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에 따른 감정적 피해 높아져...근무 효율성 위해 제재 당할 수도
(올랜도=코리아위클리) 박윤숙-김명곤 기자 = 미국은 표현의 자유가 그 어떤 나라보다 충족되어 있는 나라다. 그러나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에서는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화제를 만드는 것을 여전히 꺼려하는 분위기가 상존한다. 자칫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모임의 흥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미국인들은 자신의 차 범퍼에 정치 및 사회, 종교에 관한 이미지나 구호, 메시지 등이 적힌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길거리를 누비며 짧은 메시지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를 맞아 매스컴에서 선거 뉴스를 대대적으로 다루고 있어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정치적 얘기가 자연 화제로 오를 수 밖에 없다. 특히 플로리다 허리이자 탬파-올랜도-데이토나로 이어지는 I-4 지역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유권자가 51대 49로 매우 비등해 선거때마다 정치적 이슈를 두고 논쟁 열기를 띄어 왔다.
공화당 골수분자인 탐 코튼은 자신의 보험 회사 파킹랏에 세워진 여성 직원의 차에 "텍사스 동네가 그 바보를 그리워 한다고?" 라는 조지 W. 부시를 비하하는 글귀가 적힌 스티커를 발견했다. 코튼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구둣발로 당장 스티커를 뭉개버리고 싶었지만 극구 참았다. 이 스티커 내용은 요즘도 길거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내가 아직도 그립다구요?" 라는 문장과 함께 부시의 씩 웃는 얼굴이 그려진 스티커에 대한 반발적인 것이라 볼 수 있다. 코튼은 "그래도 한때 미국 대통령이었는데 당적을 떠나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지 않느냐"고 볼멘 소리를 털어 놓았다. 그는 보험업계에 유리한 정책과 정치인들을 지지하는 정책 행동 위원회에 기부하라고 자사 직원들을 설득 시키기도 하는 등 정치적으로 적극적인 공화당 편향 경영인이다. 그렇지만 코튼은 "그 직원을 해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범퍼 스티커를 떼라고 말하지도 않았다"며 "사람마다 자신이 믿는 것을 믿을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코튼은 "여기도 저기도 아니게 어중간하게 서 있는 것은 가장 반 미국적이다"며 "경기에 참여하라"고 전했다. 지역내 아침 라디오 방송 사회자인 스캇 맥켄지는 자신의 가족들이 정치적 의견이 분분해 때로 논쟁이 벌어지지만 화가 나는 지경까지 가지 않으려고 "우리 모두 올해는 투표하지 말자" 등으로 말을 돌려 자제를 한다고 전했다. 하얏트 호텔의 벨맨인 스티븐 벨럿은 열혈 공화당 팬인 동료와 정치 얘기를 자주 하고 때로 열기가 고조되기도 하지만 손님들이 듣지 않도록 서로 자제하고 어느 정도 선에서 접는다고 전했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델에어 에어콘 회사 대표인 델로 루소는 주택 건축가협회로부터 협회에 이로운 정치 노선이나 정치 후보가 적힌 카드를 받았지만 자신은 직원들에게 특정 당을 밀라고 종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PNC 재정 서비스 회사는 사원들이 회사 내에서 포스터, 사인, 캠페인 등을 동반한 정치적 활동을 하기 원하면 사내 윤리 오피스(CEO)와 상담을 거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미국 헌법이 비록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해도 개인 회사인 경우 자체내 재량권이 허용된다고 지적한다. 공무원의 경우 개인 회사 소속 사원에 비해 표현의 자유 법이 더 보장되는 편이지만 역시 근무의 효율을 위해 필요시에는 이를 제재할 수 있다. 정치적 토론에 소모되는 에너지와 시간을 회사의 경비와 연결 시키는 데 따른 것이다. 다운슨 기자는 큰 대기업에 다니는 한 지인은 회사 식당에 설치된 TV에서 <폭스 뉴스>와 <CNN 뉴스>를 사이에 두고 실랑이가 오갈 것 같으면 히스토리 채널이 선택되어진다고 전했다며 "워싱턴 의회를 제외하고는 어디서나 타협과 자제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