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진행절차 불투명, 펜데믹 긴급대응 주장 설득력 없어"
캘리포니아 연방 지법 제프리 화이트 판사는 1일 미 상공회의소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등 일부 대학들이 H-1B 비자 발급 규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국토안보부를 상대로 낸 시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국토안보부 조처에는 기업이 H-1B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기 위해선 더 높은 임금을 줘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 또 비자 발급에서 전공과의 연관성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대학 학위나 이에 상응하는 경력이 있으면 H-1B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지만, 새 기준은 취업하려는 분야와 관련된 학위를 소지하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H-1B 비자는 주로 과학과 기술 및 의료 분야에 발급되는 비자로, 연간 약 8만5천명의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발급해 왔다. 현재 3년짜리 H-1B 소지자는 60만명이고, 이 가운데 대부분은 중국과 인도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H-1B 비자 취득를 강화하는 조처를 내놓은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대규모 실업 사태가 벌어지는 가운데 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돌려주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켄 쿠치넬리 국토안보부 부장관 대행은 지난 10월 새로운 기준을 발표하면서 "최근 몇 년간 H-1B 비자를 신청한 사람 가운데 3분의 1은 비자가 거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에 연방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주지 않은 것이다. 화이트 판사는 행정부의 진행 절차가 투명하지 못했고, 또 해당 조처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따른 '긴급 대응'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것이 3월인데 10월에서야 관련 조처를 내놓았다고 지적한 것이다. 또 행정절차법(APA)상 여론 수렴 기간인 30일을 어기면서까지 해당 규정을 시행해야 할 타당한 근거를 정부가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원고 측 변호를 맡은 폴 휴스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H-1B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상공회의소도 성명을 통해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며 "비자 규정 제한으로 많은 사업체의 운영에 극심한 차질이 발생할 소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안보부나 노동부는 판결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H-1B 관련 조처는 이민을 억제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가운데 하나로 대선 불과 몇 주 전에 나왔다. 앞서 지난 6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연말까지 H-1B 프로그램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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