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중개 및 모기지 서비스 회사 ‘Redfin Corporation’이 베이비 부머(baby boomer) 세대를 대상으로 다운사이징 의사 여부를 조사한 결과 78%의 노년층이 현재 거주하는 주택에서 이사할 의사가 없다는 답변이었다. 사진 : Unsplash / OPPO Find X5 Pro
Redfin Corporation 조사... 미국 은퇴자들 78%, “주택 규모 축소하지 않을 것”
NSW의 주택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주 정부는 주요 기차역 인근의 구역 변경을 통해 중간밀도의 주거지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교통 인프라 주변, 일자리와 가까운 교외지역에 중-저밀도 주택건설을 확대하는 것이 주택위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와 함께 기존 주택 재고를 위해 빈 둥지가 많은(침실이 남아돌 만큼 큰 주택에서 적은 가족이 사는) 거주자들의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장려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제시한다.
현재 호주의 베이비 부머들(baby boomers)은 다른 세대에 비해 주택소유 비율이 가장 높다. 이들이 거주하는 주택의 여유 침실 또한 많은 편이다. 전문가들의 제안처럼 이들이 다운사이징을 결정하고 보다 적은 규모의 주거지로 이주한다면, 재고를 확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베이비 붐 세대의 생각을 어떠할까. 동시대를 살아온 미국의 노년층이 보여준 바를 보면, 어느 정도 호주 은퇴 세대의 의식을 엿볼 수 있을 듯하다.
미국 시애틀(Seattle)에 본사를 둔 주거용 부동산 중개 및 모기지(mortgage) 서비스 회사 ‘Redfin Corporation’의 다운사이징 관련 조사 결과, 이들(부머 세대)은 나이가 더 들어도 현재의 주거지 규모를 축소하지 않을 것이며, 78%의 응답자가 ‘현재 살고 있는 주택에서 계속 머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기록적 수준으로 줄어드는 주택공급에 있어 이는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판매되는 기존 주택의 수가 적어지면 가족 규모의 주거지를 찾는 이후 세대들의 어려움은 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Redfin 데이터에 따르면 자녀를 둔 미국의 밀레니엄 세대(millennials)는 2022년을 기준으로, 침실 3개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비율이 14%에 불과한 반면 ‘빈 둥지’가 많은 베이비 부머는 이 시장(3개 침실 이상 주택)의 28%를 차지한다.
이 회사가 지난 2월 실시한 이 조사를 보면, 노년층이 현재의 주택을 계속 보유 및 거주하고자 하는 것은 ‘재정적 인센티브’ 때문이다.
응답자의 27%는 현재의 주택 보유 이유로 모기지 고려사항을 꼽았다. 이는 부머 세대의 절반 이상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담보대출금을 모두 상환했기 때문이다. 또 아직 이를 상환하고 있는 이들의 경우라 해도, 거의 모든 부머 세대의 금리는 오늘날의 6% 수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아울러 21%는 주택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주택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나머지 51%는 현재 거주하는 주택이 마음에 들고 이사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에 앞서 Redfin이 조사한 데이터는 2005년을 기준으로 미국 주택 소유자의 평균 보유기간은 6.5년으로 집계되어 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조사에서 나타난 고령층의 답변은 추세가 변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오늘날 미국민의 평균 주택보유 기간은 11.9년으로 늘어났으며 부머 세대의 40%는 최소 20년간 현 주거지를 보유해 오고 있다.
Redfin의 수석 경제학자 다릴 페어웨더(Daryl Fairweather)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많은 주택 소유자와 임차인은 나이가 들면서 고령층이 거주하는 실버타운 또는 편의시설 접근성이 좋은 지역의 단층 주택처럼 본인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곳으로 이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부머 세대들은 아직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자가 주택을 소유한 부머 세대의 20%만이 고령층이 모인 실버 커뮤니티로 이사한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20%는 성인이 된 자녀와 함꺼 거주하거나 노인요양시설로 가겠다는 답변이었다. 그 외에는 현재의 주거지에서 계속 거주하겠다는 것이다.
페어웨더 연구원은 “정부는 고령층을 위한 주택건설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 않는데, 이는 부머 세대들로 하여금 현 주거지에 계속 머물도록 하는 것으로, 주택재고 부족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면서 “정책 입안자들은 주택구입 가능성과 가용성에 도움이 되고 또 노인층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주택재고 확대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모든 세대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