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평화의 분수령(分水嶺)이 될 역사적인 2차 북미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가 주한 러시아 대사를 역임한 글렙 이바셴체프 발다이클럽 전문가의 기고문을 실었다. (편집자 주)
사진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장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2월 27-28일 양일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 핵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갖는다. 2차 북미정상회담은 작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정상회담 직후 이미 개최하기로 약속한 후 지금까지 8개월 이상이 경과하여 때가 무르익었다. 그러나 이 2차 정상회담이 북한비핵화 문제를 원점에서 움직이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은 미국과 대화 진전을 위해 여러 구체적인 조치들을 취했다. 1년 이상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고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폭파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폐쇄하고 북한의 주요 핵시설로 유명한 영변 원자로를 폐쇄(閉鎖)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측은 현재까지 앞으로 어떻게 비핵화를 진전시켜 나갈 것인지 결정하지 않은 듯하다.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관련하여 북한에게 부과된 국제 제재이다. 북한은 이미 그들이 취한 조치가 부분적으로라도 제재를 해제하는 보상조치를 받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의 완전히 핵 미사일 폐기때까지 제재를 유지하겠다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북한에서 북한 침략 연습이라고 받아들이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문제도 매우 첨예하게 남아 있다. 싱가포르에서 트럼프는 이 군사훈련을 중지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군사훈련에 드는 비용도 막대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번 봄에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없으리라는 증거는 현재까지는 없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주요 조건으로 북미간의 새로운 관계 정립을 들었다. 양국관계는 상호 신뢰에 기초해야 하고 서로를 악마라고 비난하며 취급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북한에게는 이는 간단한 과제가 아니다. 북한 주민들은 지난 수십년 내내 미 제국주의에 대한 적대감 속에서 교육받고 살아왔다. 그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예는 있다. 중국이나 베트남도 한 때 비슷한 상황을 극복했다.
앞으로는 북미관계는 현재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 수준으로 격상(格上)될 수 있다. 미국과 베트남은 과거의 전쟁에 대해 기억하고 있지만 이것이 공동 작업을 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생각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을 다른 곳이 아닌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을 수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미루어 볼 때 그는 북한과 미국의 상호적인 탈악마화가 가능하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그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한반도 정세 해결에 있어 많은 것이 두 사람에게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젊은 지도자 김정은이 국내정치적인 현안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유리한 입장에 있다. 트럼프는 민주당원의 반대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북한을 악의 화신(化身)으로 보는 공화당원들도 적지 않은 수가 그의 대북 정책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서 손발이 묶인 상태이다.
또한 머지않아 열리게 될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김정은은 이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현재 트럼프가 그의 전임자들이 맺은 조약에서 탈퇴하는 것과 비슷하게 현재의 지도자인 트럼프가 받아들인 의무를 다음 대통령이 거부하는 사태를 피하고 싶어 한다. 바로 이 때문에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만약 미국이 대북 제재와 압박을 계속할 경우 북한은 국가의 주권과 최고 이해를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선택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과가 북한으로 하여금 이 새로운 선택을 모색하도록 강요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든 사람이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다.
글 | 글렙 이바셴체프 발다이클럽 전문가(2005-2009년 전임 주한 러시아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