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 뉴욕 노동자들의 권리찾기로 출발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9월 첫 번째 월요일(올해는 5일)은 미국의 법정 공휴일인 노동절(Labor Day)이다.

노동절은 계절적으로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는 때에 있기 때문에 노동절을 '가을 문턱'으로 여긴다. 또 여름을 마감하는 날로 여겨 사람들은 피크닉과 바베큐를 즐기고 대부분의 공원이나 야외 수영장 등이 이날을 계기로 시간 조절에 들어간다.

여성들은 노동절을 정점으로 흰색 구두를 신기를 꺼려하기도 하고, 각 사업체들은 특별 세일에 나서며 새 기운을 북돋운다. TV에서는 새로운 시즌 프로그램을 마련하는가 하면 학생들은 긴 여름 방학을 마치고 다시 새 학기 채비를 하게 된다.

이처럼 노동절은 미국인들에게 계절의 분기점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근원에는 노동자들의 절규와 저항이 들어있다. 노동절은 1882년 9월 5일 뉴욕시 유니온 스퀘어에서 3만명의 노동자들이 모여 시가행진을 벌인 것으로부터 출발했다.

노동절은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시작
 

labor.jpg
▲1882 뉴욕 유니온 스퀘어에서 첫 퍼러이드를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 모습. <자료사진>
 

1800년대에는 유럽에서 이민 온 많은 사람들이 하루 10시간에서 16시간까지 일을 하면서도 저임금에 시달려야 했다. 또 여자들과 어린이들의 임금이 싸기 때문에 남자들보다는 그들을 더 많이 고용하는 업주들도 생겨났다.

이러한 부당함에 대항하여 남자 노동자들은 노동자 보호를 위해 조직을 만들고 서서히 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뉴욕시 목수였던 피터 모과이어(Peter J. Maguire)에 의해 시작된 시가 행진은 미국에서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로 제도화 되는데 주요 역할을 했다.

빈곤 속에서 자라난 모과이어는 11세부터 노동을 하면서 지냈다. 1880년대 노동자 집단에서 선도 역할을 했던 그는 하루에 8시간 노동으로 제한하라는 것과 노동절을 제정해 줄 것을 뉴욕 노동조합에 요구했다.

이 제의가 수락되어 1882년 9월5일 "노동 기사단(Knights of Labor)"이라는 단체의 주도하에 처음으로 노동절을 기념하게 됐다. 목수, 벽돌공, 화차 운전수, 페인터, 인쇄공, 열쇠공, 담배공장 직원 등 3만여명의 남녀 노동자들은 이날 뉴욕시에 몰려들었고 악대의 음악에 맞추어 깃발을 흔들면서 시가 행진을 벌였다.

이 행진이 시초가 되어 1887년 오리건주가 처음으로 노동절을 공공 휴일로 정했고, 1894년 들어 미국에서 노동절을 법정 공휴일로 제도화하기에 이르렀다.

시카고 헤이마켓 파업 농성사태 세계 자극, '메이 데이' 만들어 내

그러나 산업혁명으로 공장들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던 당시 모과이어의 하루 8시간 노동 요구는 쉽사리 먹혀들지 않았다. 의회에서도 이에 대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모과이어는 전국적인 노동자 파업을 선동했다.

그러던중 시카고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30만명의 노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헤이마켓 스퀘어에서 파업 농성이 진행되던 중 폭탄이 터지면서 경찰들이 사망, 노동운동 주모자들이 폭동죄로 체포되었고 일부는 사형을 당하게 된 것이다.

한편 1889년 7월 14일,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하여 제2 인터내셔널 창립대회가 파리에서 열렸다. 이때 시카고 헤이마켓 사건을 기려 5월 1일을 노동절로 정했고,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노동절을 '메이 데이'라 칭하였다. 지금도 유럽의 다수 국가에서는 5월 1일을 노동절로 지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첫 뉴욕 시가행진이 이뤄진 9월 5일이 월요일이었다는 이유로 9월 첫주 월요일을 노동절로 지키고 있다.

노동절은 노동법 제정에도 영향
 

labor2.jpg
▲1886년 시카고 헤이마켓 스퀘어에서 파업 농성이 진행되던 중 폭탄이 터진 상황을 묘사한 그림. <자료사진>
 

한편 노동절 기념은 조직적인 노동 운동에 유효하게 작용했으며 그 결과 노동자의 권익은 점점 신장되었다.

노동법이 제정돼 일주일 최대 노동시간, 최저 임금 등이 법으로 규정돼 업주가 사람을 고용할 때 시간당 최소 임금을 보장해줘야 하고, 일주일에 몇 시간 이상은 일을 시키면 안되는 등 규제를 하고 있다. 또 성별이라든가 인종, 피부 색깔, 혹은 국적에 따른 차별도 이제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취업광고를 낼 때도 남녀간 혹은 인종간 차별을 의미하는 문구를 삼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노동절은 불이익을 당하기 쉬운 근로자들의 권리를 어느정도 보장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일부에서는 파업이 오히려 고용주들을 위협하고 국가 경제를 해친다며 '빅 레이버(Big Labor)'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데올로기 갈등이 심했던 시대에는 노동조합 임원들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수난을 당했고, 노동운동 지도자들은 체포되어 감옥형이나 사형을 당하기도 했다.

노동절은 노동자들이 나서서 만든 날이지만 근대 산업에 종사한 노동자들의 공헌을 기리는 날로 발전했다. 이날 노동 단체들은 각종 행사를 하는데, 노동자의 권익 신장에 대한 홍보와 노동자간의 친목 행사를 한다. 미국 여러 도시에서는 퍼레이드로 이 날을 경축하고, 연설도 하며 노동 연합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기도 한다.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2895 미국 세계 최대 크루즈선 '원더 오브 더 시즈'... 대체 어느 정도 이기에 file 코리아위클리.. 23.01.11.
2894 미국 플로리다 재산보험 시장 위기속, 보험 없는 모빌홈 32% file 코리아위클리.. 23.01.11.
2893 미국 온라인 상품 판매업, 과잉 재고와 반품 처리에 '두통' file 코리아위클리.. 23.01.11.
2892 미국 '브런치' 식당 인기, 플로리다에서 체인점들 '들썩' file 코리아위클리.. 23.01.11.
2891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 완화 조짐에 주택시장 '희색' file 코리아위클리.. 23.01.11.
2890 미국 새해부터 달라지는 플로리다 법…꼭 알아둬야 손해 안 본다 file 코리아위클리.. 23.01.11.
2889 미국 쿠바인 500여명, 플로리다 최남단 섬으로 밀입국 file 코리아위클리.. 23.01.11.
2888 미국 연방 대법, 소소계 우대 정책 등 올해 판결 어떻게 될까 file 코리아위클리.. 23.01.11.
2887 미국 중앙플로리다 학생 9천여명, 길거리 노숙자 신세 file 코리아위클리.. 23.01.03.
2886 미국 '좋은' 식품점이 있는 동네, 주택값도 오른다 file 코리아위클리.. 23.01.03.
2885 미국 픞로리다 인구 1년새 1.9% 늘어... 미국서 가장 빠른 증가세 file 코리아위클리.. 23.01.03.
2884 미국 플로리다, 의료용 마리화나 면허 일괄처리 규정 발표 file 코리아위클리.. 23.01.03.
2883 미국 한국계 '당구 여신' 자넷 리, < ESPN > 다큐멘터리 방영 file 코리아위클리.. 23.01.03.
2882 미국 탬파베이 주택 소유 노인 22%, 대출금 갚으며 산다 file 코리아위클리.. 23.01.03.
2881 미국 미국인들, 인플레이션 불구 연말 대목 지갑 열었다 file 코리아위클리.. 23.01.03.
2880 미국 올해 미국인구 120만명 증가... 총인구 3억3320만명 file 코리아위클리.. 23.01.03.
2879 미국 올랜도 선교단체 목사, 코로나 지원금 사기 혐의로 체포 file 코리아위클리.. 22.12.26.
2878 미국 허리케인 복구작업하던 인부 악어에 팔 물려 중상 file 코리아위클리.. 22.12.26.
2877 미국 올도 주택판매 4년여 만에 최저치... 숙어든 부동산 열기 file 코리아위클리.. 22.12.26.
2876 미국 플로리다 유도로 이료용 운전자에 50% 요금 감면 file 코리아위클리.. 22.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