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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로 평가받던 노동당의 선전 배경에는 보편적 복지를 내세워 유권자 층을 깊숙이 파고든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빌 쇼튼(Bill SHorten) 대표는 ‘메디케어 공포’로 8주간의 건거 캠페인 내내 자유당을 괴롭혔다.

 

7일(목) 오후 4시 현재 73석 확보, 노동당 66석

턴불 지도력 상실, 경제 우려 속 극우정당 다시 살아나

 

지난 주 토요일(2일) 실시된 연방 선거 최종 집계가 늦어지면서 금주 수요일(6일)까지만 해도 헝 의회(Hung Parliament)에 대한 우려가 이어진 가운데, 이번 선거는 자유-국민 연립이 과반수인 76석을 간신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목요일(7일) 오후 4시 현재 연립은 73석을, 노동당이 66개 지역구에서 의석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무소속 및 기타 정당에서 5석, 그리고 6개 지역구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자유-국민 연립이 정부 구성 의석인 76석을 간신히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기는 하지만 당내 일각의 의견을 무시한 채 상하 양원을 해산하면서 조기선거를 추진했던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의 지도력은 이번 선거를 통해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당 내부에서는 강경파 토니 애보트(Tony Abbott)의 재등장에 대한 의견도 제시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애보트의 자유당 대표직에 도전, 새 대표로 선출되면서 수상 자리에 오른 턴불은, 당시만 해도 노동당을 크게 앞서는 지지도를 확보했지만 보편적 복지 예산을 외면한 지난 5월 새 회계연도 예산안 발표와 함께 유권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갔던 상황이었다.

이 시점에서 턴불은 집권당의 세제개혁 법안 등이 상원에서 번번이 거부되자 상하 양원 해산(Double Dissolution) 조기선거를 통해 지도력을 확인받고자 했으나 이번 선거에서 애보트 정부 당시의 90석에 크게 못 미치는 의석 확보로 정치생명조차 위태로운 직격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대부분의 예상과 달리 노동당 빌 쇼튼(Bill Shorten) 대표의 선전은 그의 지도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말콤 턴불이 기업 법인세 인하를 내세워 표심을 공략한 상황에서 의료 및 학교 지원을 앞세운 쇼튼 대표는 특히 대다수 국민들에게 가장 민감한 부문 중 하나인 ‘메디케어 공포’ 전략으로 유권자들의 시선을 노동당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턴불의 패착은 판단 실수와 지도력 부재= 애보트 전 수상을 밀어내고 당 대표 자리를 차지하면서 수상이 된 턴불이 이번 선거에서 애보트 연립 정부 당시보다도 못한 10개 이상의 의석을 잃은 데에는 그의 판단 실수와 지도력 부재가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호주 언론들은 이번 선거에서 턴불 수상의 패착에 대해 공통적으로 그의 자만과 지도력 부재를 꼽았다. 자유당 애보트 대표와의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턴불 정부 지지도는 노동당과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벌리기도 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애보트를 따르던 당내 강경파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정치적 기반을 확고히 하고자 조기선거를 선택했지만 7월2일 선거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애보트와 달리 진보적 성향이었던 턴불은 기후변화 대응, 동성결혼 합법화 등을 추진했으나 이 또한 강경파에게 밀림으로써 진보적 정책을 지지했던 유권자들로부터도 외면받았다.

이런 과정에서 그의 지지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양당선호도(Two-party preferred)는 물론 수상 선호도에서도 빌 쇼튼 대표와의 간격은 계속 좁혀졌다.

그가 비중 있게 추진하고자 했던 경제정책 또한 실현되지 못했다. 법인세 감세 혜택을 제공하고 그로 인한 세수를 GST(Goods Services Tax) 인상으로 상쇄하고자 했으나 실현시키지 못했으며, 연방 정부의 예산 삭감에 따라 주 정부로 하여금 병원 및 학교 지원을 위한 세금 확보 권한을 제공키로 했지만 이 법안들이 상원에서 번번이 부결됐다.

결국 그는 상하 양원해산을 통한 조기선거를 결심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노동당의 ‘보편적 복지’ 캠페인 적중= 턴불과 달리 약세였던 빌 쇼튼 대표는 중산층 이하 다수 국민들을 파고드는 밀착형 아젠다로 승부를 건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엄청나게 치솟은 주택가격이 호주 사회의 주요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이의 한 요인으로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 제도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턴불과 달리 쇼튼 대표는 보편적 복지 정책인 의료 서비스와 학교 지원을 핵심 정책으로 부각시켜 유권자를 공략했다.

턴불이 기업인들에게 세제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과 달리 쇼튼 대표는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해 다수를 위한 공공 서비스에 투입하겠다는 것이었다. 자유당이 8주간의 선거 캠페인 기간 내내 시달렸던 ‘메디케어 공포’(Medicare scare)는 여기서 비롯됐다. 노동당은 현 연립이 또 다시 집권할 경우 호주의 메디케어 시스팀이 미국처럼 민영화로 나가게 되며 기본적인 의료 검진에서도 자비부담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하면서 ‘메디케어 공포’를 확산시켰다.

지난 5월 턴불 정부가 학교지원 예산을 대대적으로 삭감한 것도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한 요인이었다. 예산안 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높은 지지율을 이어가던 턴불 수상은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쇼튼 대표와의 지지도는 물론 양당선호도 또한 간격이 좁혀지기 시작했다.

정치 전문가들로부터 턴불 수상의 조기선거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것도 이 즈음부터이다.

 

▲턴불의 정책 실패, 극우세력 부상 부추켜=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은 호주에서도 ‘브렉시트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영국의 유럽회원국 탈퇴 결정 배경이 엄청난 금액의 가입 부담금, 난민 문제 대책을 위한 분담, 자유로운 이민으로 인한 자국민 일자리 부족 등에 따른 것처럼 호주에서도 턴불의 경제정책 실패는 유권자들 사이에 이 같은 현상을 발생시켰으며, 이런 상황에서 폴린 핸슨(Paulin Hanson)의 극우 한나라당(One Nation Party)이 다시 궐기하게 한 숨은 배경이었다는 진단이다.

이미 선거 다음날인 일요일(3일), 핸슨은 상원 진출을 결정지었으며, 지난 1996년 처음 등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인종차별 발언을 쏟아냈다.

그녀는 이번 선거에서 유럽 시리아 난민사태와 테러에 따라 불안감을 갖고 있던 유권자들에게 “호주가 무슬림으로 채워질 수 있다”며 반이슬람 구호로 유권자층을 파고 들었다.

정계 일각에서는 그녀의 등장이 아시아 투자를 막아 호주 경제를 더 곤경에 빠뜨릴 수 있으며 아시아 지역 국가와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NSW 노동당 대표로 주 수상을 역임했으며, 케빈 러드(Kevin Rudd) 정부 당시 외교부 장관을 지냈던 봅 카(Bob Carr) 전 주 수상은 금주 수요일(6일)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속의 호주에 있어 폴린 핸슨은 곤혹스런 존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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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로 평가받던 노동당의 선전 배경에는 보편적 복지를 내세워 유권자 층을 깊숙이 파고든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빌 쇼튼(Bill SHorten) 대표는 ‘메디케어 공포’로 8주간의 건거 캠페인 내내 자유당을 괴롭혔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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