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크리스티 예술 경매 사무소는 지난 5월 11일 피카소의 명작 “알제의 여인들”과 자코메티의 조각상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가 사상 최고 낙찰가를 기록하였다. “알제의 여인들”은 피카소가 동경하는 화가 들라크루아의 작품을 큐비즘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써 1억 7390만 달러 (약 1천 967억만원)로 경매 낙찰 기록을 세웠으며, 곧 이어 몇 분 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가 1억 4130만달러(약 1천549억3천만원)에 낙찰 되었다. 자코메티 특유의 긴팔과 긴 다리가 돋보이는 1m78의 실물 크기 청동상이다. 자코메티는 지난 2010년 소더비에서 “걷는 남자”라는 작품과 함께 1억 430만 달러의 기존 조각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작가이기도 하다. 


크리스티의 낙찰가 최고 기록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붓 아래서 탄생한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가 1억 4천만 달러로 낙찰된 바 있다. 이번 경매에 출품 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 (15개 연작 중 마지막 작품 “O”) 또한 위와 동일한 예상가가 측정되었으나, 기대 이상으로 11분간 치열한 경쟁 끝에 예상가를 훌쩍 넘는 가격에 낙찰 되었다. 당일 경매에는 마크 로스코, 앤디 워홀, 호안 미로 등의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이 경매에 올랐으며 97%의 판매율을 달성하였다. 프랑스 총 550개의 경매사무소가 18개월 동안 내는 매출액을 당일 크리스티는 무려 48분만에 달성한 격이다. 


“역시 피카소”라는 탄성이 전 세계에서 터져 나올 만큼 다시한번 그의 식지 않는 인기를 보여주었다. 사실 현대 미술 시장에서 피카소는 가장 잘 나가는 작가의 반열에서 빠진 적이 없다. 하지만 국제 미술시장 분석사인 아트프라이스와 AMMA의 현재 미술 시장 동향에 관한 공동 연구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가격 상승이 저조함을 보이던 추세였음을 밝혔다. 앤디 워홀의 형형색 판화들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가격이 불어나곤 했다면 그에 반해 피카소 작품들의 낙찰가는 최근 몇 년간 더딘 속도로 오르곤 하였다. 




프랑스 언론에서는 당일 경매를 통해 두 가지의 미술 시장 현 동향을 파악했다. 첫 번째로는 미술 시장이 세계 경제 상황에 반드시 맞추어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식주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요건을 위해서도 지출이 줄어든 데 반해 도리어 취미생활로 여겨지는 예술투자에 대한 관심이 계속해서 뜨겁기만 하다는 점이다. 아트프라이스 닷컴의 2014년 미술 시장 연구 및 분석에 따르면 고미술, 장식 미술을 제외한 파인아트 경매의 총 매출이 1년 새 26% 상승하였으며 최고 낙찰가는 30년 사이 6배 가까이 가격이 뛰었다. 르 뽀앙지는 새로운 부자 계층의 등장과 함께 상류층 예술 투자가 확대되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을 제시하였으며, 세계적으로 미술관 수가 부쩍 증가한 것 또한 중요 변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최근 카타르와 중국의 예술 기관 활성화가 일어나며 서양 미술품의 매매가 활발해 지고 있다. 반면 아트 프라이스는 경매 낙찰가들이 상승하고 있지만 유통에 있어서는 정체 되어 있다고 밝혔다. 저금리 시대에 예술 투자 중요성이 부각 되고 있는 점 또한 지적되었다. 




현 미술시장의 두번째 동향은 작품 예술성, 문화적 가치가 낙찰가와 비례하지 않는 모순이다. 다시 말해 낙찰가가 높은 작품일수록 미술사적, 예술적 중요성 혹은 희소성이 높은 작품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호안 미로의 “로이그 산의 기와 제조” 작품은 작가 특유의 원색 대조가 들어가지 않고 갈색 풍을 자랑하는 희귀 풍경화로서 헤밍웨이가 한 때 소장하여 상징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흥미로운 작품이다. 8백 60만 달러에 낙찰 된 데 반해,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엘비스 프래슬리”는 세리그래피임에도 불구하고 미로 보다 10배 정도 높은 가격에 판매 되었다. 


현 미술 시장의 동향은 즉 예술성이 중심이 아닌 스타성으로 치우치지 않은가 하는 비평들이 제기되고 있다. 일종의 아이콘화 된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자 하는 과시욕이 깃든 구매 심리가 돋보인다는 지적이다.




【한위클리 / 계예훈 artechri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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