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서식처를 살인 증거 인멸 장소로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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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그래스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에버글레이즈는 범죄 은닉 장소로도 이용된다. ⓒ 코리아위클리 자료사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지난 달 27일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에서 악어가 사람의 시체를 먹고 있는 장면이 발견돼 여름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주민들을 몸서리 치게 했다.

이날 한 낚시꾼은 U.S. 27 남서쪽 렌치로 난 수로에서 악어 두마리가 시체를 먹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시체는 몸통부분이 없어져 성별조차 확인이 어려운 상태였으나 부검 후 남성으로 밝혀졌다.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문제의 악어들은 경찰들이 당도하자 물러났고, 시체를 물에서 건져낼 당시에는 주변에 네마리의 악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며칠 뒤 지역 일간지인 <마이애미 선센티널>은 경찰의 수사 진행과 그간의 사례들을 토대 삼아 에버글레이즈의 공포 스토리는 이번이 결코 처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에버글레이즈는 플로리다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이지만 사람 시체를 포함해 뭔가 골치거리가 되는 것들을 폐기할 수 있는 장소라고 전했다.

데일 엥글 데이비시 경찰국장은 “악어가 우글거리는 이곳은 시체를 갖다 버릴 수 있는 유용한 장소”라며 “별다른 사항이 밝혀지기 전까지 이번 사건도 살인사건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악어가 사람을 죽였다기 보다는 누군가가 옯겨놓은 시체가 수로에 있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체가 범죄와 관련됐다면 이는 에버글레이즈를 증거인멸 장소로 사용한 것이 분명하고, 이는 첫 사례가 아니다. 브라워드 카운티에서는 2002년 8월에 집 나온 여자 틴에이저 시체 일부분이 발견됐다. 대형 쓰레기 봉지에 담긴 시체는 엘리게이터 앨리(Alligator Alley) 지역 끝자락 수로에 있었다. 여자 아이는 심하게 구타당하고 가슴에 총상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시체 훼손으로 범인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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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그래스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에버글레이즈는 범죄 은폐 장소로도 이용된다. 사진은 에버글레이즈내 ‘엘리게이터 앨리’ 지역 도로 표지판. ⓒ 코리아위클리 자료사진
 

같은 카운티에서 발생한 또다른 사례는 롱아일랜드에서 실종된 40대 여성이다. 여성은 2007년 4월에 역시 엘리게이터 앨리에서 머리가 없어진 형상으로 수로 끝자락에 떠있는 채로 발견됐다. 2013년에 열린 사건 관련 재판에서 한 증인은 남자 두명을 범인으로 지목하며 이들이 조그마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악어 형상을 ‘악어신’으로 삼아 살인 증거를 모두 삼켜버리기를 기도했다고 진술했다. 두 남성은 살인죄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1993년 살인 사건은 지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례이다. 바비 켄트라는 20세 청년은 자신이 잘 아는 이들에 의해 웨스톤시에서 에버글레이즈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유도되어 칼로 난자 당하고 몽둥이로 맞아 죽었다. 이 사건은 2001년 '불리'라는 영화의 내용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에버글레이즈의 이같은 ‘호러 스토리’는 드라마에서도 이용하는 수준까지 갔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방영된 A&E 케이블 방송사의 범죄 수사 드라마 '더 글레이즈'는 한 남녀 커플이 에버글레이즈 늪지의 소그래스(낮은 갈대 일종)에서 머리 없는 시체를 맞닥뜨리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소설가이자a <선센티널> 기자였던 조나손 킹은 2005년 ‘킬링 나잇’이라는 공포 소설에서 에버글레이즈를 '폐기 안성맞춤 장소'(perfect disposal site)로 묘사했다. 250만 에이커 부지에 늪지, 수로, 소그래스, 그리고 악어가 우글거리는 곳은 원치 않는 것을 표가 나지 않게 처리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것이다.

그러나 악어가 시체 제거에 과연 용이한 생물체인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지역 야생보호 전문가들은 에버글레이즈가 장소 특성상 범죄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은 곳이지만 악어는 크로커다일(나일 악어)과는 달리 며칠 굶은 상태가 아니라면 보통 사람을 먹이로 원치 않을 것이라고 전한다. 반면 악어 잡이 전문가 중에는 사람의 시체가 야생 악어의 먹잇감으로 충분하다고 보는 이도 있다.

에버글레이즈는 비단 시체만 발견되는 장소가 아니다. 이곳에는 쓰레기는 말할 것도 없고 죽은 애완동물들 시체와 더불어 심지어는 살아있는 말이나 당나귀까지 발견된다. 주인이 키우기 힘든 동물들을 내다 버리는 장소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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