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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W 북부 내륙 카린다(Carinda)에서 목축업과 함께 면화, 밀 농장을 운영하던 클레어 프리스틀리(Claire Priestley)씨. 지독한 가뭄이 수년째 계속되면서 은행으로부터 융자금을 갚지 못해 농장에서 내몰린 이들은 자기 이력서에 더 이상 농부였음을 기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아웃백 홈리스’ 늘어나... 생계수단 잃는 등 심각한 상황 이어져

 


홈리스로 전락하는 아웃백의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4년째 계속되는 내륙 농장지대의 지독한 가뭄으로 인해 NSW, 퀸즐랜드(Queensland) 주 농민들이 생계 수단을 잃는 등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난 주 금요일(16일) ABC 방송이 금융 전문가들의 우려를 인용, 보도했다.

 

현재 정부의 농촌지역금융상담서비스(Rural Financial Counselling Service. RFCS)를 담당하는 농업기금부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퀸즐랜드 남서부에서 일하는 농업기금부의 카렌 툴리(Karen Tully)씨는 “현재 우리사무실이 처리하고 있는 가장 큰 업무는 지독한 가뭄으로 빚이 늘어나고 있는 농민들을 지원하는 일” 라고 말한다.

 

“우리 부서의 재무 상담사가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은 채무 조정을 위한 시간”이라는 그녀는 “현 상황에서 수익 형편이 좋지 않은 이들은 대부분 가뭄 지역 농민들로, 이들은 채권자인 은행과 새로운 상담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내륙 농장지대 농민들의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는 것은 ‘호주 농업 및 경제 과학자원 통계국’(Australian Bureau of Agricultural and Resource Economics and Sciences)이 펴낸 ‘지방 농장 채무보고서’(Regional Farm Debt report)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2012년에서 2014년 사이, 퀸즐랜드 북부의 축산농장주들 가운데 은행대출금 연체가 90일 이상에 달한 이들은 23개 축산가구에서 43개 가구로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NSW 주 북서부 농장지역 농민들의 농산업 대출금 90일 이상 연체가 12가구에서 25가구로 늘어난 것보다 두 배가량 많은 수치이다.

 

툴리씨는 아직은 은행들이 시간을 주고 있지만 얼마 안 있어 농장차압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농장 부지가 차압을 당할 경우 농민들은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농부라는 생각을 갖고 있겠지만 서류상으로는 더 이상 농장주가 아니게 된다. 이 경우 현재 정부 농업기금부가 제공하는 지원 혜택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

 

농업부 대변인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연방 정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을 돕고자 카운슬링, 관련 정보, 재정적 지원 등 가능한 보조를 다 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정부의 지원은 충분하지 않으며 채무를 해결하여 차압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한다.

 


삶의 터전 잃고

실업수당으로 연명

 


두 아이의 아버지로 목축업을 하던 리 왈리스(Lee Wallace)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지난해 은행으로부터 두 개의 가축농장을 압류당했다.

그는 노숙자로 전락했고, 남은 가족은 6개월 동안 이웃집에서 얹혀 지내야 했다.

 

왈리스씨는 최근 다시 예전의 자기 집으로 돌아가 농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은행에 압류당한 목축농장을 여동생이 은행으로부터 재구입해 그에게 운영을 맡긴 때문이었다.

그는 “이제 내가 운영하던 목축농장은 그녀의 것이 되어 있고 내가 대신 그녀를 위해 농장 일을 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여동생은 내게 다시 집을 되찾아주었고, 그 때문에 기꺼이 그녀를 위해 농장 일을 대신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제 그는 머리 둘 곳(with a roof over his head)은 찾았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소득은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왈리스씨와 그의 아내는 센터링크로부터 받는 수당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왈리스씨는 “우리 부부 모두 실업수당을 받고 있지만 이 비용으로는 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돌보기에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하소연하면서 “예전에 나는 실업수당을 받아본 적이 없으며, 그것으로 살아가는 것조차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한숨지었다.

 

여동생과 이웃의 도움이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농장이 압류된 이후에는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지원은 있었지만 농민들을 위한 정부기구의 도움을 결코 받지 못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왈리스씨는 “하지만 그나마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며 “이웃인 밥 케이터(Bob Katter)씨로부터 아주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일가족이 한밤중

몰래 떠나기도

 


퀸즐랜드 남서부 지역 샤를르빌(Charleville) 출신의 케이트 스튜어트(Cate Stuart)씨는 지독한 가뭄으로 지난해 목축지를 차압 당한 후 집을 떠나야 했다.

 

스튜어트씨는 ABC 방송에서 왈리스씨와 같은 일을 겪은 많은 가족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30일 집을 나와야 했던 한 가족을 만난 적이 있는데, 야반도주하다시피 나와야 했던 이들”이라는 그녀는 “우리는 서로 말은 안 했지만 아웃백의 홈리스였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스튜어트씨는 목축농장 창고나 또는 강변에서 캠프생활을 하지 않고 긴급 주택을 마련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운 좋게 정부 지원의 마지막 긴급 주택을 얻을 수 있었다”는 그녀는 “우리 가족을 포함한 9명이 방 2개짜리 주택에 지내야 했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집에서 내몰린 것을 ‘치욕과 굴욕’이라고 묘사한 스튜어트씨는 “도와주는 이 아무도 없기에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어떤 이들은 부채 더미에서 스스로 헤쳐 나오기도 하지만 대개는 늘어나는 빚에 눌리고 농장마저 압류당한 채 생존 문제를 겪어야 한다”는 말로 극심한 가뭄을 겪는 내륙 농장지대의 현실을 설명했다.

 


농장 일만 하던 이들,

다른 직업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

 


빚에 쫓겨 집을 나와야 하는 이들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삶의 터전마저 잃어야 했기 때문이다.

클레어 프리스틀리(Claire Priestley)씨는 자신과 남동생이 물려받은 NSW 북부 내륙 카린다(Carinda)의 목축농장과 면화, 밀 농장이 지난 2013년 은행으로부터 압류 당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다.

 

그녀는 “우리가 거래하던 은행은 면화 한 꾸러미 가격이 1천 달러로 떨어지자 추가로 대출을 해 주기보다 우리를 파산시키기로 하고 융자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돈이 없어서...” 그렇게 됐다는 클레어씨는 거주하던 카린다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하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프리스틀리씨는 “나는 농부이기에 우리 카운슬 지역을 벗어나거나 농업과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면서 “내가 농장일 외 다른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을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부채로 인해 농장을 잃게 되는 경우 도움을 주는 이들도 많지 않다”는 그녀는 “그런 이들을 무능력하거나 또는 패자로 보는 시각이 있다 보니 은행 부채로 농장을 압류당하는 것은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데에도 확실히 불리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정부에서는 ‘가뭄과 홍수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장에 대해 많은 지원이 있다’고 말하지만, 막상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농장을 압류당한 이들은 그야말로 ‘잊혀진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지독한 가뭄으로 피해를 입는 농장에 대해 정부가 지원을 해 준다는 것은 좋은 일이며 그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프리스틀리씨는 “하지만 가뭄으로 인해 이미 엄청난 피해를 입어 대출금을 갚지 못한 채 농장을 압류당하고 ‘엉덩이를 차여’ 쫓겨나게 된 이들에게는 그 어떤 지원도 없다”고 불만을 토하면서 “이제는 오기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재정적 어려움으로 목축농장과 사탕수수 농장을 잃은 북부 퀸즐랜드 거주 레어먼드 포터(Raymond Porter)씨는 “또 다른 농업 자금을 구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자기 농장에서 내몰린 그는 지금, 다른 목축농장에 머물며 농장의 펜스를 보수하는 일, 그리고 트럭운전을 하며 살고 있다.

“누구든 농장 지역에 그대로 눌러 앉거나 아니면 다른 일을 찾아 떠날 수도 있다”고 말한 그는 “계약직으로 일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캔버라대학교(Canberra University)의 한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960년대 이래 농장 일을 해 온 6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3분의 2가 지난 15년 사이 농업을 포기하고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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