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대학 1).jpg

호주 주요 대학 내에서 페이스북 등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여학생을 대상으로 성적 비하, 폭력적 위협이 가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학교 측의 대책은 극히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캠페인을 통해 멜번 대학의 여성 비하 페이스북인 ‘Hotties of Melbourne University’ 폐쇄를 이끌어낸 동 대학 법학과 로라 블랜드손(Laura Blandthorn)씨.

 

‘Hotties’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등에 여성 비하 글 난무

 

최근 대학 캠퍼스 내에서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넷상의 무차별적 공격이 빈발하는 가운데 호주 최상위권 대학들이 가해자 처벌에 대한 학교의 개입 권한조차 분명히 하지 못한 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지난 주 토요일(16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전했다.

현재까지 페이스북 페이지 상에서 멜번 대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들을 상대로 매우 모욕적인 언행 등의 공격들이 이어졌음에도 불구, 이에 대해 학교 측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학생은 단 한명도 없다.

1만3천명 이상의 막강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던 해당 온라인 사이트는 지난 금요일(15일) 삭제를 요구하는 청원이 시작된 지 4일만에 폐쇄됐다.

RMIT 대학의 유사 페이스북 페이지도 최근 삭제됐다. 하지만 비슷한 이름으로 다시 만들어져 여학생에 대한 성적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모나시 대학의 ‘Monash Hotties’ 페이지 또한 폐쇄됐으나 이와 유사한 ‘Hotties of Monash Malaysia’는 여전히 존재하고 다양한 여성비하 글들이 게시되고 있다.

멜번 대학의 ‘Hotties’ 페이지에는 ‘이 여자는 10점 만점에 0점. 돈 준다 해도 잠자리 안함’, ‘남자와 잠자리 했을 가능성 100%’, ‘여자 사냥 나가기 전 누가 내게 진정제 좀 줘’ 등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외설적이고 공격성을 띤 표현들이 난무해 있다.

‘Hotties’ 페이지에 업로드 된 사진은 게시자가 집전 찍은 것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페이스북에 몰래 로그인 하여 만들어낸 외설적인 ‘frape’ 사진(‘facebook’과 ‘rape’라는 단어를 합성한 것), 타인의 블로그에서 무단 도용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퀸즐랜드 대학 ‘Hotties’에서는 여학생에 대한 온라인 상의 폭력적인 위협이 제기됐으며 NSW 대학 ‘prestigious college’의 남학생 사이에는 ‘hunting song’(사냥 관련 은유적 표현을 통해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한 노래,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됨) 동영상이 유포되기도 했다.

최근 교내 학생들 사이의 이 같은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자 멜번 대학교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 구상 차원에서 유사한 페이스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다른 대학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여학생에 대한 이 같은 온라인 상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가해 학생 징계에 대한 학교의 권한에 대해 여전히 불확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멜번 대학 교무처장인 수잔 엘리엇(Susan Elliott) 교수는 대학 측이 문제가 된 온라인 페이지를 폐쇄한 것에 대해 반가움을 표하며 피해 대상이 됐던 여학생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우려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엘리엇 교수는 “대학은 다양한 출신과 배경,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집합체로 우리는 언제나 타인에 대한 존중을 우선한다”며 “이런 사이버 상의 성적 공격은 존중과 거리가 먼 행위”라고 지적했다.

‘change.org’라는 사이트를 통해 관련 온라인 페이지 삭제 청원운동을 시작한 멜번 대학 법학과 로라 블랜드손(Laura Blandthorn)씨는 “바로 이런 행위가 성폭력 문화, 성차별을 영속시켜 왔다”고 규탄했다.

블랜드손씨는 이어 온라인 페이지 폐쇄 조치에 대해서는 “대학 내에서 야만적 행위는 설 자리가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계기”라며 “여성의 성적 비하 페이지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이와 관련된 모든 문제들은 각 대학들 사이에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엘리엇 교수는 “통상적으로 어떤 문제에 대한 불만 제기가 학교 측 징계 절차의 계기가 된다”고 전제한 뒤 “문제가 된 사이트의 희생자들로부터 제기된 불만 사항은 아직 접수된 바 없다”면서 “대학 내 성차별주의와 공격 행위는 항상 존재해 왔지만, 온라인과 특히 스마트폰으로 이런 행위가 더욱 많이 노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NSW 대학 Baxter College의 남학생들은 여성을 ‘작고 빨간 여우’에 비유하며 어떻게 ‘shoot them in their boxes’(여성의 생식기를 지칭하는 은어)를 하는지 상세히 묘사하는 노래 장면을 게시하기도 했다.

퀸즐랜드 대학에서도 지난달 성별 임금격차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촉구하는 ‘컵케잌 판매’ 행사가 열리자 인터넷 상에서는 욕설과 폭력 위협이 난무했고 학교 공개 게시판에 익명으로 올라온 글에서조차 강간과 살인 위협이 언급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퀸즐랜드 대학 대변인은 “이 게시글과 관련돼 처벌받은 학생은 아무도 없으며 대학은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입장이다.

전국 대학생연합의 여성부 총무인 헤이디 라 파글리아(Heidi La Paglia) 씨는 “대부분 학교들이 가해자에 대한 조치라던가 신고 및 불만접수 절차 등을 명확히 하지 못하는 등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문제 해결에 충분힌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파글리아 총무는 “이제 이 같은 문제가 사회적으로 노출되어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으며, 이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이 용납되었다”며 “범죄 건수가 늘어난 것이라기보다는 페이스북 게시글들과 같은 인터넷 행위를 통해 현재 여성들이 받고 있는 처우가 세상에 공개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공개된 전국 대학생연합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조사 대상 여성 중 73%가 대학 재학 중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는 답변이었다.

 

강세영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대학 1).jpg (File Size:20.1KB/Download:48)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17 호주 2022년도 최저가-최고가 중간 주택가격을 기록한 스트리트는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3.01.19.
616 호주 “주 전역의 포커머신 수 줄이고 1회 도박 액수도 500달러로 제한할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01.19.
615 호주 지난해 11월의 카타르 월드컵 열기, 올해 7월 호주-뉴질랜드서 이어진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1.19.
614 호주 높은 인플레이션-생활비 부담 가중 속, 호주 최상위층 부는 더욱 늘어나 file 호주한국신문 23.01.19.
613 호주 2023년 호주 부동산 전망... 투자용 주택 구입에 좋은 시기일까? file 호주한국신문 23.01.19.
612 호주 전 세계 ‘파워풀 여권’은... 호주, 무비자 방문 가능 국가 185개 국 file 호주한국신문 23.01.19.
611 호주 부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금수저들’, 향후에도 부 누릴 가능성 높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1.19.
610 호주 COVID가 가져온 가정-직장생활의 변화, “Pandora’s box has been opened” file 호주한국신문 23.01.19.
609 호주 2023년 1월 1일부터 적용된 새로운 규정, 어떤 것이 있나... file 호주한국신문 23.01.19.
608 호주 가중되는 생활비 압박, 호주 중산층의 자선단체 지원 요청도 늘어나 file 호주한국신문 23.01.25.
607 호주 간헐적 음주,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것에 비해 우울증 위험 낮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1.25.
606 호주 지난해 12월 일자리 수 크게 사라져... 실업률 3.5%로 소폭 상승 file 호주한국신문 23.01.25.
605 호주 백신자문 패널 ATAGI, 겨울 시즌 앞두고 다섯 번째 추가접종 고려 file 호주한국신문 23.01.25.
604 호주 NSW 주, “파트너 폭력 이력 확인 가능한 ‘Right To Know’ 시행하겠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1.25.
603 호주 전국 주택임대료 10.2% 상승... 최상위-하위 교외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3.01.25.
602 호주 NZ 자신다 아던 총리, ‘깜짝’ 사임 발표, 후임은 힙킨스 교육부 장관 file 호주한국신문 23.01.25.
601 호주 World's busiest flight routes... 서울-제주 구간, ‘가장 많은 이용객’ 노선 file 호주한국신문 23.01.25.
600 호주 1월 24일부터 광역시드니 유료 도로 통행료 보조금 환급 시작 file 호주한국신문 23.01.25.
599 호주 “올해 호주인 해외여행자, 전염병 사태 이전 수준의 기록적 한 해 될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01.25.
598 호주 NSW State election- “여성 후보 확보하지 못한 자유당, 승리 힘들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