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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비상식품류 및 화장지 사재기(panic buying)로 나타나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호주의 화장지는 호주 내에서 생산되기에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FOMO’ 심리로 특정 품목을 대량 비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은 한 슈퍼마켓에서 화장지를 ‘쓸어 담은’ 한 고객의 트롤리. 사진: 트위터 / SoniaCrestpac

 

Coronavirus pandemic- ‘화장지 대량 구매행동’ 이유는...

호주의 toilet paper 대부분, SA 주에서 생산... 공급에 이상 없다

 

매콰리 파크(Macquarie Park)에 거주하는 A씨는 매 2주마다 쇼핑센터를 간다. 가정에서 필요한 제반 물품을 한 번에 구매하는 것이다. 며칠 전 A씨는 평소처럼 늘 가던 대형 쇼핑센터를 갔다가 화장지 진열 선반이 텅 비어 있는 것에 놀랐다. 해당 직원을 통해 A씨는 쇼핑객들이 일반적으로 구매하는 수준을 넘어 보이는 대로 쇼핑 카트에 ‘싹쓸이’를 해 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A씨는 이전에 이 같은 상황을 겪은 적이 없기에 그 자체가 충격이었다.

A씨를 더욱 황당하게 만든 것은, 화장지 구매를 위해 다른 슈퍼마켓에 갔을 때였다. 그곳의 계산대 종업원이 이미 세 개의 큰 화장지 패킷을 구매해 카운터 뒤쪽에 쌓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화장지 공급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으로 구매자들이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 것이다.

간신히 평소 구매하던 양의 화장지를 갖고 슈퍼마켓을 나오면서 A씨는 ‘바이러스 불안감으로 사람들이 물품 사재기(panic buying)을 하는 데 있어 식품보다 화장지에 집중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러면서 A씨도 ‘화장지를 많이 비축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달 말에서 이달 첫 주 사이, 호주 내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확진자 숫자가 갑작스레 증가한 가운데 일부 호주인 사이에서는 비상 식품과 화장지를 한꺼번에 대량으로 구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어느 지역이든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특히 영업 시작과 함께 몰려온 쇼핑객들이 한 번에 ‘싹쓸이’를 해버림으로써 화장지 진열대가 하루 종일 비어버리기 일쑤다.

 

슈퍼마켓에 화장지가 없는 이유

 

퀸즐랜드 과학기술대학교(Queensland University of Technology. QUT) 소매업 전문가인 개리 모티머(Gary Mortimer) 교수는 최근 슈퍼마켓에 화장지가 보이지 않는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슈퍼마켓은 ‘특정 시간에 맞추어 물품을 공급하는’(just in time inventory)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화장지처럼 부피가 큰 품목이 많이 쌓여 있는 것을 슈퍼마켓 측에서는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대형 슈퍼마켓은 보통, 매일 각 품목을 공급받을 때 다음 번 물품을 진열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재고를 받는다.

모티머 교수는 “화장지는 부피가 크고 가벼운데, 이는 슈퍼마켓이 물품진열 통로에 100개에서 250개 정도의 패킷만 진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만약 10명 내외의 고객이 평소 구매하던 한 패킷에서 추가로 2~3개 이상을 구매하게 되면 갑자기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 이 품목을 진열대에 계속 보충해 놓기가 어렵게 되고 결과적으로 해당 진열대 선반은 하루 종일 비어 있게 마련”이라는 설명이다.

맥콰리대학교(Macquarie University) 마케팅 전문가인 자나 보덴(Jana Bowden) 박사는 “화장지가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슈퍼마켓의 진열대에 화장지가 동날 수 있음’을 전제한 뒤 “또 다른 측면에서,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미디어가 소개하자 그에 따라 발생된 불안감 수준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싱가포르, 홍콩, 일본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다룬 뉴스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보덴 박사는 “이는 미디어의 화젯거리였고 소비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미디어로 확인하고 있다”며 “호주국민들은 지금, 다른 국가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암시와 신호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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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시 소재 울워스(Woolworths) 슈퍼마켓의 화장지 진열대. 준비해 둔 제품이 순식간에 품절되어 정작 화장지가 필요한 이들은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진: 김지환 / 한국신문 객원기자

 

“호주의 화장지 공급,

걱정할 필요 없다”

 

이런 배경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불안감이 화장지 대량 구매로 이어지고 있지만 호주에서 화장지가 소비자들에게 공급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보덴 박사의 말이다. 호주에서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화장지는 대부분 남부 호주(South Australia)에서 생산된다. 보덴 박사는 “따라서 일부 사람들이 대량으로 사재기를 하지 않는 이상 화장지를 필요로 하는 모든 소비자들에게 공급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보덴 박사는 “기술적으로 우리는 공급이 매우 양호하고 남부 호주에 기반을 둔 주요 제조회사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공급 측면에서 볼 때 이런 ‘사재기 현상’은 완전 비이성적 행동”이라는 그녀는 “슈퍼마켓 측에서 구매 수량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공급문제가 아니라 공황구매(panic buying), 즉 사재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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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호주 시민들의 화장지 사재기 현상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 인터넷 상에는 이를 풍자하는 갖가지 사진과 동영상들이 나돌고 있다. 사진은 화장지로 온몸을 둘둘 감싼 이들을 세워 놓고, 현재 일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화장지 사재기 현상을 비꼬는 'How Australians protect themselves against Corona virus' (호주인들의 코로나 바이러스 방지법) 이란 제목의 인터넷 풍자사진.

 

‘화장지 사재기’로 나타난

‘herd behaviour’ 현상

 

심리학자들은 화장지 사재기를 군중심리(crowd psychology)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많은 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면 자기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herd behaviour’(개인들 사이에 어떤 행동양식에 대한 사전 조정이 없음에도 비슷한 행위로 나타나는 경향)라고 한다. 슈퍼마켓의 직원조차 일부 소비자들이 사재기 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도 화장지를 대량으로 확보해 카운터 뒤에 보관해 놓은 것이 ‘herd behaviour’의 단적인 예라는 설명이다.

한 심리학자는 “코로나 바이러스 불안이 시작되면서 안면 마스크 품절이 시작됐고, 화장지로 이어졌다”면서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해당 제품을 마련할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합리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QUT의 모티머 교수는 “어렵기는 하겠지만 구매에 대해 이성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보통 한 주(a week)에 4개의 화장지 롤을 사용한다면 8개의 롤이 담긴 패킷을 구매할 경우 2주간 사용이 가능하다”며 “이의 열 배가 되는 화장지를 한꺼번에 구매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만약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다면 온라인을 통해 필요 품목을 주문할 수도 있다.

보덴 박사는 ‘행동보다 말이 쉽다’(It's easier said than done)는 것을 전제한 뒤 “그렇다 해도 ‘FOMO’(fear of missing out.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불안감)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조언과 함께 “슈퍼마켓에서 많은 이들이 특정 품목을 구매하면 자신도 그것을 사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언제든 구매할 수 있는 것을 대량으로 비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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