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소련군이 당시 동맹군이었던 미군의 참여 없이 한반도 전체를 일본으로부터 해방했음을 증명하는 새로운 기록영화가 러시아에서 공개됐다.

  불력 설 전날인 지난 2월 24일 모스크바 다큐멘터리영화센터에서 '평양-서울. 그리고...'("Пхеньян - Сеул. И далее...")라는 제목의 기록영화가 첫 상영됐다. 이 영화를 기획한 유명 언론인 세르게이 브릴료프는 한반도 해방에 관한 혁신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세르게이 브릴료프와 함께 이 다큐의 공동 진행자인 고려인 마리나 김은 "우리가 증명하려는 것은 소련군이 북한뿐 아니라 남한도 해방했다는 사실이다. 그후 미군이 스탈린과 합의에 따라 남쪽에 상륙해 총 한발 쏘지 않고 남한을 점령했다"라고 말한다.

  다큐 속에는 소련군을 해방군으로 맞이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희귀한 영상과 사진들이 나온다. 1945년 8월 8일 여러 형무소를 개방하고 수천 명의 정치범을 석방한 것도 소련군이었다. 꼬박 한 달이 지난 9월 8일에야 무관심 속에 미군이 인천에 상륙했다.

  1945년 당시 사건을 직접 목격한 증인들은 이제 거의 남지 않았다. 하지만 다큐 제작자들은 당시 사건의 한복판에 있었던 사람들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유리 텐(정)은 1945년 소련군 해병대 소속으로 한반도 해방을 위한 상륙 작전에 참가했다. 다큐 제작 당시 그는 임종을 앞둔 상태였지만, 역사적 진실을 복원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는 힘겹게 입술을 움직이며 말했다. "청진 형무소를 해방시키라는 명령을 받았다. 나는 형무소 문을 열고 수감자들에게 내가 조선사람이며 문이 열렸다고 말했다. 모두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나를 안고 울었다. 나는 모두 자유의 몸이니 밖으로 나가라고 말했다." 그의 미약한 목소리에는 70년이 지났음에도 그때의 자긍심과 기쁨이 느껴졌다.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정론으로 인정되는 역사를 부정하는 이 특별한 다큐멘터리는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나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꽤 독특한 책을 집어드는 편이다. 소-일전쟁에서 제1극동전선을 지휘했던 키릴 메레츠코프 원수의 회고록 같은 책이 그것이다. 그 책 446쪽에서 소련군이 해방 작전을 수행하던 중 남한의 수도 서울에 다다랐다는 수수께끼 같은 문장을 읽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부연설명은 없었다. 직접 조사를 하고 이 주제로 영화를 만들겠다는 결심이 선 것이 그 때다."

  다큐에는 희귀한 문서자료들과 함께 한반도 해방전투에 참가했던 장교들의 인터뷰가 소개된다. 이들은 1945년 8월 소련군이 서울에 도달했지만, 일본군의 완전 패주가 확인되자 미국과 합의한 대로 38선으로 복귀해 그곳에서 미군을 기다렸다고 밝혔다.

  물론 이런 견해는 한국에서 지지를 받지 못한다. 다큐 제작진이 한국 학계와 전문가들로부터 들을 수 있었던 논평은 몇 건 되지 않았고, 그 모두가 소련군의 남한 해방 참여를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다큐 제작진의 대담한 대안적 시각이 더 흥미로운 것도 사실이다.

(Russia포커스)


  • |
  1. 정상진1.jpg (File Size:263.9KB/Download:56)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1030 러시아 러시아, 새로운 군사 위성 발사 file 라이프프라자 23.12.28.
1029 러시아 푸틴,가자(Gaza)지구 병원 공격, 인도주의적 재앙 file 라이프프라자 23.10.19.
1028 러시아 러시아 카잔대학, 제22회 국제 한국학 학술대회 열어 file 코리아위클리.. 22.04.23.
1027 러시아 “한국 ‘스푸트닉 라이트’ 천만회분 수출가능” file 뉴스로_USA 21.09.20.
1026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K소비재 전시·수출상담회 file 뉴스로_USA 21.09.17.
1025 카자흐스탄 한인회 9월 정기 이사회, '2021 카자흐스탄 한민족 대축제' 준비에 박차 file 김근향 21.09.02.
1024 러시아 올가을 한국서 ‘러시안 시즌’ 개최기대 file 뉴스로_USA 21.08.16.
1023 러시아 러 상트페테르부르크 총영사관 대학생공모전 개최 file 뉴스로_USA 21.07.20.
1022 러시아 한국 1회접종 러백신 생산한다 file 뉴스로_USA 21.07.04.
1021 러시아 러하원, 北코로나방역 지원의사 표명 뉴스로_USA 21.07.04.
1020 러시아 제10대 모스크바 한인회장에 박종권씨 선출 file 모스크바매일.. 21.06.28.
1019 러시아 제10대 모스크바 한인회장 선거, 마감일까지 입후보자 없어 file 모스크바매일.. 21.06.02.
1018 러시아 세계를 변화시킨 러시아 노벨상 수상￳자 3인 file 모스크바매일.. 21.05.28.
1017 러시아 한러 커플이 한국문화행사 연 까닭 file 뉴스로_USA 21.05.28.
1016 러시아 한국웹툰 주목 러시아 문화제 뉴스로_USA 21.05.28.
1015 러시아 러시아 한국문화제 ‘K-FEST 2021’ file 뉴스로_USA 21.05.26.
1014 러시아 'K-FEST 2021' 개막공연, 차이코프스키 국립음악원에서 열어 file 모스크바매일.. 21.05.12.
1013 러시아 모스크바 한인회 출범 20주년, 10대 한인회장 선거관리 위원 위촉 file 모스크바매일.. 21.04.15.
1012 러시아 주러시아한국문화원, 홍길동전 소재로 한국고전문학 특강 file 모스크바매일.. 21.03.23.
1011 러시아 러시아, 세계 최초 3종류 코로나19 백신 개발 file 모스크바매일.. 21.02.24.