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 북한 전문 관광가이드가 바라본 북한의 모습

 

‘북한’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이 군대 열병식이다. 똑같은 옷을 입은 수천 명의 군인들이 완벽히 같은 동작으로 열을 맞춰 걷는 이 열병식에는 탱크와 탄도미사일도 함께 등장한다.

가난, 인권유린, 탄압정권, 전쟁이 임박한 불안한 사회 등도 자주 북한과 연결되는 단어들이다.

금주 월요일(20일) ABC 방송은 북한 전문 관광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는 호주인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바라보는 북한의 모습을 소개했다.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죽음

 

구글의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16년 이후 키워드 ‘북한’으로 가장 많이 검색된 연관어는 ‘오토 웜비어’(Otto Warmbier)다.

미국 명문 버지니아대 학생 오토 웜비어(당시 22세)는 2016년 1월 북한을 방문했다가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그해 3월 노동 교화형 15년을 선고받고 17개월 동안 억류됐던 그는 ‘북미대화’를 통해 2017년 6월 13일 석방됐으나, 혼수상태로 송환된 후 7일 만인 6월 20일 사망했다.

 

▲중국 북한 전문여행사들, 전 세계 여행객 유치해 북한관광 지속

 

호주 정부는 공식적으로 북한에 방문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여행의 필요성에 대해 재고해 보세요”라는 말로 ‘여행 금지국’에서 한 단계 낮은 수준의 경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와 달리 중국의 북한 전문 여행사들은 끊임없이 전 세계로부터 북한 여행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여행은 북한의 일부만을 들여다보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현지 여행가이드들은 여행자들의 행동을 신중히 감시할 뿐만 아니라, 불투명한 북한정권의 실상을 걸러낸 깨끗한 장소로만 이들을 안내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관광업체들이 북한 정권에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중국 북한 전문여행사의 호주인 투어가이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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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여행사에서 근무하는 호주인 투어가이드 매트 컬리자(Matt Kulesza, 사진)는 이와 관련해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북한에 여행하는 것이 미사일 프로그램에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격이라며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저렴한 여행상품을 취급하는 회사로 실질적으로 북한정부에 들어가는 금액은 매주 적은 수준이다.”

컬리자 씨는 지금까지 북한의 9개 지역을 방문한 경험을 들어 서방의 미디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북한이 그렇게 ‘무서운 곳’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북한에서 근무하는 사람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게 되면서 뉴스나 다큐멘터리에서 그리는 모습과는 다른 북한의 이면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상당히 많은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호주에도 원주민들에 대한 끔찍한 대우나 피난민 캠프와 같은 부정적인 사회상이 있고, 미국도 라스베거스(Las Vegas) 대학살과 같은 대규모 테러 사건과 도날드 트럼프(Donald Trump)로 인해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양국 모두 관광산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반문했다.

 

▲북한의 공식 관광지들과 그 이면

 

ABC와의 인터뷰에서 컬리자 씨는 그가 북한 관광가이드로 활동하면서 촬영한 비디오 영상을 공개했다.

20명의 단체 관광객들은 여행을 시작하기 전 북한에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듣게 된다.

이어 칼리자 씨는 현지 북한인 관광가이드 세 명과 함께 여행객들을 평양 내 관광지들로 안내한다. 평양 만수대 언덕에 위치한 김일성 김정일 부자 동상과 세계에서 가장 깊은 지하철역인 평양의 ‘지하 110m 지하철역’이 주요 방문지다.

평양 지하철은 그 깊이뿐만 아니라 예술성이 돋보이는 모자이크와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벽화 장식으로 인상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 현지인들에게 이 지하철은 방공호(air-raid shelter)로 인식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5~7분을 내려가면 원자폭탄 공격을 대비해 철문이 설치되어 있다. 결국 지하 깊숙이 위치한 전략기지로서의 역할이 이 지하철의 숨겨진 기능이다.

다음 목적지는 인민대학습당으로, 3만평 대지에 6백개의 연구소를 갖추고 있으며 3천만권의 책을 소장한 대규모 교육시설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 학습당의 활용도는 그리 높지 않다. 연구실을 포함한 대부분의 방은 비어있는 게 현실이다.

관광가이드들은 이곳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실제로 약 12개 북한정부 웹사이트만 방문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모든 해외 사이트는 접근이 금지되어 있으며, 적발되면 사형에까지 처할 수 있다.

 

▲“북한 사람들은 그저 재미있고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컬리자 씨는 가이드 직업을 통해 현지 북한주민들과 친구가 됐다. 그는 뉴스나 대중문화가 묘사하는 것처럼 북한 사람들이 ‘세뇌교육을 받은 로봇’은 아니라고 말한다.

“북한 사람들은 그들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이들이 북한에서 태어나겠다고 선택한 것은 아니다. 북한 사람들은 그저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이어 관광객들은 만경대 소년학생 궁전으로 이동한다. 이곳에 위치한 대형 강당에서 전통의상을 입은 어린이들이 노래와 춤을 감상하게 된다.

한편 각 공연의 사이에는 스크린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영상이 상영되,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미화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또 다른 세계로 가는 과거여행”

 

컬리자 씨는 “북한군들의 모습은 잘못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김정은은 자신의 권력과 북한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고자 하지만, 북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단지 나라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수단일 뿐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 미디어가 선전하는 것과는 달리 현지 주민들은 남한이나 미국에 대한 공격을 원하지 않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관광의 마지막 방문지는 비무장지대(DMZ)다.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가느다란 띠 모습을 한 이곳은 한국전 휴전협정과 함께 남북한을 나누고 있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한반도의 역사를 가르치는 교육적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관광객 중 영국인 커스티 쿠퍼(Kerstie Cooper) 씨는 “지금도 한반도의 역사는 민감한 부분이고 이곳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어 굉장히 흥미롭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방문객 영국인 교사 베스 블론트(Beth Blount) 씨는 “서양 국가들과는 완전히 다른 북한의 모습에 무척 놀라웠다”며 “또 다른 세계로 가는 과거로의 여행 같았다”고 표현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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