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미 송편과 삼겹살 먹으며 망향가

 

 

프놈펜(캄보디아)=뉴스로 쌈낭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우리의 큰 명절(名節) 중추절(仲秋節) 추석(秋夕)을 맞았습니다. 머나먼 타향살이가 깊어갈수록 한국에서 지냈던 시절의 소소한 일상들조차 그리워지는데, 설날이고 한가위라 하면, 온 몸의 감각기관(感覺器官)들은, 가슴 그 복판에서 울려 나온다는 판소리의 처연한 가락에 휘둘려버려 그만 맥은 빠지고, 솟구친 감정이 한 구석으로 몰리면서 괜스레 이국하늘에 눈 흘김을 던지고는 작은 눈물 몇 방울만 덧없이 뿌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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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화권(中國文化圈)이 아닌 나라이니 휴일은 아니지만, 아쉬운 대로 하나 밖에 없는 떡집에서, 안남미(安南米)로 만들어 질감은 덜해도 그런대로 괜찮은 송편을 사다가 몇 없는 우리끼리 나누어 먹는데, 깊은 밤이 되면 교포식당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나누며 진한 동포애를 나누며 명절을 보내기는 합니다.

 

캄보디아에는 '프쭘번'이라는 명절이 있습니다. 우리들은 캄보디아 추석이라고 편의상 부르는데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른 점들이 있습니다. 캄보디아에는 그들 최대의 명절로 우리 설날이라고 할 수 있는 쫄츠남과 프쭘번이 있습니다. 캄보디아에도 양력(陽曆)을 사용하지만 대부분 명절은 음력(陰曆)으로 지냅니다. 캄보디아 음력은 우리 음력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설날은 대략 4월경에 있고 프쭘번은 10월에 있습니다. 올해는 10월 11일~13일인데 이것은 법정공휴일(法定公休日)이고 프쭘번의 마지막 3일입니다. 15일동안이 프쭘번 기간이라고 하니, 9월 29일에 시작되어 10월 13일에 끝이 나게 됩니다. 예전에는 3개월간이나 했다고 하는데, 캄보디아 사람들이 이 명절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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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쭘번은 돌아가신 조상(祖上)들을 기리는 날이라고 합니다. ‘망자(亡者)의 날’이라고도 하는데. 프쯔는 ‘모으다’, 번은’주먹밥’을 뜻합니다.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고 밥을 나누는 날이라고 합니다. 연중 밤이 제일 깊고 어두운 때가 프쭘번 동안이고 그 때에 저승의 문이 열리고 망자들이 이승으로 찾아온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캄보디아사람들은 프쭘번에 파고다로 가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기도와 불공을 하고 돈과 쌀을 시주를 합니다.

 

예전에 캄보디아 직원에게 프쭘번 동안 무얼 하는가 하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 직원은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하더니, 프쭘번이 끝난 후, 사진을 전해주었습니다. 파고다에 가서 무엇을 하는지 순서에 따라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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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쭘번 때에는 일반적으로 3개의 절을 가는데, 신앙심이 깊은 이들은 7개의 절을 간다고도 합니다. 캄보디아는 불교국가(佛敎國家)이므로 절(파고다)이 많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나 유명한 곳에 가서 기도를 하고 시주(施主)를 하는데, 먼저 준비해온 꽃을 올린 후에 촛불을 켜고 향에 불을 붙이며 부처님에게 절을 하고 불공(佛供)을 드립니다.

 

스님께 절을 드리고 공양을 올리면, 스님께서 축원(祝願)을 해주시고, 쌀과 돈을 그릇에 넣고, 쌀전(米典)에 쌀을 올리고, 모래전(沙典)에 돈을 넣고 모래를 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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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밖으로 나와서 새를 날려주는 방생의식(放生儀式)을 합니다. 방생은 불가(佛家)에서는 중요한 일입니다. 구속된 모든 것을 풀어주는 것이 방생이고 그것은 견성성불(見性成佛)에 이르는 길이라고 합니다.

 

법정공휴일은 3일이지만, 회사나 공장은 대체적으로 7일동안 문을 닫습니다. 우리도 귀성전쟁(歸省戰爭)이라는 얘기가 아직 있듯이 교통편이 좋지 않은 캄보디아에서 모처럼 고향(故鄕)을 다녀오려면 그도 부족하겠지요. 그래도 명절을 지내고 고향을 다녀온다는 것은 그 누구든지, 어느 곳이든지 한결같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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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어머님을 따라 팔당호에서 물고기를 놓아주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 '글로벌웹진' 뉴스로 칼럼 ‘쌈낭의 알로 메콩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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