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K팝, 박항서(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감독)만 ‘한류’를 이끄는 게 아니다. 금융사들도 ‘금융한류’를 펼치고 있다. 최근 국내 시중 은행은 물론 카드사, 증권사 등 분야를 막론한 금융업계가 이 지역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사들의 활약상을 살펴보았다.

 

신한금융, ‘글로컬리제이션’+‘박항서 파워’ 전략 먹혔다 …외국계 은행 1위 등극 

 

우선 신한은행이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랜 시간 공들인 ‘글로컬리제이션(글로벌 현지 사정에 맞춘 현지화)’ 전략의 성과와 더불어 현지 모델인 ‘박항서’ 파워가 어우러졌다는 평가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966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신한금융그룹의 글로벌 수익 3215억 원 가운데 30%를 베트남 시장에서 기록했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8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 영업실적’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작년 베트남에서 거둔 순이익은 1억 3200만 달러(약 1500억 원)으로, 이 중 신한베트남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64%에 달했으며, 베트남 금융 시장 내 ‘외국계 1위 은행’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이같은 성과의 비결은 ‘현지화’였다. 이 회사는 베트남 금융시장 개방 직후인 1992년에 진출하면서 인재 채용부터 철저히 현지 상황에 맞춰 진행했다. 현재 베트남신한은행의 현지 직원 비중은 약 97%에 달한다.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디지털 협업도 한 몫 했다. 지난 2017년 호주 안츠(ANZ)은행의 현지 리테일부문을 인수하면서 급성장의 계기를 마련했으며, 디지털 확산에 발맞춰 지난 2015년 모바일 앱 ‘써니뱅크’를 선보였고, 현재는 인기 SNS ‘잘로’·간편 결제 플랫폼 ‘모모’·부동산 플랫폼 ‘무하반나닷’ 등 디지털 플랫폼과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축구영웅’으로 부상한 박항서 감독을 홍보 모델로 기용하면서 인지도도 한층 높였다. 이 여세를 몰아 지난해 11월 출시한 모바일 앱 ‘베트남 쏠(SOL)’은 출시 한 달 만에 11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모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철저한 현지화 등의 전략에 힘입어 고무적인 성과를 냈다”며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우리·KEB하나·IBK기업·NH농협, 베트남 금융영토 확장 

 

KB국민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등 국내 주요 금융권도 베트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예금과 대출 업무는 물론, 카드, 보험, 핀테크 등 금융업 전 분야에 걸친 금융영토 확장이다.

 

지난 2016년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은행도 신한은행에 뒤이어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2017년 하노이 등 3개 도시에서 영업을 시작했고, 현재 타이응우옌, 하이퐁, 빈즈엉, 하남, 호찌민, 동나이 등 6개 지점을 추가 개점했다. 

 

6개 지점은 외국인 투자가 몰리는 곳으로, 우리은행은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베트남 현지법인에 약 770억 원을 증자하고 방카슈랑스, 카드 등으로 업무영역을 확장했다.

최근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베트남의 빅3 은행 중 하나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의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다. 해당 지분을 인수해 안정적으로 베트남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구상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월 하노이사무소를 ‘하노이 지점’으로 전환하고 개점식을 진행했다. 지난 2011년 영업을 시작한 호치민 지점에 이은 두 번째 지점으로, 약 8년 만의 영업 확장이다. 사측은 전담조직 운영을 통해 디지털뱅킹모델을 개발 중으로, 이를 기반으로 현지 리테일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허인 KB국민은행 은행장은 “신남방정책의 중심 국가인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지점을 설치함으로써 베트남 북부지역에 진출한 기업에 대한 여·수신 및 수출입금융서비스 제공 뿐 아니라 IB시장, 자본시장, 디지털뱅킹 서비스 및 KB금융그룹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한 원스톱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베트남 시장에 달려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7개 증권사가 베트남시장에 현지법인 및 사무소를 개소했다.

‘신남방’ 가운데서 베트남이 각광받는 이유? “소비자 금융시장 잠재력 커”  

 

금융권의 의욕적인 베트남 진출 이유는 ‘성장가능성’ 때문이다. 

 

지난해는 베트남의 경제 역사상 기념비적인 해였다. GDP는 전년대비 7.08% 증가했는데, 이는 베트남 정부의 당초 목표치를 뛰어넘은 수치로 2008년 이후 최고 경제성장률이다. 또 지난해 68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달성하며 역대 최대 외환보유고를 기록했다. 

 

폭발적인 경제 성장 속도에 따라 ‘소비자 금융시장’ 역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베트남 소비자대출시장은 지난 2016년 50.2%에서 이듬해 65%로 증가했다. 특히 주택(52.9%), 가구(15.3%), 자동차(8.3%) 등 구매를 위한 대출 수요가 늘었다. 

 

월드뱅크(World Bank Group)도 베트남 소비자 금융시장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보탰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개발도상국의 은행 계좌 보유 비율이 60%가 넘는데 비해 베트남은 30%에 불과하다고 밝힌 것. 인접 국가 태국의 경우 대출인구가 71%지만 베트남은 37% 밖에 되지 않아 베트남 소비자 금융시장의 성장 여지가 여전히 큰 것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성장세에 해외 투자 펀드 가운데 유일하게 베트남펀드에만 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베트남펀드에는 연초 이후 930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중국펀드(-3490억원), 북미펀드(-1630억원), 유럽펀드(-1530억원) 등 다른 해외 펀드는 모두 자금이 순유출됐다.

 

베트남, 韓금융기업들의 ‘돌파구’ 전망

 

이 나라에서 한국 금융권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베트남은 중국, 미국에 이은 한국의 주요 교역 국가로 금융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이후 한국 기업이 투자한 금액은 약 3조 5100억 원에 이른다. ‘포스트 차이나’를 넘어 한국 기업의 ‘주요 해외 생산기지’로 자리 잡을 경우,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금융권의 소비자·기업금융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금융시장은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이 베트남 등의 신남방 지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그러나 베트남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고 해서, 무분별한 진출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 금융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의 관건은 결국 현지 시장에 어떻게 녹아드느냐 하는 ‘현지화’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라이프플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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