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술이 3차원으로 뻗어나가는 시대가 왔다. 활자에 물감을 찍어내는 기술의 발견 이후로 역사상 인쇄술에는 혁신적인 변화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프린터에 대한 개념이 달라질 시점이 도래했다.
3D 프린터기는 활자를 찍어 보급 시키는 인쇄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지만, 디지털 데이터를 물질적인 현실 매체로 만들어내는 프린터기의 원리를 그대로 사용한다.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인의 손 혹은 공장 제조술을 빌려야만 했던 지금까지의 가공 방식과는 달리, 3차원 프린터기는 플라스틱이나 고무, 금속의 원료를 액체 혹은 가루화시켜 도면을 바탕으로 층층이 한 겹씩 쌓고 접합하며 조각하는 원리를 사용한다. 이로써 도면만 있다면 머리 속에 생각한 그대로의 물건을 타인의 손을 거치지 않고 직접 기계를 통하여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값 비싼 물건을 쉽게 제작하기도 하며 자신이 고안한 디자인을 적용시킨 맞춤 물건을 탄생 시킬 수도 있다.
최근 한 외팔 소녀에게 프린터 제작 맞춤 의수를 제공하여 고액 지출의 부담을 덜어주기도 하였다. 이렇듯 경제적이고 간편한 프린터기도 제작 시간이 길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겪었었다. 하지만 지난 16일 단점을 보완시킨 새로운 개념의 3D 프린터가 탄생하였다.
미국의 신생 기업 카본3D사가 최근 30에서 100배 더욱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3차원 프린터기를 공개했다. “사이언스” 학술지에 발표한데 이어 캐나다에서 열린 TED강연회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는데, 카본3D사의 프린팅 기술은 현재까지 공개 된 프린터기와는 다른 원리로 액체에서 직접 물체가 형성되어 꺼내지는 CLIP방식을 채택하여 훨씬 빠른 속도로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기존 프린터는 재료를 한 층씩 쌓는 방식으로서 제품 제작을 위해서는 최소 3시간, 많게는 12시간이 소요 된다. 카본3D의 신제품은 수조 속에서 액상 재료를 굳혀 6분 30초만에 10 센티 정도의 물체를 탄생시킨다.
CLIP (Continuous Liquid Interface Production) 프린팅 기술이란 합성수지가 담긴 유리 수조에 산소와 빛을 투과 시켜 모형을 제작하는 방식이다.
액상 성형 재료는 자외선을 통해 굳어지며 산소의 여백공간을 통해 묽어지는 특징이 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하여 수조창에 프로젝터를 통해 촬영 영상을 비추어 자외선의 강약을 통해 형체를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즉 형태제조판을 액체에 넣었다 빼면 물체가 함께 올라오게 된다. 노즐이 왔다갔다 하던 기존 프린터기보다 제작 구조 또한 더욱 단순해 진 셈이다.
이런 기술원리는 시간 단축뿐만 아니라 더 단단하고 정확도가 높은 물건이 탄생하는 강점 또한 보유하고 있다. 0.1mm의 세밀함도 읽어내어 얇은 두께가 표현 가능하기에 섬세함을 요구하는 작은 사물을 만들기도 제격이다. TED강연회에서는 파란 수조 속에서 정확한 디테일이 살아있는 5cm 크기의 에펠탑 미니어처를 탄생시키는 시험행사를 보이기도 했다. 액체 속에서 굳어지는 장점이 있어 표면이 매끄럽고 잡티가 없어 완성도 또한 높다.
노스 캐롤라이나 화학공학 교수였던 조셉 데시몬은 2년 전 재직생활을 잠시 중단하고 신기술 벤처 기업의 CEO로서 자리매김하였다. 그는 1991년에 개봉한 터미네이터 2에서 T-1000 사이보그의 탄생이 현실에서도 가능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물 웅덩이에서 메탈 로봇이 탄생하는 장면이 24년만에 현실화 된 것이다. 연구와 개발의 노력 끝에 얻은 혁신적 결과물을 많은 대중이 누릴 수 있게 되고 상품 개발과 발전에 빠른 시일 내에 적용 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창업 성공케이스로도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한위클리 / 계예훈 artechris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