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캉스. 호텔에서 바캉스를 보내는 휴가 방식을 이르는 콩글리시로 영미권에서는 스테이케이션 (Stay+Vacation) 이라 일컫는, 요즘 특히 20-30대 사이에서 한창 유행하는 휴가 유형이다. 바캉스라고 해서 굳이 남다른 피서지를 찾아 갈 필요 없이, 3~5일간 편의시설이 좋은 호텔로 떠나 충분한 휴식을 즐기다 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최근에야 유행하기 시작했지만 서구권에서는 20세기 초반부터 존재했으며 오 헨리 소설을 비롯해 당시 시대상을 그린 문학 작품에도 상류층 인물들이 호텔에 가서 휴가를 즐기는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

 

코로나 시대, 해외 여행은 언강생심인 지금, 여기 캄보디아에서 20세기 초 상류층들처럼 바탐방으로 떠나 과거로의 시간여행 같은 호캉스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필자가 추천하는 고급 빌라형 호텔
라 빌라 부티크 호텔 La Villa Battambang, Restaurant & Boutique Hotel

btb 01

스탠다드 룸
하루 $40 / 1주일 $250

 

수페리어 룸
하루 $50 / 1주일 $300
호텔 레스토랑
10% 할인 제공

 

바탐방은 프랑스 식민 시절부터 50~6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 많이 남아 있는 도시로, 캄보디아판 개화기의 낭만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상커(Sangker) 강변에 자리잡고 있는 라 빌라 부티크 호텔은 안젤리나 졸리가 <처음, 그들은 나의 아버지를 죽였다> 촬영 당시 머물렀던 곳으로 노란 프랑스 풍 건물이 인상적인 호텔이다.

 

1930년대 부유한 상인이 건설한 이 건물은 크메르 루즈 시대 직후 베트남 군대의 숙소로 사용되기도 하였으나, 이후 캄보디아 장군의 소유가 되었다가, 2004년 외국인 부부가 구매하며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의 호텔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호텔 정문을 들어서면 작은 정원 너머로 발코니가 예쁜 노란 2층 건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호텔 리셉션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응접실로 사용했을 법한 공간으로 안내 받아 찬찬히 둘러보니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소품인듯한 고풍스러운 가구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체크인 후 객실로 올라가기 전 마주하는 식당은 19세기 전반 프랑스 건축 양식인 파사쥬 양식으로 만들어져 통유리 천장을 통해 햇살이 가득 쏟아져 들어와 따스한 느낌을 주었다. 저녁에는 화려한 샹들리에에서 나온 은은한 빛으로 로맨틱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객실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 놓여진 축음기와 지금까지 사용되는 손때 묻은 천장 팬 스위치가 여기가 100년 가까이 된 건물임을 또 한번 상기시킨다. 빈티지한 열쇠로 객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유럽 명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나무 격자로 분리를 해 놓은 화장실이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고, 커다란 방에는 캐노피가 달린 커다란 목재 침대와 고급스러운 책상이 놓여있어, 20세기 초 여느 귀족의 방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벽에 걸린 지도 또한 빛 바랜 20세기 초반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동남아시아 지도로서 당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방 안에만 있기 지루하다면 수영장으로 나가보면 어떨까? 아담하고 아름다운 노란 2층 호텔 건물을 배경에 다양한 열대 식물들로 가꾸어진 라 빌라의 수영장은 휴가의 기분을 가장 잘 낼 수 있는 장소이다. 더위가 한풀 꺾인 늦은 오후, 수영을 하고 일광욕을 즐기며 열대 과일 주스를 한 잔 하고 나면, 더위로, 생활로 지친 몸과 마음이 빠르게 재충전된다.

 

해질 무렵엔 호텔 앞 강가에 있는 수많은 노천 식당에서 강바람을 맞으며 해산물 바베큐와 함께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는 휴가를 보낼 수 있다.

 

필자가 추천하는 바탐방 여행코스
캄보디아 화가들의 미술관 Romcheik 5 Artspace & Rooftop Cafe

btb 신보람 (7)

btb 신보람 (8)

개관일: 2018년 10월
입장료 : $5     

 

라 빌라 호텔에서 걸어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미술관 겸 카페로 동남아시아 최고의 독립 예술 공간 Top 10에 선정된 곳이다. 2012년 4명의 젊은 예술가가 기증자의 도움으로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2015년 미술관으로 활용하기 위해 공간을 확장하여, 2018년 10월부터 관람객을 맞이해왔다. $5의 입장료를 내면 총 3층에 걸쳐 전시된 캄보디아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으며, 옥상에는 루프탑 카페가 마련되어 있어 탁 트인 바탐방 강변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각양각색 전문가들의 여행 에세이같은 프로그램이었던 알쓸신잡에 출연한 소설가 김영하 씨는 호캉스에 대해 “집이라는 공간이 갖는 현실적, 정서적 한계 때문에 정말 휴가를 즐기려면 집 밖으로 나가야 하고, 그래서 편하게 호캉스를 가는 것이다.”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삶의 희노애락이 가득한 집을 벗어나 일상의 단절이 주는 달콤함이 가득한 호텔에서, 그리고 20세기 상류층의 삶을 잠시나마 체험해 볼 수 있는 바탐방에서 휴가를 가져보면 어떨까?

 

글·사진 신보람
2013년 코이카 봉사단원으로 캄보디아에 파견되어 씨엠립 관광청에서 지역 한국어 가이드 양성을 위해 2년간 한국어 교사로 활동했다. 앙코르 유적에 매료되어 게속 캄보디아에 남아 압사라청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청년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앙코르 유적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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