,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12년에 걸쳐 조사한 것이다. 연구 결과 가끔 낮은 수준의 음주를 하는 이들은 50세까지 다른 모든 그룹(술을 많이 마시거나 전혀 마시지 않는)에 비해 우울증에 갖게 될 위험이 낮다.
미국 정신의학저널 ‘The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에 게재된 이번 연구에서 연구원들은 미국의 장기 데이터를 통해 ‘성년의 나이가 된 이후부터 중년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금주, 간헐적인 음주, 중간 정도의 음주량 및 지침 이상의 알코올 섭취가 50세의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했다.
이 연구 논문의 제1저자인 시드니대학교 ‘Matilda Centre for Research in Mental Health and Substance Use’의 레이첼 비손테이(Rachel Visontay) 연구원은 “미국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지만 그 결과는 호주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녀는 ‘적당한 음주’의 정의를 미국의 ‘음주 지침’에 맞추었다고 덧붙였다. 이 지침 상의 적당한 음주는 여성의 경우 한 주(per week)에 약 10잔, 남성은 20잔이다. 호주는 남녀 모두에게 한 주에 10잔 이상을 권하지 않는다. 비손테이 연구원에 따르면 호주와 미국의 음주문화,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비슷하지만 호주인의 폭음 비율은 더 높고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 이들은 미국에 비해 더 적다.
우울증 사례는 지난 1990년에서 2017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약 50%가 증가했다. 특히 이는 보건 부문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부담을 주는 질환으로, 16세에서 85세 사이 호주인 5명 중 2명은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 정신장애를 경험하고 있다.
이 연구는 ‘MSM’(marginal structural model)이라고 하는 정교한 분석 방법을 활용, 연구원들이 알코올 및 우울증에 대한 이전 연구에서 고려할 수 없었던 생활방식 및 역사적 요인을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비손테이 연구원은 “알코올과 건강 및 기타 배경 요인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감안할 때 역사적으로 술과 정신질환 또는 일반적인 건강과 관련하여 연관성과 인과 관계를 분리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작업”이라며 “MSM은 각 요인을 분리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고 설명했다. “이 방법을 통해 연구원들은 비음주자가 계속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이었는지, 또한 그들이 한때 술을 많이 마셨던 ‘병적인 금주자’인지 등 여러 요인을 통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라트로보대학교(La Trobe University) ‘Centre for Alcohol Policy Research’의 임마누엘 쿤체(Emmanuel Kuntsche) 교수는 “알코올 소비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활동이 덜 외롭고 덜 우울하게 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의 해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 : Pixabay / epicantus
소량의 알코올이 어떻게 우울증에 이로울 수 있는지에 대해 비손테이 연구원은 몇 가지 이론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중 하나는 연구원들도 정신건강에 중요하다고 파악하고 있는 ‘사회적 상호작용’에 술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또한 “술이 뇌의 기분을 북돋아주는 효과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있다”면서 “하지만 이것의 대부분은 단기적이며 이번 연구 주제와 관련해서는 수행해야 할 작업이 더 있다”고 말했다.
라트로보대학교(La Trobe University) ‘Centre for Alcohol Policy Research’의 임마누엘 쿤체(Emmanuel Kuntsche)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해석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상호작용이 많지 않은 이들은 종종 술을 마실 기회가 적다”는 그는 “알코올 소비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활동을 덜 외롭고 덜 우울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한 이 연구 논문에서 “낮은 수준의 음주나 적당한 알코올 섭취를 ‘보호적’(protective) 또는 ‘유익한’(beneficial) 것으로 규정하는 말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술을 적당히 마시면 해롭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로운가?”라는 것이다.
아울러 쿤체 교수는 “우울증에 대한 알코올의 이점이 사실일지라도 이를 암이나 다른 질병에 비추어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 앞서 나온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는 ‘건강을 해치지 않는 안전한 음주 수준은 없다’고 명시한다.
쿤체 교수의 지적에 대해 비손테이 연구원은 “이 연구가 잘못 해석될 수 있는 방식을 알고 있다”면서 “이것이 모든 이들에게 술을 마실 수 있는 근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상호작용이 음주 자체보다 행복에 있어 더 중요한지를 알아보려면 더 많은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