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도심 10km 이내 렌트 살이 극도로 어려워…변두리로 밀려
“평소 정장은 입을 생각도 못한다. 냉장고와 침대는 다른 집에서 버리려고 도로에 내놓은 것이나 인터넷 중고 거래를 통해 얻는다. 이렇게 절약해도 어렵다. 내가 번 돈의 절반 정도를 렌트비로 내기 때문이다. 천식과 알러지가 있는 아이 약값 때문에 빚을 지기도 한다.”
시드니 이너웨스트 매릭빌(Marrickville)에서 사는 아이 하나 둔 싱글맘의 사연이 금주 수요일(29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소개됐다.
자신의 이름을 타마라(Tamara 사진)라고 밝힌 이 싱글맘은 열세살 아들과 방 2개짜리 아파트에서 산다. 그의 아파트는 번잡한 도로에 위치한 상점 윗층에 있다. 이 집의 렌트비는 주당 480달러. 타마라의 소득은 연 5만달러 남짓으로 절반이 렌트비로 지출된다.
그래도 비슷한 크기의 다른 집에 비해 렌트가 조금 싼 편이다. 이 정도 집이면 보통 렌트비가 주당 600달러 수준이다.
맞벌이 가정이라면 그래도 살 만 하지만, 혼자 벌어서 이 정도의 렌트비를 내려면 삶의 일정 부분은 포기해야 한다. 자신의 옷과 신발은 거의 사지 않는다는 타마라의 고충이 이해가 된다.
금주 수요일에 공개된 렌트 능력 지수(Rental Affordability Index)에 따르면, 시드니 도심 반경 10킬로미터 이내 지역에선 렌트 살이가 극도로 부담스럽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통상 가구 소득 중 렌트비 부담이 30%가 넘으면 살기 어려워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드니와 멜번, 브리즈번 등 주요 도시 전체의 평균 소득 대비 렌트비 부담은 이 선을 넘지 않았지만, 도심에 가깝게 갈수록 이 비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드니 도심(CBD), 달링 포인트(Darling Point), 엣지클리프(Edgecliff), 포인트 파이퍼(Point Piper) 등은 평균 가구 소득이 9만달러이나, 평균 렌트비 부담이 87%로 나타났다. 수입 대부분을 렌트비로 지출해 식료품이나 의약품 구입은 물론 에어컨 가동도 어려울 정도로 허덕이고 있다.
패딩턴(Paddington)과 센테니얼 파크(Centennial Park)의 방 3개짜리 집의 경우 평균 가구 소득의 73%를 렌트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브론테(Bronte), 웨이버리(Waverley), 킬리빌리(Kirribilli), 밀슨스 포인트(Milsons Point) 등에서는 비슷한 크기의 집의 렌트비 지출이 가구 소득의 72%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SGS Economics and Planning의 파트너인 엘렌 위트(Ellen Witte)는 “이처럼 렌트비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블랙타운이나 리버풀 등 외곽지역으로 떠밀려 갈 수 밖에 없으나 이들 지역은 교통도 불편하고 일자리와 여러 서비스, 교육 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는 SGS Economics & Planning과 함께 National Shelter, Community Sector Banking 등도 참여했다.
멜번이 가구 소득에서 렌트비 비중이 24%로 가장 낮았으며, 다음이 브리즈번과 아들레이드로 25%, 그리고 호바트는 28%로 나타났다. 시드니는 29%였다.
NSW주 전체로 확대하면 평균 가구 소득 6만2천900달러 중 27%를 렌트비로 지출하고 있으나, 점차 비중이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이번 조사 결과 만약 혼자(single) 펜션(pension)을 받거나 소득보조를 받는 경우 NSW주에서는 방 1개짜리 유닛 정도만 렌트할 수 있다. 펜션을 받는 부부가 방 2개짜리 유닛을 찾는다면, 아예 바서스트(Bathurst)나 헌터(Hunter) 등의 서쪽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시드니의 주택 구입 능력 위기가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행정업무를 하는 사무원, 차일드케어 관계자, 그리고 카페 레스토랑 바 등에서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는 사람들은 어디서 살고 있나? 그리고 크리스마스 날까지도 연장 근무를 하면서 일하는 소매상점 직원이 적은 임금으로 한 시간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그는 지역과 나라 경제에 묵묵히 보탬을 주는 사람들이 왜 변두리로 내몰려야 하느냐는 말로 엄청나게 비싼 렌트비 실태를 꼬집었다.
타마라는 직장과 집만 오갈 뿐이다. 외출 한 번 못하고 돈이 없어 자신을 위해선 거의 한 푼도 쓰지 않고 아들의 옷과 신발을 먼저 챙긴다. 그는 “교복과 신발을 사줄 능력이 되지 않아 학교 측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렌트비 부담으로 어렵지만 지금 사는 시드니 이너웨스트에 남기로 했다. 직장도 가깝고 친구들이 가까이 살지만, 무엇보다 아들에게 안정적인 가정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이를 임신한 지 3개월 이후 지금까지 혼자 돈 벌고 있다는 타마라는 “아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출발해 안정적으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