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소통. 이 시대의 화두다.
관계에서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만들어 자신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공감과 소통'은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며 그만큼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저는 한국인의 선한 영향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널리 퍼지도록 내 언어부터 씨앗을 뿌리려고 노력합니다. 긍정의 기운이 전파되면 이 사회가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지난 10일, 2018세계한인언론인대회에 참석해 '공감토크 특강'으로 잔잔한 감동을 전해 준 '공감과 소통' 전문가 <공감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박진영 대표를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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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나운서와 MC(진행자)로 오랫동안 활동했고 지금은 연구소 소장 겸 객원 교수로 계시는데...

 

목소리에는 자신의 생각과 기분 상태가 묻어나게 마련입니다. 긍정의 기운이 전파되면 이 사회가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인의 선한 영향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널리 퍼지도록 내 언어부터 씨앗을 뿌리는 셈이죠. 반대인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 대개 비슷한 일이긴 하지만 딱 한가지만 고르라면 어떤 일이 가장 소장님께 맞는다고 생각하시는가요?

 

 주로 방송으로 청취자와 소통했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강연장에서 청중과 만나고 그들의 생생한 눈빛과 표정을 보며 또 다른 걸 배우고 있어요. 소통하는 대상이 바뀐다는 점에서 강의하는 일은 방송 못지않게 현장감과 생동감이 있더군요. 저는 형식이 반복되는 일이라도 늘 그 안에서 변화를 추구하려고 시도해왔습니다. 

 

- 요즘 소장님의 하루 일과를 간단하게 소개해 주신다면.

 

저는 세 자녀의 엄마입니다. 아침 일찍 산책을 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가족들의 아침시간을 돕는 주부란 것을 상기해야 해요.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과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중학생, 초등학생인 막내까지 벅차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내 삶의 중요한 벗들입니다.

다음엔 주로 강의 준비하는 데 시간을 많이 쏟고 있지요. 특히 신문을 많이 들여다보고 있어요. 주로 ‘소통과 공감’을 주제로 강의하는 저로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사회현상에 민감할 수 밖에 없더군요. 요즘 자연과 소통하는 시간,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 공감커뮤니케이션 연구소에선 주로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연구소에는 25개의 의자가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와서 공부도 하고 코칭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이랍니다. 주로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싶거나, 상대를 설득하고 싶은 분들이 와서 공부를 하는데요. 말하는 습관을 고칠 수 있도록 마음을 들여다보는 수업이기도 해요. 주로 강의와 연구를 하는 저의 공부 공간인 셈이죠. 

 

 

- 공감과 소통, 아마 이 시대의 화두인 듯합니다. 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공감이나 소통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왜 지구상에 존재하는지를 스스로 묻곤 해요. 그중 하나는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삶을 설계하고 꿈을 갖는 행위 역시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어느 것 하나 할 수가 없죠. 심지어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을 만큼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우리가 공감하고 소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공감과 소통은 타인의 아픔에 깊이 들어갈 줄 아는 것입니다. 마음 속 상처와 분노는 치유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그걸 해결하는 방법은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을 때 비로소 치유가 됩니다. 지금은 분열과 대립이 커지고 급변하는 시대입니다. 저는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낼 새로운 산업 환경에 가장 필요한 것은 마로 '공감과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 공감이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몇 달 전에 자신의 말하기 능력을 키우고 싶다며 연구소를 찾아온 여성이 있었어요. 그는 표정도 긴장되어 있었고, 그가 사용한 단어들에는 권위적인 냄새가 묻어 났지요. 일에 대한 집념이 강했고, 표현 능력도 향상시키고 싶은 욕구가 있어 보였어요. 순간 저는 편견을 갖으려는 유혹을 버리는 데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판단해야 할 때가 있어요. 자기 방어를 위해 즉각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본능일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대해 자기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바로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차별하고 무시하는 것은 폭력이죠. 내가 상대보다 우월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인정하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태도가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이죠.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공감하려고 하는 것은 위선이고 교만이죠. 상대를 소중하게 대하고자 하는, 존중하는 태도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 저서 ‘한 순간에 관계를 망치는 결정적 말실수’에서 "말을 잘 하는 것보다 말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게 됩니다. 이 책을 쓰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박사논문을 쓰고 있는 2013년이었어요. 연일 뉴스에서는 정치인들의 실언이 보도되고 국민들은 실망과 자괴감을 느꼈을 때입니다.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실언들을 보며 ‘우리는 말실수를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 몰두하기 시작했어요.

인간의 고민은 관계에서 시작하고, 관계는 서로의 언행으로 맺어지거나 깨질 수가 있습니다. 크든 작든 상처를 받게 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마련입니다. 그 상처를 주는 실체인 말실수를 연구하고 싶었어요. 

 

- 책을 보면 우리가 무심코 잘 못 말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소장님께서 경험한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지난 해 여름 강연장에서 30년 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이 이렇게 말했어요. “진영아, 너 고생을 많이 하나보구나. 눈가 주름이 아주 자글자글하다. 강사니까 관리도 해야겠다” 라고 하더군요. 그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을 보고 기쁘고 반가웠을 것이고, 세월의 흔적을 발견한 기분을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겠죠.  
그럼에도 저는 당황스러웠어요. 친구의 마음을 이해는 하면서도 속상했나봐요. 집에 와서 거울을 여러 번 봤어요. 하하. 저는 그 친구에게 “너는 예전모습 그대로구나~”라고 했지요. 사람은 타인의 말과 행동에 관심을 갖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평가한 뒤 판단을 하지요. 실언이 꿈틀거릴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 말 잘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사례나, 반대로 말을 잘 못해서 엄청난 손실을 본 사례가 있으면 소개해 주시죠.

 

 제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택시를 타고 내릴 때면 “기사님~ 덕분에 잘 왔습니다. 저를 안전하게 도착하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기사님은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분, 놀라시는 분, 무반응인 분도 있어요. 그러나 그 분들이 보람 있어 하는 표정을 볼 수 있지요. 다른 승객이 탔을 때는 기분 좋게 “어서 오십시오”라며 반갑게 맞이할 것입니다. 승객도 기분이 좋아질 수 밖에 없겠지요.

목소리에는 자신의 생각과 기분 상태가 묻어나게 마련입니다. 긍정의 기운이 전파되면 이 사회가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인의 선한 영향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널리 퍼지도록 내 언어부터 씨앗을 뿌리는 셈이죠. 반대인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타인을 만날 때는 언행을 삼가는 노력을 하는데도 자녀들에게는 브레이크가 풀리곤 합니다. 막내에게 조언한다면서 ‘누나들도 그렇지 않았다’는 말을 꺼내자마자, “엄마, 누나들과 저를 비교하지 마세요. 저와 생각이 다르잖아요” 라고 하더군요. 
‘아차, 내가 실수했구나’ 싶었지만 이미 늦은 거죠. 비교가 왜 위험한지를 이유까지 설명하면서 강의하는데도 말실수를 하고 말았어요.
영어에서는 실언을 '자기 입속에 발을 넣다(put one's mouth)' 라고 비유하기도 하는데요. 상상만 해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입니다.  
말이란 자신의 영혼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오늘도 성찰하는 마음으로 말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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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커뮤니케이션연구소>박진영 대표는?

전남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KBS광주와 교통방송 등에서 15년간 MC와 아나운서로 일했다. 프리랜서로 독립한 뒤 본격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했다. 여러 대학과 공공 기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에서 ‘공감과 설득 커뮤니케이션’을 강의하고 있다.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깨닫게 하는 스피치 강의로 유명하다. 조선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 전남대학교 객원 교수. <공감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 저서로는 『아나운서처럼 매력 있게 말하기』 와  『한 순간에 관계를 망치는 결정적 말실수』가 있다.

 

[공동취재단] 세계한인언론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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