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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일, 세르쥬 갱스부르(1928~1991년) 사망 25주기를 맞아 사회각계에서 전설적인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한 샹송가수에 경의를 표했다. 그의 샹송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인기를 모으면서 25년 전 보다 더 상승 가도를 달리는 추세다. 

그의 주옥같은 샹송들 중 ‘쥬테므, 므와농플뤼(Je t’aime... moi non plus)’는 시대를 초월한 가장 감미로운 에로티시즘을 담은 노래로 재평가 받기까지 한다. 숨이 자지러질 듯 도발적인 음색의 제인 버킨(69세)과 갱스부르의 듀오 음성이 1969년 처음 전파를 탔을 때, 바티칸 교황청이 비난했던 샹송이다. 제인 버킨은 최근 런던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가 이 샹송 덕택에 아이를 5명이나 낳았노라고 전해줬다며 농담 삼아 밝히기도 했다. 

 

 

▶ 영화배우 바르도와의 열애

 

BB라는 애칭으로 1960년대 섹스심벌로 각광받던 브리지트 바르도는 갱스부르 사망 25주년을 맞이하여, “나는 그를 사랑했고, 그도 나를 열렬히 사랑했다”고 회고했다. 세기의 엽기적인 샹송으로 간주되는 ‘쥬테므, 므와농플뤼’는 바로 BB와 갱스부르의 열애의 결실이다. 

1967년 톱스타 BB는 TF1 버라이어티쇼를 3개월 진행했으며, 갱스부르가 작곡한 노래를 그와 듀오로 부르면서 노래솜씨도 한껏 발휘했다. 이때 그들은 열애에 빠졌다. 아직 재능을 널리 인정받지 못했던 갱스부르의 매력에 사로잡힌 BB가 먼저 그를 유혹한 것으로 전해진다. 

샹송가수와 밀애에 빠진 BB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 노래를 만들어줄 것을 그에게 호소했고, 사랑에 도취된 갱스부르는 하룻밤 사이에 ‘쥬테므, 므와농플뤼’를 작곡했다. 이들은 듀오로 샹송을 녹음한 후 다음날 Europe1 라디오 채널을 통해 전파했고, 즉시 스캔들에 휩싸였다. 당시 BB는 유부녀였다. 독일인 남편 백만장자 군터 작스가 발끈 진노하여 고소하겠다고 위협하는 바람에 샹송은 더 이상 매스컴을 타지 못했다. 

BB와 군터 작스는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화제의 커플이었다. 만능 스포츠맨이자 플레이보이로 역시나 명성을 떨쳤던 군터 작스는 1966년 콧대 높은 여배우를 유혹하기 위해, 그녀가 머물던 남불 휴양지 생트로페 창공을 헬리콥터로 저공 활주하며 1만 송이 붉은 장미를 뿌려 더욱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지금도 세기의 구애작전으로 간주되는 에피소드다.

BB는 남편의 뜻을 받아들여 1967년 ‘쥬테므, 므와농플뤼’ 음반 출시를 즉각 포기했고, 갱스부르와의 밀애에도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BB와 군터 작스 커플도 1969년 결렬되고 말았다. 

 

▶ 외설 시비에 오른 샹송

 

갱스부르는 실연의 상처에서 벗어나고자, 1968년 19살 풋내기 영국배우 제인 버킨에게 ‘쥬테므, 므와농플뤼’의 새 파트너가 되어줄 것을 제의했다. 제인 버킨은 주저하지 않고 이를 승낙했는데, 그가 다른 여자와 이 노래를 부르는 것에 질투심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버킨-갱스부르 듀오버전을 녹음한 후, 이들은 숙소근처 레스토랑에서 샹송에 대한 첫 반응을 테스트했다. 곡이 흘러나오자 손님들이 마비된 듯 일제히 포크와 나이프의 움직임이 정지되는 광경을 지켜본 갱스부르는 음반 출시를 결심했다고 제인 버킨이 회고했다.

1969년 2월 출시된 ‘쥬테므, 므와농플뤼’ 음반은 21세 미만에게는 판매금지였다. 바티칸 교황청은 이 샹송을 보이콧하라고 성명을 냈고, 이태리는 같은 해 8월 25일, 스웨덴 9월 10일, 스페인 9월 13일 각각 금지곡으로 선정했다. 음반제작을 독점하던 필립사도 앨범발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교황청의 보이콧 운동이 결과적으로 샹송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홍보 광고나 다름 없었다고 제인 버킨이 당시를 회고했다. 금지곡은 처음에 나이트클럽을 중심으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으나, 영국에서는 인기차트 1위를 차지하는 역풍이 불었고, 급기야는 남미 부에노스아이레스, 홍콩, 자카르타까지도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1986년 브리지트 바르도는 바르도-갱스부르 듀오버전을 포기했던 것을 뒤늦게 후회하며 음반발매를 허락했다. 하지만 오늘날 바르도-갱스부르 버전보다 버킨-갱스부르 버전이 훨씬 인기가 많은 편이다. 제인 버킨은 브리지트 바르도보다 한 옥타브 높은 고음으로 노래를 불러 더욱 도발적인 음색을 자아내며, 특히 고음에서 불안정하게 끊겨지는 숨소리가 한층 에로틱하여 선정성 효과를 거둔다는 평이다.

 

            

 

 

▶ 애매모호한 샹송 제목 

 

‘쥬테므, 므와농플뤼’라는 샹송제목이 애매모호하여 의견이 분분한 편이다. 문장구조상 문법적으로 어긋나는 일종의 언어유희이기 때문이다.

문법적으로 ‘므와농플뤼(나도 아니야)’라는 대답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Je ne t'aime pas)’라고 부정문으로 말했을 때에 가능한 응답이다. 이를테면 ‘당신을 사랑해(쥬테므)’라는 표면적 진술과는 달리, 이를 듣는 상대방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라고 받아들였음을 암시한다. 즉 ‘당신을 사랑해’ 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화자의 내적 심리상태를 파악하여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라고 역설적으로 응답한 표현이다. 

이처럼 ‘므와농플뤼(moi non plus)’에는 역설적인 복합개념이 담겨 있는데, 바로 살바도르 달리(1904-1989년)의 초현실주의적인 화술기법에서 착상된 것으로 전해진다. 

살바도르 달리는 23살 연상의 피카소를 우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그들은 2차 세계대전 전후 격동하는 시대의 정치 이념에서 불협화음을 보였다. 피카소가 프랑스 공산당을 지지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점에 대해 달리는 불만을 품었다고 한다. 

그는 1951년 ‘피카소와 나’라는 유명한 연설에서 이렇게 피력했다. “피카소는 스페인인이고, 나도 마찬가지이다(moi aussi). 피카소는 천재이고, 나도 그렇다(moi aussi). 피카소는 코뮤니스트이고, 나도 아니다(moi non plus).” 

즉 살바도르 달리의 입장에서 ‘피카소는 결코 코뮤니스트가 아니다’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므와농플뤼’ 기법으로 이렇듯 기묘하게 정치이념의 불협화음을 표현했던 달리의 인용문은 오늘날에도 유명한 사례가 되고 있다. 

사실상 ‘므와농플뤼’ 신드롬은 일반인 커플의 애증관계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사랑하다’와 ‘미워하다’라는 애증감정이 교차되면서 오늘은 행복해도, 내일은 고통스러울 수 있다. 오늘은 ‘당신을 사랑해’라고 호소하지만, 내일은 ‘당신이 미워’라고 말할 수 있다. 

설령 두 남녀가 첫눈에 반해 격렬한 사랑에 빠져들었다 해도 상대가 자신의 이상형이 아님을 곧 알아챌 수 있다. 혹은 사랑관계 초반에 서로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가, 여성이 먼저 ‘사랑해’ 라고 표현할 때, 남성은 ‘므와농플뤼’라 대답하며 일시적으로 사랑하는 대상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처음에는 두 남녀가 서로 끌어당기고 밀치는 관계에서 강력한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극복하기 어려운 고통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쥬테므, 므와농플뤼’ 신드롬은 이러한 불안정한 애정관계에서 어느 한편이 관계에 깊숙이 빠져들기를 거부하는 심리현상으로도 해석된다.

엽기적인 에로티시즘을 담은 갱스부르의 ‘쥬테므, 므와농플뤼’는 공교롭게도 ‘육체적 사랑에는 출구가 없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물론 로맨틱한 선율을 담은 가장 프랑스적인 샹송 중에 하나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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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위클리 / 이병옥 ahpari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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