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Vandals 1).jpg

동성결혼 합법화를 묻는 우편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찬반 진영 사이에서 폭력적 행태가 나오기도 해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 주말 늦은 밤, 브리즈번(Brisbane)의 ‘Yes’ 캠페이너들의 무지개 깃발이 내걸린 주택들이 반대 진영으로 보이는 이들의 공격을 받아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브리즈번 도심 인근, 울릉가바(Woolloongabba)의 ‘Yes’ 지지자 주택.

 

애보트 전 총리 대상 폭행에 ‘Yse’ 지지자 주택 훼손 발생

 

동성결혼(same-sex marriage) 합법화에 대한 국민적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우편 조사 시작과 함께 찬반 진영의 캠페인도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각각의 의견에 대해 폭력적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

호주 고위 정치 인사로 오래 전부터 동성결혼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는 토니 애보트(Tony Abbott) 전 총리가 지난 주 목요일(21일) 타스마니아(Tasmania) 주도인 호바트(Hobart)에서 한 남성으로부터 박치기 공격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호주 언론들 보도에 따르면 애보트 전 총리는 이날 낮 동성결혼 반대 진영의 오찬에 참석한 뒤 호텔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이 남성은 애보트 전 총리를 보고는 악수를 청하는 모습으로 다가간 뒤 갑작스런 박치기 공격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성의 공격으로 입술이 터지고 부어오른 애보트 전 총리는 이 남성이 동성결혼 찬성 캠페이너 중 하나로 판단하고 있다.

애보트 전 총리는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논쟁이 폭력적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 같은 논의를 진행하면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턴불 총리도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폭력 양상에 대해 “부끄러운 일”이라고 언급한 뒤 “애보트 전 총리에 가한 폭력을 비판하며, 또한 우리의 정치 활동에 대한 모든 폭력도 비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는 결코 폭력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며 “모든 이들이 폭력을 자제하는 차분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종합(Vandals 2).jpg

브리즈번의 울릉가바에 위치한 동성결혼 지지자 올리비아 힐(Olivia Hill. 22)씨 주택의 현관 문. 지난 주 토요일(23일) 늦은 밤, 동성결혼 반대자가 던진 돌 공격으로 유리가 깨진 상태이다.

 

하지만 3일 뒤인 지난 일요일(24일), 턴불 총리의 이 같은 당부를 무색하게 하는 사건이 또 이어졌다.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하는 브리즈번(Brisbane)의 한 여성이 주택 외부에 ‘Yes’를 상징하는 무지개 색깔의 깃발을 걸어두었다가 ‘No’ 캠페이너로 추정되는 이들의 공격을 받아 주택 일부가 손상되는 피해를 입었다.

뿐 아니라 인근의 주택들도 비슷한 피해를 입은 가운데 경찰은 이 같은 몇 건의 사건이 동일인 또는 같은 그룹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리즈번 도심 지역, 울릉가바(Woolloongabba)에 거주하는 올리비아 힐(Olivia Hill. 22)씨는 지난 주 토요일(23일) 늦은 밤, 집에 혼자 있다가 한 남성이 던진 돌에 창문이 깨지는 바람에 크게 놀랐다.

몇 차례의 돌을 던지는 공격으로 힐씨의 창문은 두 곳이 깨져나갔으며, 곧이어 힐씨는 돌을 던진 남성이 ‘what the f*** is this shit?’라고 던진 욕설을 들었다. 그녀는 이 소리를 듣고 동성결혼 합법화를 반대하는 사람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즉시 긴급 전화로 경찰에게 도움을 청했다면서 “늦은 밤의 공격으로 공포에 질렸으며, 동성애 혐오자에게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당시의 공포감을 털어놓았다.

 

종합(Vandals-5).jpg

지난 주말 밤, 브리즈번 지역에서는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자들이 주택 외벽이나 담장에 걸어놓은 무지개 깃발에는 호주의 신나치(N대-Nazi) 표시를 그려놓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브리즈번 경찰에 따르면 지난 주 토요일(23일)에서 일요일 새벽시간, 힐씨의 주택뿐 아니라 그녀처럼 ‘Yes’ 깃발을 부착해 놓은 인근 2개의 주택도 공격을 받았으며, ‘No’ 캠페이너로 추정되는 이들은 무지개 깃발에 나치(Nazi)를 상징하는 문양을 그려놓은 뒤 사라졌다.

힐씨는 자기 주택 외벽에 무지개 깃발을 걸어놓은 것에 대해 동성결혼 반대자들로부터 비난의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폭력적 공격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동성결혼 우편조사가 누군가에게는 최악의 상황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녀는 “이번 우편조사가 실시된다 해도 우리 사회의 동성애 혐오가 종식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동성애 혐오는 모든 곳에 존재하며 결코 피할 수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힐씨는 “내 집의 창문을 깨뜨렸다고 우리 영혼마저 깨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나는 여전히 무지개 깃발을 걸어놓고 ‘Yes’ 캠페인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우편조사를 진행하는 호주 통계청(ABS)은 이달 12일, 유권자 개개인의 찬반 의견을 묻는 투표용지의 우편 발송을 시작했으며 이에 대한 회신은 11월7일까지 받는다. 우편조사 결과는 11월15일 나온다.

우편조사 결과가 동성결혼 합법화 가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의회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 |
  1. 종합(Vandals 1).jpg (File Size:87.3KB/Download:24)
  2. 종합(Vandals 2).jpg (File Size:38.6KB/Download:22)
  3. 종합(Vandals-5).jpg (File Size:123.9KB/Download:26)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4851 호주 소셜 미디어의 힘... WA의 핑크빛 호수, 중국 관광객 넘쳐나 file 호주한국신문 20.01.23.
4850 호주 전 세계 여행자들, ‘방문할 만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파리 꼽아 file 호주한국신문 20.01.23.
4849 호주 63개 국가 대상 ‘디지털 경쟁력’... 호주 14위로 순위 하락 file 호주한국신문 20.01.23.
4848 호주 생존율 10% 미만의 췌장암, ‘호주인의 치명적 질병’ 중 하나로 file 호주한국신문 20.01.23.
4847 호주 On the move... 국내이주로 인구 성장 혜택 받는 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0.01.23.
4846 호주 시드니 지역 아파트 임대료, 공급 부족으로 상승 전망 file 호주한국신문 20.01.23.
4845 호주 2019 부동산 시장- 주택거래 활발했던 상위 지역(suburb) file 호주한국신문 20.01.23.
4844 뉴질랜드 환경/화산/분출/폭발; 바닷속 뉴질랜드 화산 분출구 화이트 섬 일요시사 20.01.23.
4843 호주 부모로부터의 독립... 대학 새내기들 위한 주거지 마련 조언 file 호주한국신문 20.01.23.
4842 호주 역대 최악의 산불, 호주 통화정책 ·경제 지표에도 직격탄 톱뉴스 20.01.21.
4841 호주 호주오픈 테니스, 산불 때문에 이틀 연속 예선 진행 차질 톱뉴스 20.01.21.
4840 호주 호주 산불 피해 직접 도울 수 있는 방법은? 톱뉴스 20.01.21.
4839 호주 호주 산불 사태, ‘기후 난민’ 국가 될 수도… 기상악화에 집 포기 톱뉴스 20.01.21.
4838 호주 올해부터 적용되는 새 규정들 톱뉴스 20.01.21.
4837 호주 호주 사상 최악 산불 피해 성금 2억 달러 돌파 톱뉴스 20.01.21.
4836 호주 산불피해 호주동남부, 집중 호우 ‘강타’ 톱뉴스 20.01.21.
4835 호주 <산불피해 호주동남부> 집중 폭우에 돌풍…캔버라 ‘골프공 우박’ 강타 톱뉴스 20.01.21.
4834 호주 “수개월 이어진 최악의 산불, 지울 수 없는 상처 남겼다” file 호주한국신문 20.01.16.
4833 호주 올 1월 1일부터 변경된 정책과 규정들, 어떤 것이 있나... file 호주한국신문 20.01.16.
4832 호주 “전 세계는 지금 호주의 커피 문화에 매료되고 있다” file 호주한국신문 20.01.16.
4831 호주 NSW 주 정부, 시드니 공항으로 가는 새 도로 2020년 착공 예정 file 호주한국신문 20.01.16.
4830 호주 2020 호주 부동산 시장 전망- “주택가격 상승세 지속...” file 호주한국신문 20.01.16.
4829 호주 2019 부동산 시장- 가장 저렴하게 거래된 주택들 file 호주한국신문 20.01.16.
4828 호주 2019년 호주 주택 가격, 2.3% 성장... 시드니-멜번이 주도 file 호주한국신문 20.01.16.
4827 호주 역대 최악의 호주 산불 사태, 그 피해 규모는...? 톱뉴스 20.01.14.
4826 호주 호주광산재벌 ‘통 큰 기부’...포리스트 회장 산불성금 7천만 달러 쾌척 톱뉴스 20.01.14.
4825 호주 '호주 산불 피해 성금’ 세계적 유명인사 기부 행렬…디캐프리오 400만 달러 쾌척 톱뉴스 20.01.14.
4824 호주 페더러·윌리엄스·나달 등 호주 산불 피해 돕기 자선 경기 출전 톱뉴스 20.01.14.
4823 호주 노스 파라마타 맥도날드 터에 아파트 350채 건립 추진 톱뉴스 20.01.14.
4822 호주 ‘산불’ 불똥 직격탄 맞은 스콧 모리슨…지지율 급락 톱뉴스 20.01.14.
4821 호주 호주 사법당국 “가짜 산불 성금 모금 행위 엄단” 톱뉴스 20.01.14.
4820 호주 산불피해 돕기 초대형 자선 공연 ‘Fire Fight Australia’ 톱뉴스 20.01.14.
4819 호주 시드니 경전철, 개통 3시간 만에 기술적 결함으로 멈춰 file 호주한국신문 19.12.20.
4818 호주 또 하나의 럭셔리 기차 여행, ‘Great Southern’ 서비스 개시 file 호주한국신문 19.12.20.
4817 호주 한류의 힘... 한국에서 시작된 ‘먹방’, 호주인들에게도 ‘먹혔다’ file 호주한국신문 19.12.20.
4816 호주 호주 연구진의 시도, 알츠하이머 환자에 희망 될 수 있을까 file 호주한국신문 19.12.20.
4815 호주 호주 원주민들의 성역, 울룰루만 있는 게 아니다 file 호주한국신문 19.12.20.
4814 호주 호주 방문 인도 여행자 급증... 순수 ‘관광’ 비율은 낮은 편 file 호주한국신문 19.12.20.
4813 호주 자동차 페트롤 가격, 가장 비싼 소매업체는 ‘Coles Express’ file 호주한국신문 19.12.20.
4812 호주 시드니-멜번 고급 부동산 가격,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상승 file 호주한국신문 19.12.20.
4811 호주 2020년 호주의 실내 인테리어 트렌드는 ‘자연과의 통합’ file 호주한국신문 19.12.20.
4810 호주 시드니 주말 경매 - 드럼모인 소재 타운하우스, 입찰 경쟁으로 낙찰가 치솟아 file 호주한국신문 19.12.18.
4809 호주 새해맞이 불꽃놀이로 번지는 최악의 산불 불똥 톱뉴스 19.12.17.
4808 호주 韓-호주 외교·국방장관 "北 긴장고조 중단·대화재개 촉구" 톱뉴스 19.12.17.
4807 호주 연방정부 18개 부처, 14개로 축소 톱뉴스 19.12.17.
4806 호주 노동당, 석탄 수출 '반대' 정책 급선회 시사 톱뉴스 19.12.17.
4805 호주 호주 정부, 구글·페북 등 공룡 플랫폼 조준 ‘공정 경쟁 지침’ 도입 톱뉴스 19.12.17.
4804 호주 모리슨 총리 “기후변화, 산불 원인 제공” 첫 시인 톱뉴스 19.12.17.
4803 호주 NSW 주 산불 사태, 주말까지 ‘진행형’ 톱뉴스 19.12.17.
4802 호주 호주 의학계 "시드니 대기 오염, ‘공중 보건 비상 사태’" 강력 경고 톱뉴스 19.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