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할로윈 , 고대 유럽 축제가 미국식 축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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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롱우드시 한 교회가 ‘잭 오 랜턴’에 사용할 수 있는 주황색 호박들을 판매하고 있는 모습.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10월 31일 저녁, 할로윈 의 대표적 심볼 '잭 오 랜턴' 이 미 주택 정원앞에 불을 밝힌다. 그리고 갖가지 캐릭터 옷을 입은 아이들이 문을 두드리며 '트릭-오-트릿' 을 외친다. 그러면 집 안에서는 어른들이 나와 '해피 할로윈!' 하고 응답하며 캔디등을 아이들에게 건넨다.

트릭-오-트릿 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으면 장난을 부리겠다는 뜻으로, 간혹 고약한 장난끼가 있는 틴에이저들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정원의 소품을 옮겨놓거나 흠을 내는 등 약간의 '귀신 짓거리'를 남기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은 모든 집이 트릿을 준비하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동들은 불이 꺼져 있는 집은 방문하지 않는 편이다.

'할로윈(Halloween)'이란 용어는 '올 할로우스 이브 (All-hallows(saints)-eve)' 을 줄여 쓴 단어이다. 오래전 유럽지역을 지배하던 가톨릭의 교황이 겨울의 시작인 11월1일을 '모든 성인의 날' 로 정하고 지키게 했는데, 이 전날밤을 일컫었던 것이 바로 할로윈이다.

크리스마스 전날 저녁을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하며 파티를 즐기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원래 가톨릭에서 모든 성인의 축일은 5월 13일이었지만 9세기 중반에 교황 그레고리오 4세가 11월 1일로 변경했다. 이같은 교황의 결정이 민간에게 가장 먼저 정착한 나라는 켈트족이 살던 영국이라 할 수 있다.

켈트족은 한 해 수확을 마감하고 1년이 시작되는 동계 첫날 밤에 영계와 지상계가 서로 조우한다고 믿었다. 이 날에는 저승의 문이 열려 조상들은 물론 영계의 온갖 영들이 이승으로 나온다고 생각했다.

이같은 토속신앙은 가톨릭의 모든 성인의 날 과 맞물려 할로윈 축제로 자연스럽게 거듭나는 데 무리가 없었다.

토속신앙과 가톨릭 절기 혼합

할로윈 축제는 지역에 따라 특성이 있었다. 특히 할로윈을 가장 즐겼던 아일랜드인들은 영혼들이 지상세계를 방문할 때 나쁜 영들은 막아내고자 공동으로 불을 지피기도 했다. 이같은 행위가 요즘의 잭-오-랜턴 의 기원이라 할 수 있다.

원래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는 지역에서 잘 자라는 순무로 랜턴을 만들었으나, 미국에서는 주황색 호박으로 바뀌어졌다. 자연 할로윈을 표현하는 색상도 어두움과 호박을 상징하는 주황색과 검정색으로 자리잡았다.

가톨릭의 '성인의 날' 을 지키면서도 여전히 전통 풍습을 버리지 못했던 아일랜드인들은 할로윈날 서로 모여 파티를 즐기는 가운데 젊은이들은 미래 배우자에 대한 점괘를 보기도 하고, 아이들은 물에 띄운 사과를 입으로 건져 내기 등 민속놀이도 즐겼다.

또 스코트랜드 일부 지방에서는 아이들이 집집마다 방문하며 할로윈 축제날 즐길 케이크나 과일등을 얻기도 했는데, "하늘은 파랗고 들판은 푸르네요. 우리들도 할로윈을 즐겨야죠" 라는 리듬이 있는 주문을 읊으며 어른들 앞에서 장기를 부리기도 했다. 이같은 행위는 오늘날의 '트릭-오 트릿'을 외치는 행위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19세기 미국으로 건너온 아일랜드인과 스코트랜드인들은 할로윈을 기억하며 이날에 함께 모여 파티와 게임을 즐겼다. 그러나 1950년 이후부터 서서히 상업성이 파고 들면서 영계와 지상계가 조우한다는 부분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할로윈은 이제 재밋거리로 즐기는 '스푸키 나잇(으스스한 밤)' 으로 자리잡게 됐다.

또 캔디나 과자 등을 받는 행위와 각종 변장옷 등이 젊은층과 아동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유럽의 할로윈 축제는 미국식 축제로 변했고, 이것이 다시 세계적으로 퍼지게 됐다.

할로윈에 고민하는 종교계

한편 기독교계는 할로윈 해석에 분분한 편이다. 역사적으로 가톨릭 절기가 교차되어 있는데다, 할로윈에 담겨진 영의 세계 혹은 초자연적 믿음 등은 기독교 세계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주의적 기독교계와 보수적 유대인 그리고 모슬림들은 할로윈이 토속 신앙에 근거를 두고 있고, 근대에 와서는 악마적 이미지를 즐기는 것으로 발전한 데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에 일부 복음주의적 선교단체에서는 할로윈 날에 지옥 모형집을 만들어 일반에게 지옥에 대한 관념을 심거나, 악마와 사탄을 소개하는 전도 팜플렛을 제작해 배포하는 등 할로윈을 선교 목적으로 과감하게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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