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 로비그룹인 ‘Urban Taskforce’는 시드니 일부 지역의 경우 조만간 맨해튼과 같은 고층빌딩들이 대거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은 세인트 레오나드(St Leonards)에 초고층 주거타워 건설을 신청한 개발회사 Grocon이 예상한 이 지역의 미래 가상도.
사진 : Grocon
각 카운슬, 건축물 고도제한 완화... “고층이 유일한 대책 아니다” 지적도
시드니 스카이라인이 점차 뉴욕 맨해튼(Manhattan)을 닮아가고 있다. 빠르게 증가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고층의 아파트 타워들이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일요일(20일), 시드니 각 지역의 고층 타워 개발 현황을 전한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따르면 개발회사들은 각 지방의회의 지역 개발계획 규정이 허용하는 높이의 최대 5배에 달하는 고층의 주거지 건축 계획을 갖고 있으며, 카운슬들 또한 건축물 고도 제한을 완화하고 있는 추세다. 2056년까지 광역시드니 인구가 8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층 아파트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 한편, 고층의 주거지 개발이 인구 증가에 따른 주택 부족을 해결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있어 관심을 끈다.
시드니대학교 도시개발정책 전문가인 피터 피브스(Peter Phibbs) 교수는 “고층 건축물의 경우 건설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고 높은 수준의 엔지니어링 및 화재안전 기술이 요구된다”고 지적하면서, “고층의 주거 타워는 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주거지를 의미한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부동산 가치는 상승할는지 모르지만 이런 주거 타워들이 적정 가격의 주택 공급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했다. 고층 아파트들이 고소득자들을 위해서는 적합할지 몰라도 도시의 대부분 소시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피브스 교수는 이어 “부동산 개발 회사의 경우 건축물 고도 제한 문제를 해결하면 이는 보다 높은 수익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많은 개발 회사들이 보다 높은 이익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도제한이 있는 개발 부지를 선택해서 고도제한을 풀려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시드니 북부(north shore), 레인코브 카운슬(Lane Cove Council)은 개발회사들로부터 건축물 고도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수많은 요청을 받은 상태이다. 멜번(Melbourne)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형 개발회사 ‘Grocon’은 세인트 레오나드(St Leonards)의 퍼시픽 하이웨이(Pacific Highway, St Leonards) 상의 ‘Telstra Exchange’ 부지에 366채의 아파트가 있는 195미터 높이, 57층 규모의 타워 개발을 원하고 있다.
이 개발계획 신청은 조만간 열리는 레인코브 카운슬 지역개발 회의에서 검토될 예정이다. ‘Grocon’ 측은 이 개발계획을 신청하면서 과거에 이미 180미터 높이의 건축물 개발이 승인됐거나, 몇 건의 주거용 타워 개발 신청이 있었다는 점을 내세워 승인을 밀어 붙이고 있다.
하지만 카운슬 대변인은 “‘Grocon’이 신청한 ‘Telstra Exchange’ 자리의 경우 건축물 고도를 완화한 레인코브의 4개 구역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세인트 레오나드는 맨해튼이나 홍콩처럼 고층의 주거지가 필요한 지역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오는 2025년, 시드니 도심에는 9개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시드니 기반의 건축디자인 회사 Bates Smart가 예상한 시드니 도심의 스카이라인. 사진 : Bates Smart
또 다른 개발회사는 레인코브 웨스트(Lane Cove West)의 지역개발 계획을 수정하도록 하여 현재 18미터로 제한되어 있는 건축물을 87미터로 높이로 승인받으려 시도하고 있다.
도시개발 로비 그룹인 ‘Urban Taskforce’의 크리스 존슨(Chris Johnson) 대표는 “시드니 일부 지역(suburb)은 맨해튼과 같은 스카이라인이 만들어지겠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저밀도 주거타운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차역을 중심으로 고층건물들이 크게 늘어난 채스우드(Chatswood)처럼 일부 지역에서만 이 같은 개발이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다.
존슨 대표는 이어 각 카운슬들이 자발적으로 고도제한을 완화하는 것은 개발회사들로부터 더 많은 카운슬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운슬 지역에 새 공원이나 도로, 지역민을 위한 편의시설을 건설-조성하고자 하는 경우 카운슬이 감당할 수 없는 높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개발회사들이 이를 상당 부분 지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피브스 교수는 인구 증가에 따른 주택 확보를 고층 건축물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고층의 주거 타워는 어린이들의 놀이나 야외 활동을 제한하기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NSW 주 기획 및 공공서비스부의 롭 스토크(Rob Stokes) 장관은 새로운 주거지 개발은 기존 주거지역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건축 고도는 건축물의 형태, 규모, 공공 공간, 인프라 용량과 함께 향후에 있을 지역 성장과 특성을 계획하는 데 있어 하나의 고려 사항일 뿐”이라고 밝혔다.
현재 노스 시드니(North Sydney)에 자리한 가장 높은 빌딩은 149미터이며 채스우드(Chatswood)의 ‘Metro Grand at Chatswood Interchange’는 143미터 높이이다.
파라마타(Parramatta)에서는 기존 ‘Parramatta Square’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오는 2021년에는 230미터 높이의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서게 된다. 현재 파라마타에서 가장 높은 고층 아파트 타워는 177미터이지만 186미터와 211미터에 달하는 2개의 주거용 타워 건설이 현재 시작된 상황이다.
파라마타 카운슬 대변인에 따르면 파라마타 CBD의 건축물 고도는 기차역과 인접한 경우 200미터까지 허용하고 있다. 카운슬은 또한 개발계획의 디자인 우수성이 입증되는 경우 15%의 보너스 점수를 부여할 수 있다. 제한된 고도보다 15% 더 높은 건축물 개발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 한편 시드니 시티(City of Sydney) 카운슬은 도심 일부에서 최대 300미터 높이의 건축물을 허용하기 위해 고도 제한을 완화했으며, 피어몬트(Pyrmont) 소재 스타 카지노(Star Casino)측이 제안한 237미터 규모의 아파트 및 호텔 타워는 잠재적 이득이 다른 개발 검토사항보다 중요한지에 대한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고층 타워는 최근 시드니 올림픽 파크(Sydney Olympic Park)의 ‘Opal Tower’, 마스코트(Mascot)의 ‘Mascot Towers’에서 드러난 부실공사가 보여주듯 상당한 위험을 안고 있을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NSW대학교 건축학과장인 필립 올드필드(Philip Oldfield) 박사는 고층 건축물일수록 더 많은 강철과 콘크리트가 요구되며, 빌딩 운영에도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하면서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탄소배출이 더 많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의 대기환경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올드필드 박사는 대중교통 시설과 인접한 곳의 고층 주거지는 배기가스를 내뿜는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는 생활을 보장함으로써 탄소배출 감소에 기여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올드필드 박사에 따르면 현재 시드니에 자리한 150미터 이상 높이의 빌딩은 35개이며, 맨해튼에는 270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시드니의 경우 아직은 전 세계 주요 도시들 가운데 인구 밀도가 낮은 ‘수평적 도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