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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위원회의 조사 결과 호주인 5명 중 1명이 매년 우울증과 불안감 등 정신건강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시드니에서 열린 국제 세미나에서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새로운 도시 디자인과 기능이 이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더 나은 도시 디자인, 거주민 정신건강 증진시킨다”

도시 계획가-건축가-개발회사-카운슬 등, 시드니 국제 세미나에서 제시

 

거의 절반에 가까운 호주인들이 일생 동안 어떤 종류의 정신 질환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인구가 많고 복잡한 도시가 거주자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호주 생산성위원회(Productivity Commission)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건강 악화에 따른 자살과 관련, 연간 3천 명이 목숨을 끊고 있으며,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연간 최대 1천8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 전문가들의 세미나에서 보다 나은 도시 디자인과 기능이 이 엄청난 재앙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달 시드니에서 열린 국제 세미나에서 도시 계획 전문가, 건축가, 개발회사 및 카운슬 관계자들은 정신질환 비율을 줄이고 이를 초래하는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현재 약 3천700만 명 인구의 도쿄(Tokyo)에 기반을 둔 ‘도시 계획 및 정신건강 센터’(Centre for Urban Design and Mental Health)의 이탈리아 연구원 앨리스 코바타(Alice Covatta) 박사는 “인구 밀도가 높이지면 거주민의 정신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어 우울증 및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코바트 박사는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요소들로 “소음공해, 많은 사람들, 공공 공간 부족, 대형 광고판이 부착된 건축물 등이 특히 그러하며 이런 것들로 인해 거주민들은 정신적 과부하, 과체중,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면서 “반면 잘 설계된 도시는 사람들에게 친밀감과 개성을 부여하며, 군중 속에서도 외로움을 덜 느끼게 함으로써 정신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녀는 “공공 공간을 건축물 내부에 두기보다는 외부로 끌어내고 서점, 도서관, 편안하게 앉아 책을 읽거나 쉴 수 있는 공원과 공공 공간, 그리고 사생활을 즐기면서도 고립감을 느끼지 않을 공공장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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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제시한 보다 나은 도시 디자인 가운데는 녹색공간을 두어 거주민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아파트 거주가 늘어남에 따라 이웃들 간의 갈등 소지를 차단하는 건축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바트 박사의 의견은 인구밀도가 높고 공공 공간이 부족할 경우 고립감을 심화시키고 정신질환 발생 비율도 높아지는 반면 개방적인 도시 디자인을 구축하는 경우, 보다 건강하고 행복감을 줄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의료-심리-정신의학 지원 기관 접근도 용이하다는 것.

이날 세미나 발표 가운데는 고밀도 지구(high density precinct)와 관련해 건강증진 계획을 연구한 NSW대학교 수잔 톰슨(Sussan Tompson) 교수도 포함되어 있다. 톰슨 교수는 거주민의 복지 증진을 위한 도시계획-디자인-건축 환경을 연구하는 전문가로서 최근 생산성위원회의 정신건강 및 자살 관련 보고서와 관련, 이를 통해 세 가지 교훈을 정리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즉 △거주민들의 신체적 활동 공간을 지원-격려하고, △건강식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하며, △사회적 연결망을 제공하는 도시 구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녀에 따르면 최악의 도시는 긴 출퇴근 거리, 지나치게 많은 자동차와 대기오염, 비효율적인 대중교통 시스템,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지역일수록 취약해지는 녹색 공간 비율 등의 문제점을 가진 도시들로서, 이런 조건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외로움과 이유를 알 수 없는 적대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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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좋은 도시는 가까운 곳에 직장이 있어 유연한 근무 준비가 가능하고, 효율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으며 잘 계획된 도로와 보도,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녹지 공간, 커뮤니티 가든, 농산물 직판 마켓(farmers’ markets), 사람들끼리 쉽게 연결되는 공공 공간이 있는 도시이다.

동 대학교 ‘도시 미래연구센터’(City Futures Research Centre)의 도시복지 프로그램 연구 책임이기도 한 톰슨 교수는 “고밀도 아파트 거주가 늘어나면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의견은 같은 연구센터 헤이즐 이스도프(Hazel Easthope) 박사 또한 마찬가지이다. ‘The Politics and Practices of Apartment Living’(아파트 생활에 대한 정책과 관행)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한 이스도프 박사는 대도시마다 아파트 거주자들이 늘어나면서 아파트 건축물 설계가 거주민의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스도프 박사는 제대로 설계되지 않은 아파트 블록에 다양한 사람들이 뒤섞여 거주하는 경우 건물 관리 방식, 애완견 소음,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파티 등 다양한 분쟁 요소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거주민들은 종종 긴장감을 느끼고 이것이 정신건강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런 여러 가지 사항을 감안하여 건축된 블록의 경우,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작은 공동체의 결속을 가져오며 거주민들의 정신건강에도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UTS의 도시계획 연구소인 ‘Institute for Sustainable Futures’의 제이슨 프라이어(Jason Prior) 교수 또한 “건축 환경이 심각한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며 “(정부의) 도시계획 정책에 거주민의 정신건강 사항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잘 계획된 건축 환경, 잘 계획된 인구밀도는 고립감을 줄여 거주민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연방 정부의 의뢰로 생산성위원회가 조사를 진행, 이달 초 내놓은 1차 드라프트 보고서는 호주인 5명 가운데 1명이 매년 우울증, 불안감, 약물사용 등 정신질환 문제를 가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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