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히 떠난 어느 노 부부를 보내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미국땅에서 살려면 미국 격언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며칠 전 어느 부부가 “밴차를 몰고 그곳까지 가려면 3일이 걸린다”고 하면서 올랜도를 떠나 이사를 갔다. 그들은 할멈이 좋아하는 화분 등을 챙겨서 우리집에 놓고갔다.

나이 65세에 살던 곳을 떠난다는 것은 은퇴를 한후 자식들 가까이 가서 살려는 이들에게 종종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할멈은 이들 부부가 후손들을 보며 노후를 한가롭게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닌 것을 눈치채고 안쓰러운지 그들 손에 몇 푼을 쥐어준다. 먼길 가다가 커피나 음료수라도 사먹으라는 것이다. 또 여행길에서 먹으라고 냉장고에서 과일 등도 꺼내어 준다.

이민와서 조금 돈을 벌 때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팔지도 못하고 손들고 나가거나 집 열쇠를 부동산에 맡기고 떠나는 사람들이 안쓰럽다.

한국에는 지금 자동차 정비 명장이 있다는 소식이다. 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그가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매고 흰 장갑을 낀 채로 귀신 같이 고장 탐구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곳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다.

또 한국에서는 여자들이 모여서 이번에 누가 강남에 몇 평짜리 아파트를 사서 이사 갔는데 이태리 가구로 도배했느니 수다를 떨고, 기름진 음식에 와인 한 잔 곁들이고 헤어져야 사람 대접을 받는다고 하는 말도 들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고 한다. 낭비 습관은 고치기 어렵다는 뜻일 게다. 사람들은 자신이 늙어 일손을 놓을 때가 온다는 것을 모르고 살기도 쉽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세상에 살면서 자신의 노후를 생각하고 머지 않아 닥칠 그때를 대비해야 한다.

나는 종종 내가 가슴 깊히 새겼던 미국 격언을 떠올리곤 한다. 내 나이 22살때 아이오와주 어느 시골마을에서 한국전 참전용사에게 들었다는 미국 격언을 글에서도 소개한 바 있다.

내가 노병에게 들은 미국 격언은 “늙어 마음 편히 살 수 있으면 그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다”이다. 격언이란 ‘사리에 맞아 교훈이 될만한 짧은 말’이다.

나는 이 격언대로 편한 노후를 생각하며 나름 준비했는데, 현재 나의 삶이 그럭저럭 편한 것은 은퇴연금과 건강보험 덕이다. 우리 부부는 이 나이 되도록 자식들에게 용돈 한 푼 바라지 않고 살아왔다.

우리 가족은 크리스마스때 가족이 모이면 손자 손녀까지 ‘섰다’판을 벌인다. 족보는 엄하게 지켜진다. ‘섰다’는 패의 조합으로 승패를 가루는 데 이러한 조합을 ‘족보’라고 부른다. 일례로 3광과 8광의 조합인 ‘38광땡’은 ‘섰다’에서 가장 강한 족보이며 어떠한 족보로도 이를 이길 수가 없다.

새로 판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큰 사위가 설명을 한다. 각자 20달러를 바둑알로 바꾼다. 나는 바둑알을 양손에 들고 “이 게임은 확률 싸움이다. 인생 또한 확률 싸움이다. 그러니 인생에서 수학을 모르면 실패하듯이 이 게임도 수학을 무시하면 진다” 고 말한다. 또 “20분을 견디지 못하고 20달러를 잃으면 게임에 다시는 끼지 말라”고 경고한다. 게임은 치밀한 계산 뿐 아니라 마음과 싸우며 집중력을 잃지 않고 나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과 비슷하다.

미국은 몇 년후면 은퇴연금이 고갈될 수 있다고 한다. 모두들 알고는 있으나 노후준비에 필요한 연금이나 개인연금 그리고 건강보험등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이 늙으면 마를 걱정 없는작은 도랑물(돈줄기)이 필요하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유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 땅에 사는 이민자라면 트럼프 지지층인 보수 백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알아야 나름 대처하며 살아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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