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업소들 문 닫자 건물주들, 주택개발 회사에 매각 이어져

 

시드니의 대표적인 유흥가인 킹스크로스(Kings Cross) 일대가 주택가로 변모할지도 모른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되고 있다.

 

이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지난 일요일(22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인터넷 판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2년 사이 유흥업소의 영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매출부진을 극복하지 못한 업소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가 하면 건물주들은 주택개발 회사에 부지를 매각하는 상황이다.

 

주 정부가 유흥업소의 폭력사태 방지를 위해 지난 2014년 영업시간 제한 등을 골자로 한 ‘Lockout Laws’를 시행한 이래 이 지역 업소들의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자 유명 업소들이 속속 문을 닫는 사태가 이어지고, 이로 인해 이 지역 건물 가치도 동시에 하락한 상황이다.

 

이미 킹스크로스 호텔(Kings Cross Hotel)을 비롯해 찰리슬 하우스(Carlisle House), 이구아나 바(Iguana Bar)가 있던 건물 등 8채의 상업용 건물 가치는 5%에서 크게는 20% 가까이 하락했다. 이는 세금 부과와 관련, 건물과 부지 가치를 산정하는 주 정부 평가기관 ‘Office of Land and Property Information’ 자료에 근거한 것이다.

신문이 언급한 8채의 건물 외에도 문화유산(heritage)로 지정된 ‘밀튼 하우스’(Minton House)는 애초 1천만 달러의 가치로 평가됐으나 올해 초에는 650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미 영업을 중단한 빅토리아 스트리트(Victoria Street) 상의 소호 나이트클럽(Soho nightclub)을 소유했던 앤드류 나자루스(Andrew Lazarus)씨는 최근 자기 건물을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매각했다.

그는 지난 주 금요일(20일) 주 의회 청문회에 출석, “정부가 기존의 규제를 철폐하지 않는 한 킹스크로스는 더 이상 유흥가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날 청문회는 자유민주당 소속 데이빗 레이온헴(David Leyonhjelm) 상원의원이 제안해 마련된 자리로, 레이온헴 의원은 킹스크로스 지역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개인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오전 1시30분부터는 손님에게 주류를 공급하지 못하며 오전 3시에는 문을 닫아야 하는 내용을 담은 강화된 음주법(Lockout laws)은 ‘골든 마일’(Golden Mile) 등 이 지역 유명 유흥업소가 문을 닫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청문회에서 출석한 업주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이 같은 규제로 이 지역 업소들의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업소 임대료 또한 하락했으며, 이에 따라 12채 건물주들은 세금 납부과 관련, 주 정부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정부는 12채의 건물 가운데 8채의 가치가 14% 하락한 것으로 인정했으며, 이에 따라 건물주들은 그만큼 세금납부액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물론 킹스크로스 지역 모든 건물들의 가치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주택개발이 가능한 일부 건물은 상당한 프리미엄이 덧붙여져 매각되기도 했다. 올해 초 파라마타 펍(pub in Parramatta)이 포함된 크레스트 호텔(Crest Hotel) 부지는 중국계 부동산 개발회사인 ‘그린랜드 그룹’(Greenland Group)에 1억7천만 달러에 매각되기도 했다. 이 부지는 불과 3년 전인 2012년 ‘아이리스 캐피털 그룹’이 6천500만 달러에 매입했었다. 현재 크레스트 호텔 부지는 총 139채의 아파트 개발 승인이 완료된 상태이다.

 

최근 이 지역 12채의 건물주를 대신해 정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던 부동산 평가사 필 레니(Phil Rennie)씨는 이 지역 상업용 업소 임대료가 30%에서 최대 50%까지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는 음주 관련 영업규제뿐 아니라 물론 실내흡연 금지 등이 그 배경으로 언급되고 있다.

 

이와 관련, NSW 주 베어드(Mike Baird) 정부는 내년 2월, 음주법에 대한 재검토를 밝힌 바 있다.

 

NSW 부동산 연구소(Real Estate Institute of NSW) 대표이자 정부의 부지평가자문그룹 일원인 말콤 거닝(Malcolm Gunning)씨는 주 정부를 대상으로 “이 지역의 부동산 가치하락 문제를 정부가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면서 “킹스크로스 건물 임대료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지역 부동산의 성패는 고도 제한 허용 여부에 달려 있다”며 “고급 아파트들이 들어서게 되면 지역의 이미지와 풍경도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레니씨는 “이 지역 부지와 건물 가치가 하락한 데에는 유흥가로서의 이미지, 즉 사람들의 인식 속에 이 지역이 아파트 등 주거용 건물 건축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 각인되어 있는 점도 그 이유의 하나”라고 진단했다.

 

‘아이리스 캐피탈 그룹’의 샘 아노트(Sam Arnaout) 대표는 “개발업자들이 이 지역 주택개발을 위해 주 정부에 고도제한 해제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고 전하며, “이 문제가 해결되면 킹스크로스는 ‘뉴욕의 맨하탄’ 같은 곳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킹스크로스 지역의 주택가 변모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시드니 시티 카운슬(City of Sydney)은 현재 용적률을 비롯한 이 지역 건축 규제에 관해 별도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지난 주 금요일(20일)의 의회 청문회에서는 지난 해 2월 ‘Lockout Laws’가 적용된 이후 30여 유흥업소가 문을 닫은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폭력행위 역시 같은 기간 32% 줄어든 사실이 확인됐다

 

총기 소유 합법화 등을 주장하기도 하는 레이온헴 의원은 “킹스크로스가 유흥가로 존속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어느 도시에나 시끄럽고 말썽 많은 유흥가는 있게 마련”이라며 “킹스크로스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한편, 청문회에 참석한 노동당의 샘 다스티아리(Sam Dastyari) 상원의원은 “시드니에서는 언제나 모든 것이 개발업자들의 승리로 끝난다”고 발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임경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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