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7-8일 개최된 ‘EduTECH Australia 2018’에서는 특히 ‘수업에서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유익한지 아니면 유해한지 여부에 대한 열띤 토론이 펼쳐져 주목을 끌었다. 사진은 서부 호주(WA) 소재 안작 테라스 초등학교(Anzac Terrace Primary)에서 컴퓨터로 나플란(NAPLAN) 시험을 보는 학생들.
‘2018 에듀컨퍼런스’서 교내 디지털 기술 활용 놓고 찬반 가열
“컴퓨터는 우리를 똑똑하게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바보로 만드는 것일까.”
전 세계 학교를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세계적 명성의 인지과학자 가이 클락스톤(Guy Claxton) 교수는 매번 수업마다 컴퓨터가 하는 역할에 대해 의문을 같게 된다고 토로한다.
“어떤 교사들은 특정 부분을 가르치기 어려워하기도 하고, 수업시간에 최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교사들도 있다”는 그는,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아이들의 학습태도와 인지적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 킹스컬리지(King's College London)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있는 클락스톤 교수는 교육 콘텐츠 및 기술 관련된 행사인 ‘에듀테크’(EduTech)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호주를 방문했다.
A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7-8일(목-금요일) 이틀간 개최된 이번 ‘EduTECH Australia 2018’에서는 수백 명의 현직 교사와 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 수업에서의 디지털 기술의 역할’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세계적으로 많은 학교들이 다양한 학습 앱(application)을 통해 기본적인 수학과 발음을 가르치고 있는 가운데, 학교 내에서 이러한 최신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학생들의 사고능력 개발에 ‘유익’한지, 아니면 ‘유해’한지 여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펼쳐졌다.
“디지털 기술 속도 너무 빨라
인간의 뇌가 따라가기 힘들다”
클락스톤 교수는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찬반을 논하기 전에 해당 기술이 아이들의 호기심과 탐구심 및 사고능력 함양에 도움이 되는지를 교사들 스스로가 질문해보라”고 말했다.
“학습 앱을 활용하고 손글씨 대신 키보드를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은 기술을 사용하면서 얻게 되는 빠른 학습속도”라고 말한 그는 “자신이 글을 쓰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는 자신의 생각 속도와 맞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락스톤 교수는 이어 “자신이 쓸 수 있는 속도와 타이핑을 칠 수 있는 속도에 차이가 나면 생각의 속도에서도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속도가 빠른 키보드 타이핑으로 글을 쓸 경우 신중하게 생각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 아동문학 소설가인 루이 파크(Louise Park) 작가는 디지털 기기에 너무 의존할 경우 ‘디지털 치매’(digital dementia) 현상이 나타나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진은 그녀가 가르치는 글쓰기 교실의 한 학생이 작성한 글.
단순한 즐거움일까,
참여도가 높은 것인가?
미국의 거대 기술기업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앤서니 살시토(Anthony Salcito) 세계교육 부회장도 이번 에듀테크 컨퍼런스에 참석해 “교실에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할 경우, 단지 학생들이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두고 ‘학습 집중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학습 앱을 사용하는 학생들은 이를 단순히 ‘놀이’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지 배우기 위해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살시토 부회장은 이어 “터치 스크린과 같은 현대 기기를 활용한 기술(technology)은 손글씨와 같이 오랜 숙련으로 얻은 기술(skills)과 접목되어야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지과학자인 런던 킹스컬리지(King's College London)의 가이 클락스톤(Guy Claxton) 교수는 “글을 쓰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는 자신의 생각 속도와 맞아야 한다”며 “뇌의 활동이 디지털 기기의 빠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게 될 경우, 신중하고 깊은 사고가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사진은 학교에서 손글씨를 쓰는 한 여학생.
기기 내려놓고
펜을 꺼내라?
호주 아동문학 소설가인 루이 파크(Louise Park) 작가는 호주 전국의 학교를 방문해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에듀테크 컨퍼런스에 참석한 파크 작가는 ‘디지털 치매’(digital dementia)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디지털 치매’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이 용어는 독일의 신경 과학자 맨프레드 슈피처(Manfred Spitzer)가 처음 사용해 널리 퍼지게 됐다.
슈피처 학자에 따르면 타이핑은 뇌의 신경 경로를 피해가는 작업으로 인간은 이를 하는 동안 두뇌활동 중 일부를 사용하지 않게 된다. 이 때문에 그는 “손으로 글을 쓰는 동안 발생하는 기억력 활동이 사용되지 않아 기억력이 감퇴된다”고 주장한다. 파크 작가는 경험을 통해 디지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학생들은 펜으로 글을 쓸 때와 컴퓨터나 태블릿을 사용해 글을 쓸 때 다르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거대 기술기업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앤서니 살시토(Anthony Salcito) 세계교육 부회장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기술(technology)은 오랜 숙련으로 얻은 기술(skills)과 접목되어야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아이패드를 이용해 공부하는 한 학생.
그녀는 단체 브레인스토밍 활동에서 한 그룹에는 아이패드를 주고, 다른 그룹에는 종이와 펜을 사용하도록 했다. 이후 발표를 시켜보면 아이패드를 사용한 그룹은 그대로 아이패드 화면을 읽는 반면, 종이에 필기한 그룹은 절대 자신들의 메모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파크 작가는 “손으로 글을 쓸 경우 상대방이 말한 것을 분석해 자신의 말로 다시 표현한 후 종이에 적게 된다”며 “이러한 작업을 통해 기억이 형성되므로 손글씨가 훨씬 더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클락스톤 교수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날 토론에서 “어떤 작가들은 수기로 글을 쓰는 반면 타이핑으로 작성하는 작가들도 있다”면서 “전통적인 학습방법이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든 학생들이 학업에 흥미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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