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관리국과 과학자들, 포유류에 목걸이로 뱀 위치 추적
 
python.jpg
▲ 플로리다주 남부지역에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는 버마산 비단뱀을 퇴치하기 위해 위성 위치 추적기를 이용한 방법이 등장했다. ⓒ 위키피디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미국의 야생동물 보호국과 포유류 연구가들이 너구리(라쿤)와 주머니쥐(포섬)를 미끼로 생태계 교란종인 버마산 비단뱀(버마 왕뱀)으로 통칭)을 퇴치할 수 있는 잠재적으로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했다.

<마이애미선센티널>지 12일자에 따르면,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FWS)과 서던 일리노이대학 연구진은 GPS(위성 위치 추적기)를 이용하는 방식을 생각해 냈다. 이들 연구팀은 우선 키웨스트 길목의 키 라르고 지역 악어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의 가장자리와 도시를 따라 포유류인 너구리와 주머니쥐의 행동을 관찰한 뒤, 수십 마리에 GPS 목걸이를 설치하고 몇 달 동안 동물의 위치를 추적했다.

연구가 시작된 지 약 5개월 후인 지난해 9월, 주머니쥐 목걸이 중 하나에 연구팀이 기대했던 신호가 잡혔다. 움직임이 멈췄다가 몇 시간 후 다시 느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었다. 이는 주머니쥐가 차에 치였을 수도 있고, 동네 개가 죽였을 수도 있지만 뱀에게 먹히는 잔인한 운명을 겪었을 수도 있다는 신호였다.

하지만 화석화된 거대한 산호초 지하와 동굴 미로에서 신호 발신지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 달여만에 연구팀은 12피트 길이 66파운드 무게의 알집을 지닌 암컷 비단뱀을 찾아냈다. 이같이 몸집이 큰 암컷은 한 번에 거의 100개 정도 알을 낳을 수 있어, 한 마리를 생태계에서 제거하는 것은 100여 마리의 새끼 뱀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뱀을 안락사시키고, 배속에서 주머니쥐가 차고 있던 목걸이를 되찾아낸 연구팀은 추적기가 버마산 비단뱀을 찾을 수 있는 도구임을 확신하게 됐다.

노스 캐롤라이나 자연과학박물관 포유류 큐레이터인 마이클 코브는 이 방법이 수십 년 동안 빠른 번식 속도로 남부 플로리다의 생태계를 파괴해온 뱀을 퇴치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버마산 비단뱀은 1990년대에 애완동물 거래를 통해 들어왔고, 주인이 뱀을 에버글레이즈에 버린 후 지역에서 번식했다. 뱀은 남쪽으로는 키 라르고까지, 북쪽으로는 팜 비치 카운티 서부의 록사하치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까지 번식 개체군을 형성했다.

버마산 비단뱀이 늘어나 지역 포유류 개체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등 생태계가 위험에 처하자, 주정부는 뱀 사냥 기간을 정해 개체수를 줄이려 노력했다. 2021년에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직접 나서 '파이썬 챌린지(python challange)'라는 이름의 버마산 비단뱀 사냥 대회를 홍보해 전국의 땅꾼들을 끌어모았다.

코브는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의 문제는 비단뱀이 너무 많아 포유류가 사라지는 바람에 위치 추적 목걸이를 달아줄 포유류도 없다고 전했다. 플로리다에서 기록된 가장 긴 비단뱀의 길이는 18피트(5.5미터)였다.

'추적 탐지기' 일단 성공... 뱀은 사라지고 배설물 속 탐지기만

첫번째 주머니쥐는 연구팀의 의도를 충족시켰다. 즉 추적 탐지기가 배설되지 않고 뱀의 몸 속에 남아 과학자들이 뱀을 찾을 시간 여유를 주었던 것. 2주 전에 받은 신호 역시 너구리가 뱀에게 먹혔음을 나타냈고, 연구팀은 난포를 가득 지닌 77파운드의 거대한 비단뱀을 첫번째보다 빨리 찾아냈다.

그러나 세번째 사례는 연구팀에게 숙제를 안겨주었다. 이들이 추적 신호를 감지하고 현장에 도달했을 때 뱀은 이미 사라지고 배설물 속 탐지기만 남아 있었다.

코브는 너구리를 잡아먹은 뱀이 탐지기를 배설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뱀이 큰 경우에는 탐지기가 소용없음을 증명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43개의 탐지기 중에서 6개가 사라졌다. 연구팀은 비단뱀들이 탐지기를 뱃속에 지닌 채 연구 탐사의 지리적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동물을 미끼로 또다른 동물을 잡는다는 것에 불편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코브는 종종 "여러분은 이 동물들을 위험에 빠뜨린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코브는 위치 추적장치를 목에 단 동물들은 평상시와 똑같이 살아가며, 연구원들은 목걸이가 그들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 동물은 결국 먹이가 될 수 있고, 비단뱀을 제거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아무도 비단뱀의 번식을 차단하고 제거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발명하지 못한 상태이다. 코브는 위치 추적기를 이용한 포획 프로젝트는 장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큰 너구리와 너구리보다 더 큰 수컷 주머니쥐를 먹는 뱀들은 보통 몸체가 가장 큰 암컷이며, 새끼 번식까지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해 비용이 싼 많은 목걸이를 만드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또 너구리와 주머니쥐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작고 가벼운 목걸이를 만들면서도, 뱀의 소화기관을 통과해 체외로 빠져나오지 않을 만한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이중 하나는 뱀의 소화기관 안에 걸리도록 목걸이에 플라스틱 꼬리를 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포유류의 움직임을 추적할 필요가 없고 단지 움직임이 멈춘 위치만을 나타내는 싼 목걸이를 만들고, 여기에 드론 기술을 통합하면 더 효율적으로 많은 비단뱀을 찾아내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
  1. python.jpg (File Size:129.7KB/Download:12)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9517 캐나다 <송광호기자의 북녘 프리즘(조명)> 사무총장 14.04.12.
9516 업무의 연장선...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함정 file 프랑스존 14.05.01.
9515 우크라이나 사태, 아시아로 향하던 미국의 대외정책 방향 선회시켜. 유로저널 14.05.06.
9514 캐나다 BC 주민들의 RCMP 신뢰도, 2012년보다 크게 상승 밴쿠버중앙일.. 14.05.08.
9513 캐나다 캐나다 엄마들이 원하는 '어머니의 날' 선물은? file 밴쿠버중앙일.. 14.05.08.
9512 2050년의 영국, 흑인 및 소수 인종이 인구의 1/3 file 유로저널 14.05.09.
9511 미국 북텍사스 ‘운전 중 전화사용금지’ 확산 뉴스코리아 14.05.10.
9510 캐나다 관광공사 김두조 토론토 지사장 인터뷰 file 밴쿠버중앙일.. 14.05.14.
9509 미국 우석대, 뉴욕서 태권도 아트 퍼포먼스 호평 file 옥자 14.05.14.
9508 미국 정승진 민권센터 회장, 뉴욕주상원의원 도전 file 옥자 14.05.14.
9507 캐나다 클락 BC 주 수상, 어두운 이민 과거 공식 사과 file 밴쿠버중앙일.. 14.05.17.
9506 미국 뉴욕 할렘서 첫 ‘한국문화 거리축제’ 성황 file 옥자 14.05.19.
9505 미국 美뉴욕주 한인 추모다리 탄생..故 최규혁 하사 file 옥자 14.05.25.
9504 이민가기 매력적인 국가 독일, OECD국가 중 2위 차지 file 유로저널 14.05.28.
9503 미국 NYT에 ‘日 전범기’ 축구 유니폼 비판광고 file 옥자 14.05.30.
9502 유럽 식품,연 120억 유로 규모 러시아 수출길 막혀 타격 심각 file 유로저널 14.09.03.
9501 캐나다 [밴쿠버 중앙일보가 만난 사람] 41대 밴쿠버 한인회 이정주 회장 밴쿠버중앙일.. 14.09.13.
9500 캐나다 웨스트젯, 여행가방에 비용 청구한다 file 밴쿠버중앙일.. 14.09.18.
9499 미국 ‘덤보아트페스티벌’ 뉴욕 뜨거운 열기 file 뉴스로_USA 14.10.02.
9498 캐나다 밴쿠버 시 vs CP 레일 갈등, 결국 법정으로 file 밴쿠버중앙일.. 14.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