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대통령 비리 게이트’이다

 

“국민의 목숨을 소중히 하기는커녕 ‘개 돼지’로 만들었다. 대통령의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 대한민국 국민임을 더 이상 창피하게 만들지 마라!”

“호주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은 학업을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호주에 남을까를 고민한다. 사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강하지만 한국의 여러 현실을 보면 자신감이 들지 않는다. 젊은이들의 꿈이 공정하게 받아들여지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금주 화요일(1일) 시드니 도심, 총영사관 앞에서 시드니 소재 각 대학 한인 학생들 대표해 20여명의 학생이 연 시국선언에서 대학생들은 각자의 분노를 표출했다. 최순실 및 그 일가가 벌인 현 사태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는 지적과 함께, 매일매일 새로운 것들이 드러나는 충격적 보도내용을 접하며 “한국 국민 모두가 멘붕 상태”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한국내 각 대학 학생회는 물론 교수들까지 자발적으로 시국선언,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는 이번 사태는 20년 전 7월부터 9월까지 이어진 ‘87년 789’ 투쟁을 떠오르게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대한민국 젊은이들, 뒤이어 합세한 국민들의 분노는 마침내 전두환의 영구적 권력 움켜쥐기 의도를 뒤엎고 ‘대통령 직선제’를 일궈냈다.

최순실 개인으로 시작된(사실 노골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오래 세월 이어온) 국정농단 사태를 보는 다수 국민들, 학계와 시민단체의 분노는 20년 전의 그것보다 오히려 더한 느낌이다. 당시만 해도 정보 소통은 신문과 방송매체에 국한되었지만 오늘날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는 더 이상 정보 은폐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네티즌 수사대의 위력은 이전 특정인의 ‘신상털기’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바 있다. 진실이 감추어지는 시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현 사태를 직시하는 한국 국민들의 시각이 20년 전과 다른 배경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알고자 한다면, 진실을 확인하고자 한다면 언제나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아직도 일각에서 이 같은 시대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최순실 개인 및 그 여자의 가계에 올라 있는 친인척의 행각들은 이미 드러난 바이다. 이런 점만 보면 이번 사태는 국정농단이면서 측근비리로 비쳐진다.

중요한 것은, 지금 한국민들이 인식하는 이 사태는 ‘최측근 비리’가 아니라 ‘현 대통령이 연루된 비리 게이트’에 모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개 개인이 거대 기업들을 겁박하고 수십 억원의 자금을 당당하게 뜯어내는 것은, 웬만한 권력을 배경으로 두지 않고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정부 부처 하나를 쥐락펴락 한 것 또한 마찬가지다.

현 사태가 측근 비리를 넘어섰다는 지적은 한국내 대학생, 교수들 시국선언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드니 소재 대학생들의 성명서 내용 또한 한국의 젊은이들, 대학교수들이 보는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은 의도적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사태를 ‘최순실’ 개인으로 몰아가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헛발질이다.

‘88만원 세대’ ‘삼포세대’에 ‘헬 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나오는 처참한 현실에서 최순실과 특히 그 여자의 딸인 정유라가 보인 행태는 이들에게 더욱 깊은 자괴감, 상대적 빈곤감을 안겨준 것이다.

그럼에도 시드니 소재 한인 대학생들의 성명서는 최씨 등에 대한 분노를 넘어 냉정한 시각으로 사태를 직시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분노에 휘둘리지 않는 대학생들의 올바른 판단력, 정확한 사태 파악 능력이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이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부끄럽게 만들지 말아 달라”고 외쳤다. 이 말이 현 사태를 개탄하는 것보다 훨씬 큰 무게를 지니고 있음을, 꼭 알아야 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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