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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중앙은행(RBA)이 이달에도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결정, 현재 기준금리는 3.6%가 됐다. RBA는 높은 이자율이 소비 위축을 불러옴에 따라 올해와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1.5% 수준으로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시드니 마틴 플레이스(Martin Place)에 있는 Reserve Bank of Australia. 사진 : 나인네트워크 뉴스 화면 캡쳐

 

3월 통화정책 회의서 0.25%포인트 올려... 인플레이션 통제 위해 추가 인상 ‘예고’

 

호주 중앙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 RBA)이 이자율 목표치를 3.6%로 인상했다. 이는 11년 만에 가장 높은 금리이며 10개월 연속된 인상이다. 특히 RBA는 인플레이션 상승을 통제하기 위해 앞으로 더 많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매월 첫주 화요일, 통화정책 회의를 갖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RBA 이사회는 이달 회의(7일)에서 공식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0.1%로 사상 최저 수준을 이어오던 이자율이 불과 11개월 만에 3.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RBA는 지난 1990년대 초, 금리를 인플레이션에 맞추기 시작한 이래 가장 공격적인 통화긴축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호주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마지막 3개월 동안 7.8%에 달해 RBA가 목표로 한 2~3%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

RBA의 이달 금리인상 결정에 따라 가령 60만4,000달러의 주택담보대출(mortgage)를 안고 있는 가구의 경우 월 상환액은 거의 100달러가 추가된다. 그 동안 이자율 상승으로 인해 동일한 금액의 모기지를 가진 가구는 상승 이전의 월 상환액에서 1,190달러를 더 지불해야 한다. 높은 물가로 인해 생활비 부담이 가증되는 상황에서 모기지를 안고 있는 가구의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된 것이다.

필립 로우(Philip Lowe) RBA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 후 발표한 성명에서 “RBA가 이자율 인상을 멈추기까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 이사회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돌아가고, 현재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인 것이라는 점을 보장하기 위해 추가적인 통화정책 긴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리를 언제, 얼마나 인상해야 하는지를 평가할 때 이사회는 세계경제 흐름, 가계지출 동향,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전망을 세심하게 살핀다”면서 “RBA 이사회는 인플레이션 상승을 목표치로 되돌리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해 추가 인상이 있을 수 있음을 예고했다.

이와 함께 로우 총재는 “물가상승이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이지만 서비스 부문의 가격 인상은 여전히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낮은 공실률로 인해 주택 임대료가 몇 년 만에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점을 언급하면서 또한 경제 전반의 둔화로 향후 2년간 성장률이 추세를 밑돌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빠른 임금성장에 대한 RBA의 우려도 덧붙였다.

다만 RBA는 임금이 오름에 따라 물가상승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유지하고 있지만 현재의 징후는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로우 총재는 “총체적 수준에서 임금상승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목표치와 일치하며 최근 데이터는 물가와 임금이 서로 추격하는 사이클의 위험이 낮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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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상품 비교 사이트 ‘RateCity’가 산출한 모기지 상환액 증기 수치. 50만 달러의 담보대출을 갖고 있는 이들은 이달 금리 인상으로 월 77달러를 더 상환해야 하며,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의 금리 상승을 감안하면, 기존 상환액에 983달러가 추가됐음을 보여준다. 사진 : Nine Network 뉴스 화면 캡쳐

   

RBA는 지속된 금리 인상이 소비자들의 발목을 잡으면서 올해와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1.5%로 둔화되며 경기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달 RBA의 금리인상 결정에 앞서 앤서니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총리는 경제 일간지 ‘The Australian Financial Review’가 마련한 ‘Business Summit’에서 공급망 부족, 경제 전반의 에너지 전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 등 호주가 어려운 시기에 직면해 있음을 언급한 뒤 “하지만 절대로 미끄러질 수 없다(you can never skate through)는 것이 오늘 내가 전하는 메시지의 일부”라며 “(기업인) 여러분이 경제성장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on the front foot for growth)”고 주문했다.

이어 총리는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낙관적으로 본다”며 “즉각적인 위기에 대처하되 중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기반의 글로벌 온라인 구직 사이트 ‘Indeed’의 아시아-태평양 경제학자 칼럼 피커링(Callam Pickering) 연구원은 “RBA의 이번 결정은 대다수 호주인들에게 더욱 큰 부담을 주겠지만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편”이라며 “(금리 인상으로 인해) 더 높아진 모기지 상환액 부담이 고통인 반면,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일자리, 임금은 물론 호주 경제 전반에 걸쳐 더 위험한 상황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금융시장은 올해 기준금리가 약 4.1%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추가로 25bp(basis point)씩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 피커링 연구원은 “그러기 위해서는 4월과 7월(3월 및 6월 분기 후), 인플레이션 수치가 의미 있는 개선 징후를 보이는지 확인해야 하며, 또한 월별 물가상승률 측정치에서 어느 정도 완화된 결과가 나타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웨스트팩(Westpac) 은행의 소매지불 네트워크가 수집한 자료는 지난달(2월) 하순까지 소비지출이 급격한 둔화를 보이면서 이제까지의 이자율 인상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이 은행의 매튜 하산(Matthew Hassan) 수석 경제학자는 “최근 몇 달 사이, 지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인플레이션이 감안되면 소비자들의 실질 지출은 하락하기 시작할 수 있다”며 “아직은 잠정적이지만 데이터를 통해 나타나는 움직임은 지난해 말 드러난 실질 지출의 빈약한 성장이 올해 들어 노골적인 약세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서비스 및 비식품 소매 지출의 둔화가 식품 및 접객서비스 지출 증가를 상쇄한 것 이상임을 추정케 한다”는 것이다.

한편 ANZ-Roy Morgan의 주간 소비자 신뢰지수는 지난 주 0.1%가 하락,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렀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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