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이그노벨상 1).jpg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기를 구매한 사람들의 심리와 경험을 분석,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품 사용설명서(매뉴얼)를 읽어보지 않는다는 결과를 도출한 퀸즐랜드 공과대학교(Queensland University of Technology)의 데아 블랙클러(Thea Blackler) 교수가 ‘제28회 이그노벨상’에서 문학상을 수상했다. 사진 : Flickr(Matti Lintula)

 

올해 ‘이그노벨상’ 발표... 퀸즐랜드 ‘공대’ 연구진은 ‘문학상’ 수상

 

전 세계 연구진이 수행한 주목할 만한 ‘괴짜 연구’들 가운데 올해 가장 주목받은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지난 13일(목, 미 동부 시간) ‘제28회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 샌더스 극장(Sanders Theatre)에서 개최됐다. 노벨상을 패러디한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은 재미있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진정성을 담은 연구에 수여하는 상으로, 1991년 하버드대학교 유머과학 잡지인 ‘Annals of Improbable Research. AIR’에서 시작됐다. ‘있을 것 같지 않은 진짜’라는 의미의 ‘Improbable genuine’의 약자(Ig)를 붙여 만들어진 이 상은 매년 괴짜 같지만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과학적 연구업적을 선정, 시상한다. 올해 이 ‘괴짜 노벨상’을 수상한 몇 가지 흥미로운 연구들을 살펴본다.

 

“기계 매뉴얼,

읽는 사람 거의 없다”

 

새로운 기계를 구입한 뒤 포장박스 안에 든 사용설명서(매뉴얼) 책자를 읽어본 적이 있는가? 길고 복잡한 매뉴얼은 읽어볼 엄두조차 안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스스로 게으른 사람이라고 탓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호주의 한 대학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뉴얼을 읽지 않고 직접 이용해보면서 기계에 대한 사용법을 익힌다.

퀸즐랜드 공과대학교(Queensland University of Technology)의 데아 블랙클러(Thea Blackler) 교수는 각 기기를 구매한 사람들의 심리와 경험에 관한 연구로 올해 이그노벨상 ‘문학상’을 수상했다.

지난 2014년 블랙클러 교수와 그의 연구진은 170명을 대상으로 식기 세척기부터 리모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계제품들의 매뉴얼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뉴얼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구매자들은 기능을 다 사용하지 않더라도 복잡한 기능이 많은 제품을 선호했으며,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더 매뉴얼을 읽지 않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블랙클러 교수는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일수록 사전 지식이 더 많고 필요한 기능만을 선택해 사용하는 전략적인 방법을 택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블랙클러 교수는 “연구를 수행한 4명의 저자들은 모두 STEM(과학-기술-엔지니어-수학) 분야에 있는 여성들”이라고 강조한 뒤 “이번 기회를 통해 기술과 좋은 디자인 및 STEM 분야에 있는 여성들을 옹호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종합(이그노벨상 2).jpg

영양학 부문 이그노벨상 수상자가 된 잉글랜드 브라이턴공립대학(University of Brighton)의 제임스 콜(James Cole) 연구원은 인육이 다른 동물의 고기보다 칼로리가 낮다는 결과를 도출해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사진 : Flickr(cvc_2k CC-BY-NC-2.0)

 

인육,

칼로리 가장 낮다

 

잉글랜드 브라이턴 공립대학(University of Brighton)의 제임스 콜(James Cole) 교수는 일명 ‘식인(cannibalism) 다이어트’에 관한 연구를 진행, 인육이 다른 동물의 고기보다 칼로리가 낮다는 결과를 도출해 이번 이그노벨상 ‘영양상’의 주인공이 됐다.

콜스 교수는 이전에 발표한 ‘인간의 신체 화학구성 성분’에 대한 정보를 활용, 각 구성성분의 칼로리를 정확히(?) 계산했다. 그는 해당 연구결과에 대해 “인간고기를 먹으라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크기의 동물과 비교해 인간도 영양학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괴롭히는 상사,

저주인형으로 복수한다

 

캐나다의 윌프리드 로리에대학교(Wilfrid Laurier University) 연구진은 저주인형(voodoo dolls)이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를 푸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로 이그노벨상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연구진은 대학생 35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저주인형에 과거 자신을 언어적으로 모욕했거나 노력을 알아주지 않았던 상사의 이름을 지어주게 한 뒤, 몇 분 동안 이 인형을 공격하도록 했다. 이후 이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진 결과 이들의 스트레스가 해소됐으며, 해당 상사를 보복하고 싶은 감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현실에서는 아무런 해를 가하지 않으면서도 정의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종합(이그노벨상 3).jpg

우표를 이용, 야간에 성인 남성의 음경 발기 여부를 진단하는 방법을 발견한 연구진이 있다. 미국 오리건(Oregon) 주의 한 연구팀은 이의 연구로 이그노벨상 ‘재생의학’ 부문 주인공이 됐다. 사진 : Flickr(Artbyheather)

 

■ 2018년 이그노벨상 각 분야별 수상작들

-인류학 : ‘침팬지와 동물원 방문객들의 상호작용에서 즉흥적인 이종간 교차 모방’(pontaneous Cross-Species Imitation in Interaction Between Chimpanzees and Zoo Visitors) / 스웨덴 룬드 대학교의 토마스 페슨(Tomas Pesson), 가브리엘라-알리나(Gabriela-Alina Sauciuc), 엘라이니 메드센(Elainie Madsen).

 

-생물학 : ‘초파리의 냄새’(The Scent of the Fly) / 폴 베처(Paul Becher), 세바스찬 레브레톤(Sebastian Lebreton), 에리카 월린(Erika Wallin), 에릭 헤덴스트롬(Erik Hedenstrom), 펠리페 보레로-에체베리(Felipe Borrero-Echeverry), 마리 벵트손(Marie Bengtsson), 볼커 조거(Volker Jorger), 피터 위츠겔(Peter Witzgall).

 

-화학 : ‘더러운 표면의 청소 물질인 인간의 침’(Human Saliva as a Cleaning Agent for Dirty Surfaces) / 포르투갈 환경과학자 파울리 로마오(Paula Romão), 아딜리아 알라르카오(Adília Alarcão) 故 세사르 비아나(César Viana), 아조레스(Azores) 제도 지역정부.

 

-경제학 : ‘잘못된 것 바로잡기: 괴롭히는 상사에게 저주인형으로 보복해 정의 회복하기’(Righting a Wrong: Retaliation on a Voodoo Doll Symbolizing an Abusive Supervisor Restores Justice) / 린디 한유 리앙(Lindie Hanyu Liang), 더글라스 브라운(Douglas Brown), 훼이웬 리안(Huiwen Lian), 사무엘 헤니그(Samuel Hanig), D. 렌스 페리스(D. Lance Ferris), 리사 키핑(Lisa Keeping).

 

-문학 : ‘매뉴얼을 읽어보기엔 삶이 너무 짧다: 제품 설명서와 지나치게 많은 기능에 대한 사용자들의 태도’(Life Is Too Short to RTFM: How Users Relate to Documentation and Excess Features in Consumer Products) / 퀸즐랜드 공과대학교(Queensland University of Technology)의 테아 블랙클러(Thea Blackler), 라파엘 고메즈(Rafael Gomez), 베스나 포포비크(Vesna Popovic) M. 헬렌 톰슨(M. Helen Thompson).

 

-의료교육학 : ‘앉아서 하는 대장내시경: 셀프 대장내시경을 통해 알 수 있는 것들’(Colonoscopy in the Sitting Position: Lessons Learned From Self-Colonoscopy) / 일본 쇼와이난 종합병원(Showa Inan General Hospital)의 아키라 호리우치(Akira Horiuchi).

 

-의학 : ‘롤러코스터를 타는 동안 신장결석이 빠져나가는 통로를 측정하기 위한 기능성 신우 신장 모델의 효력’(Validation of a Functional Pyelocalyceal Renal Model for the Evaluation of Renal Calculi Passage While Riding a Roller Coaster) /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Michigan State University)의 마크 미첼(Marc Mitchell), 데이비드 와팅거(David Wartinger).

 

-영양학 : ‘구석기 시대 식인행위에 나타난 칼로리 관련, 중요한 사실 평가’(Assessing the Calorific Significance of Episodes of Human Cannibalism in the Paleolithic) / 잉글랜드 브라이턴공립대학(University of Brighton) 제임스 콜(James Cole).

 

-평화 : ‘운전 중 소리 지르고 욕하기: 빈도, 이유, 위험한 상황, 처벌’(Shouting and Cursing While Driving: Frequency, Reasons, Perceived Risk and Punishment) / 스페인 발렌시아대학교(University of Valencia)의 프란시스코 알론소(Francisco Alonso), 크리스티나 에스테반(Cristina Esteban), 안드레아 서지(Andrea Serge), 마리아-루이자 발레스타(Maria-Luisa Ballestar), 제이미 산마르틴(Jaime Sanmartin), 콘스탄자 칼라타유드(Constanza Calatayud), 베아트리즈 알마르(Beatriz Alamar).

 

-재생의학 : ‘우표를 이용한 야간 음경 발기 진단법’(Nocturnal Penile Tumescence Monitoring With Stamps) / 존 베리(John Barry), 브루스 블랭크(Bruce Blank), 미셸 보일로(Michel Boileau).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이그노벨상 1).jpg (File Size:54.1KB/Download:21)
  2. 종합(이그노벨상 2).jpg (File Size:52.8KB/Download:17)
  3. 종합(이그노벨상 3).jpg (File Size:86.0KB/Download:22)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3601 호주 NSW 2018-19 예산 계획- 교육 및 보건 분야에 우선 집중 file 호주한국신문 18.06.21.
3600 호주 NSW 2018-19 예산 계획- Winners & Losers file 호주한국신문 18.06.21.
3599 뉴질랜드 북섬 와이히 근처 도로, 거대한 싱크홀 NZ코리아포.. 18.06.21.
3598 뉴질랜드 한국 여권, 2018년 세계 여권 순위 2위 NZ코리아포.. 18.06.21.
3597 뉴질랜드 오클랜드 도로는 공사중; 최대 한주에 240개 프로젝트 NZ코리아포.. 18.06.21.
3596 뉴질랜드 맥주, 59% 키위 식사할 때 선택 NZ코리아포.. 18.06.22.
3595 뉴질랜드 일광 시간 짧아 겨울 우울증 올 수도...가벼운 운동으로 기분 전환 NZ코리아포.. 18.06.22.
3594 뉴질랜드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들, 웰링턴 자유무역협의 참석 NZ코리아포.. 18.06.22.
3593 뉴질랜드 키위 셋 중 둘, 운전에 불안감 느껴 NZ코리아포.. 18.06.23.
3592 뉴질랜드 15년째 실종 미스터리, 타우랑가 로또 맨 존 더프 NZ코리아포.. 18.06.23.
3591 뉴질랜드 젊은 여의사, 직장 내 성희롱 견디고 있어 NZ코리아포.. 18.06.23.
3590 뉴질랜드 금메달리스트에서 노숙자로...두려움에 떠는 한 오클랜드의 여성 NZ코리아포.. 18.06.25.
3589 호주 연방인권위원회,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 톱뉴스 18.06.25.
3588 호주 사커루즈도, 태극전사도 울린 ‘VAR’ 톱뉴스 18.06.25.
3587 호주 “주택 임대료보다 비싼 호주의 전기세” 톱뉴스 18.06.25.
3586 호주 주택 태양열판 “더 이상 선택 아닌 필수” 톱뉴스 18.06.25.
3585 뉴질랜드 아남극해 오클랜드섬 “천적 박멸작업 본격 시작” NZ코리아포.. 18.06.25.
3584 뉴질랜드 5월까지 연간 순이민자 6만6200명, 비영주권자 장기거주 출국 늘어나 NZ코리아포.. 18.06.25.
3583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에서 발견된 박쥐 머리 미이라 NZ코리아포.. 18.06.25.
3582 뉴질랜드 이른 겨울에 태어나 관광객들 시선 빼앗는 새끼양들 NZ코리아포.. 18.06.26.
3581 뉴질랜드 남부 오클랜드 안과 환자, 너무 오랜 기다림으로 시력 저하 NZ코리아포.. 18.06.26.
3580 뉴질랜드 오클랜드 '해외 주재원 생계비 조사’ 세계 랭킹 20위, 서울은 5위 NZ코리아포.. 18.06.27.
3579 뉴질랜드 고등학교 졸업 후 일하는 젊은이들 증가 추세 NZ코리아포.. 18.06.27.
3578 뉴질랜드 13년 만에 최악의 교통사고, 7명 사망 NZ코리아포.. 18.06.28.
3577 호주 시드니 주말 경매- ‘폐허’ 상태의 주택에 예비 구매자들 입찰 각축 file 호주한국신문 18.06.28.
3576 호주 시드니 신공항과 함께 펜리스 지역, 크게 변모될 듯 file 호주한국신문 18.06.28.
3575 호주 지구촌 화제- World's Ugliest Dog contest 2018 file 호주한국신문 18.06.28.
3574 호주 NSW 정부의 프리스쿨 보조, 실질 수혜자는 17.5% 불과 file 호주한국신문 18.06.28.
3573 호주 “호주 부동산 시장, 캔버라-퍼스-브리즈번이 주도할 것” file 호주한국신문 18.06.28.
3572 호주 전 세계 국가 평판도 조사... 호주, 6위로 두 단계 떨어져 file 호주한국신문 18.06.28.
3571 호주 시드니 지역서 100달러 위조지폐 또 유통, 주의 필요 file 호주한국신문 18.06.28.
3570 호주 Pitched battles: ‘월드컵’ 축구 전쟁, 실제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 높다(2) file 호주한국신문 18.06.28.
3569 호주 NSW 주 정부, “예산은 풍족하나 관리는 부족” 지적 file 호주한국신문 18.06.28.
3568 호주 학자금 대출 상환 연소득 45,000달러 이상으로 하향조정 file 호주한국신문 18.06.28.
3567 호주 호주 유권자들 표심, 집권여당보다 ‘개인 집중’ 드러내 file 호주한국신문 18.06.28.
3566 호주 아침 피크 시간대, ‘교통체증’ 악화-향상된 시드니 도로는... file 호주한국신문 18.06.28.
3565 호주 지속적 이민자 유입 속, 호주를 떠나는 이들도 늘어 file 호주한국신문 18.06.28.
3564 호주 새 회계연도의 획기적 변화들 [7월 달라지는 제도] 톱뉴스 18.07.01.
3563 호주 연방상원, 취약계층 이민자 시민권 신청비 할인 혜택 폐지조치 백지화 톱뉴스 18.07.01.
3562 호주 호주 청량음료업계, 설탕 함유량 20% 감량 계획 발표…의학계 반응은 ‘써늘’ 톱뉴스 18.07.01.
3561 뉴질랜드 글로벌 사기, 뉴질랜드 피해자 증가 NZ코리아포.. 18.07.02.
3560 뉴질랜드 5개월 동안 외국인 투자자 부동산 매입, 21억 달러 NZ코리아포.. 18.07.03.
3559 뉴질랜드 스콧 도널드슨, 카약으로 타스만 해 건넌 최초의 인물 NZ코리아포.. 18.07.03.
3558 뉴질랜드 세계 최초로 ‘식물성 햄버거’ 기내식으로 선보이는 Air NZ NZ코리아포.. 18.07.03.
3557 뉴질랜드 벽 부수고 들어온 승용차 “잠자던 주인은 침대에서 맞은 편 벽까지 날아가” NZ코리아포.. 18.07.03.
3556 뉴질랜드 노숙자와 걸인과 함께~~머지 카페 시민 참여 증가 NZ코리아포.. 18.07.04.
3555 뉴질랜드 향후 64만 명의 파일럿 더 필요 NZ코리아포.. 18.07.04.
3554 뉴질랜드 뉴질랜드, 겨울 들어 전국 주택가격 0.3%하락 NZ코리아포.. 18.07.04.
3553 뉴질랜드 오클랜드 한 여성, 아프리카인들을 위해 200만 달러 기부 NZ코리아포.. 18.07.05.
3552 뉴질랜드 윈스턴 피터스 총리 대행, 호주의 키위 17세 소년 감금에 비난 NZ코리아포.. 18.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